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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5대 절벽' 넘어라-②소비 절벽] 가계빚·교육비에 허리 휘는 중산층…"노후준비 꿈도 못 꾼다"

40대 중견식품업체 부장의 한숨

입력 2016-01-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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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식품업체에 다니는 박재구(가명·48) 부장은 퇴근길 우편함에 잔뜩 꽂혀진 카드명세서, 세금고지서를 뜯어보면서 절로 한숨이 나온다.

“언제 사는 것이 쉬었던 적이 있었겠느냐마는 요즘처럼 허리띠 졸라 맨다는 말이 이처럼 와 닿은 적은 처음”이라는 박씨는 고등학생 딸 둘을 키우는 40대 가장이다. 그동안 작은 디자인회사를 다니는 아내와 함께 맞벌이를 한 덕에 풍족하지는 못해도 부족한 적은 없었지만 지난해 아내의 퇴직 이후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대입을 준비해야 하는 두 자녀의 뒷바라지에 전념하기 위해 아내가 일을 그만둔 뒤 가계 한달 수입은 700만원에서 500만원 이하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늘어나는 학우비와 내년 대학생이 될 큰 딸의 등록금을 생각하면 박씨는 머리가 지끈거린다. 걱정이 가득한 그가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는 최대한 쓸데없는 소비를 줄이는 일이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과 각종 공과금, 보험료, 주거관련비, 통신비 등 고정지출만 해도 200만 원이 훌쩍 넘어가고 여기에 교육비와 경조사비용까지 생각하면 여가생활을 즐길 소비는커녕 저축할 돈도 남지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주가 40대인 가정에서 교육비가 소비지출 중 차지하는 비율은 약 20%로 월 60만원 수준. KDB 산업은행 설문조사에서 노후준비가 부족하다고 여기는 중년층의 43%가 자녀교육비를 첫 번째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해 9월 결혼을 한 국내 한 게임업체 개발팀 구진모(가명·32) 대리는 최근 결혼을 한 후 씀씀이가 확 줄었다. 회사가 있는 판교에 신혼집을 마련하느라 1억2000만원 가량 전세 자금 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맞벌이인 구 대리 부부는 3년안에 전세자금 대출을 모두 갚기 위해 아내의 월급을 모두 저축하기로 했다.

이처럼 주거비에 자녀교육비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불안한 노후와 미래 때문에 중산층 가계의 소비여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3.8% 가량 감소하는 등 소비심리가 둔화되고 있는 징후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박준호 기자 ju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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