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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5대 절벽' 넘어라-③고용 절벽] 부모세대와 자녀세대간의 일자리 ‘공존’ 어떻게 풀 것인가

입력 2016-01-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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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시장은 꽁꽁 얼어붙어 버리며 청년 취업은 물론 조기에 퇴직한 중장년층까지 일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이며 세대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하루벌이에 나서기 위해 새벽 5시 30분쯤 남구로역 인력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풍호(가명·57·서울 금천구)씨는 애꿎은 담배만 연신 피우다 발길을 집으로 되돌렸다. 

김씨는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아파트 공사현장이 많아 공치는 일이 없었는데 겨울이 되면서 쉬는 현장들이 많아지는데다가 젊은 애들이 많이 나오는 바람에 나 같은 사람은 끼워주지도 않는다”며 먼 하늘만 바라봤다. 

김씨는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견기업 부장으로 있다가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나왔다. 그러나 자녀가 독립은커녕 취직도 안 된 상태로 생활비가 부족해 아파트 경비로 취업하려 했다. 57세. 젊은 것이 죄였다. 젊다는 이유로 채용이 안됐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 새벽 인력시장에서 하루 품팔이를 하고 있지만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까지의 젊은이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품팔이도 못하는 실정이다. 

청년층도 불만은 많다. 청년들의 아르바이트 대명사였던 편의점에 어르신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일자리도 줄고 시급도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원기(가명·26·서울 관악구)씨는 “6개월 동안 일하면 시급을 올려주겠다던 편의점 점주의 말을 믿고 성실히 일했더니 약속한 날짜가 다가오자 대뜸 ‘못 올려주겠다’고 하더라”며 “알고 봤더니 60세 넘으신 어르신께서 면접을 보고 최저시급을 받더라도 일하겠다고 해 결국 시급 올려달라고 한 나는 짤렸다”고 성토했다. 

이씨는 당장 월세와 핸드폰비 학자금대출 갚을 길이 막막해 부모님께 손을 벌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전문가들은 일자리의 최전선에서 이 같은 세대충돌이 잦아지는 데 대한 해법으로 ‘생애맞춤별 인력구조 재편’을 내놓는다. 

김경철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액티브시니어 교수는 “직업군을 세분화해 젊은 사람, 나이든 사람을 배치하는 법안과 제도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단순 직종을 노인들 위주로 배치하고 유망직종의 경우 젊은 층들이 일할 수 있게끔 고용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일본의 고속도로 톨게이트 등에 모두 나이든 사람들을 채용했다”며 “노인들의 경우 신체적 능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풀타임 근무는 어렵고, 여러 타임으로 쪼개서 여러 노인들이 시간제로 근무하는 환경을 만들어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노년층이 그간 쌓아온 직무경험 등을 토대로 젊은 사람들에게 멘토링 사업 등을 펼치는 등 재능을 나누고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을 국가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전문위원도 “고령 근로자를 나쁘게만 볼 것이 아니다”라며 “궁극적으로 원래 직장의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올리는 등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해 노인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으면서 경험을 활용하는 일자리가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가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장희·김동현 기자 jhyk77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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