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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초대석] 국내 1위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치킨 권원강 회장 "정직이 최고의 상술"

입력 2017-10-23 07:00 | 신문게재 2017-10-2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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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이 22일 경기도 오산의 본사 집무실에서 '정도경영' 액자를 배경으로 자신의 경영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양윤모기자 yym@viva100.com)

 

경기도 오산시 원동에 있는 교촌치킨 본사 3층 옥외휴게실 벽에는 재미있는 그림(일러스트)이 그려져있다. 아파트단지 상가 가게들이 나란히 줄지어있는 그림이다. 이 가게들 중 ‘교촌통닭’이 바로 국내 1위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교촌치킨이 태동한 곳이다.

“33㎡짜리 조그만 배달 점포를 옆 점포들과 합쳐서 99㎡짜리 중형 점포로 바꿀 계획입니다. 교촌 1호점이라는 상징성과 역사성이 있어 여기 점포 문을 닫을 수가 없지요. 1990년대 초반 하루 1∼2마리 팔던 자영업 점포에서 하루 100톤의 생닭을 튀기는 기업으로 성장했으니 격세지감이 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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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원강 회장이 22일 경기도 오산 본사 사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양윤모 기자)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67)은 1991년 경북 구미에서 33㎡(10평)짜리 ‘교촌통닭’을 열고 장사를 시작, 25년만에 본사 매출 2911억원의 중견기업을 일궜다. 권 회장은 아직도 그 시절의 애환을 잊지 못한다. 그 초심이 치킨 프랜차이즈 1등을 하게 된 배경이다.

“가맹점주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요. 5년간 조그만 점포 하나에 매달려 있었으니까요. 가게 열고나서 2년간 하루 1∼2마리 팔던 때를 생각하며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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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원강 회장이 22일 경기도 오산 본사에서 교촌치킨 1호점 일러스트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양윤모기자)

 

◇“여유자금 있었으면 치킨집 접었을 것”

그가 치킨집을 하게 된 사연은 드라마틱하다. “치킨집 하기 전에 인생의 밑바닥 일들을 다 해봤지요. 노점상, 건설노동자, 택시기사 등 온갖 일을 다 겪어봤답니다. 대구에서 택시기사를 3년 8개월 했는데, 3년이 지나니까 개인택시 면허를 받을 수 있었어요. 체력도 달리고 해서 3500만원 받고 개인택시 면허를 팔았습니다. 그 돈으로 구미에서 치킨집을 차린 거지요.”

점포를 구하러 돌아다니다가 구미시 공단 지역 아파트단지 상가에 점포를 얻었다. 보증금 1000만원, 월세 40만원짜리 가게였다. 가게 문을 열었지만 2년간 주문이 거의 없었다. 어쩌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루 1∼2마리 사가는게 고작이었다. 치킨 한 마리에 6000원 하던 시절이었다. 하루 1만원, 한달 30만원이 매출의 전부였다. 월세는 고사하고 한달 5만원 정도 나오는 전기료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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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원강 회장이 경기도 오산 본사 사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양윤모 기자)

“그때 여유자금이 몇백만원만 있었으면 치킨집을 그만두었을 겁니다. 돈이 한푼도 없었기 때문에 대안이 없었어요. 무조건 치킨집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지요.” 암흑의 터널을 탈출하게된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주문전화만 목이 빠지게 기다릴게 아니라 가게 이름이라도 홍보하자는 생각에서 114문의전화를 매일 하기로 했다. “교촌통닭 전화번호가 몇 번입니까?” 라는 문의전화를 전화국에 매일 20통씩 했다. 전화안내원들도 처음 들어보는 상호지만 문의전화가 매일 오니까 관심을 가지게 됐다. 마침내 전화안내원들이 치킨 두 마리 배달주문을 했다.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날이었다. 권 회장은 주방에 들어가 정성껏 치킨을 만들었다. 행여 치킨이 식을까봐 배달차량의 에어컨도 끄고, 치킨 두 마리를 갖다주었다. 온 몸이 땀에 젖었음은 물론이다. 따끈따끈한 통닭이 안내원들의 입맛을 돋구었다. 그날 퇴근때 안내원 네 사람이 가게에 들러 한 마리씩 포장해갔다. 이날 점심, 저녁때 판 6마리가 2년간 최대 판매량이었다.

얼마뒤, 교촌통닭이 불티나게 팔리는 계기가 된 큰 사건(?)이 일어났다. “저녁 무렵 30대 남녀 두사람이 가게 안에서 치킨 한 마리를 먹고 있는데, 갑자기 인근 회사 직원 10명이 회식을 한다며 가게에 들이닥쳤어요. 매장안에 4인용 탁자 3개 밖에 없는데 10명이 앉을 수가 없잖아요. 잠시 망설이다 10명을 돌려보냈지요. 치킨을 먹고있던 두 사람이 불편해할 수 있거든요. 손님 10명이면 최소한 5마리는 시킬텐데, 손해가 막심했지만 먼저 온 손님을 배려해서 한 결정이었죠.” 이 두 사람은 당시 금성사 구미공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하던 사람들이었다. 가게 주인에게 감동받은 이들은 자신들이 근무하는 공장에 소문을 냈다. 이후 금성사 야근때 간식은 교촌통닭으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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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이 최고의 상술”

권 회장 집무실 벽에는 ‘정도경영’이란 액자가 걸려있다. 정도경영에는 ‘정직이 최고의 상술’이란 의미가 담겨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정도경영은 교과서에서 배운게 아니고 장사하는 현장에서 체득한 경영철학입니다. 닭고기는 수급이 불안정해 한번씩 공급량이 뚝 떨어지는 파동이 옵니다. 아마 1996년쯤일겁니다. 매일 공급받던 1㎏짜리 생닭이 모자라서 500g짜리만 들어왔는데, 가격은 똑 같아요. 대부분 치킨집들이 500g짜리에 파우더를 두껍게 묻히고 튀겨서 1㎏짜리 한 마리인 것처럼 포장해 팔거든요.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500g짜리 두 마리를 튀겨서 1㎏ 무게를 맞추었어요. 소비자들이 알든, 모르든 정직하게 팔아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이런 선의를 인근 경쟁점들이 왜곡해 나쁜 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교촌통닭 시키면 닭다리 4개, 날개 4개가 들어있으니까 품질낮은 닭을 대충 손질해 튀긴다는 헛소문이 나돌았다. 고민 끝에 날개 2개와 닭다리 2개는 따로 빼내 냉장고에 보관했다. 이렇게 하니 헛소문은 사라졌다. 하지만 냉장고의 재고처리가 골칫거리였다. 


“보관하던 날개와 다리가 아까워 대구 사는 친척들이 가게에 찾아올 때마다 그걸 튀겨서 공짜로 줬지요. 그걸 가져다가 식구들과 먹은 사람들이 한결같이 너무 맛있다는 거예요. 그때 기막힌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고요. 부위별로 팔아보자는 생각이지요. 날개와 다리를 따로 모아 ‘교촌골드’란 메뉴로 팔았는데, 이게 빅 히트를 친 겁니다. 치킨을 부위별로 판매한 최초 사례입니다.” 

 


◇“가맹점 모집이란 용어 안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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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원강 회장이 본사에서 브릿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양윤모 기자)
교촌치킨 회사 내부에선 ‘가맹점 모집’이란 용어를 쓰지 않는다. 2003년 가맹점 1000개를 돌파한 이후 가맹점 모집을 위한 광고를 한 적이 없다. 그 흔한 창업설명회도 하지 않는다. 지금도 가맹점수는 1000개 안팎이다. 가맹점을 하겠다고 대기하는 사람만 200명이 넘는다. 하지만 영업권이 확보되지 않는 지역에는 절대 가맹점을 내주지 않는다. 가맹점주끼리 영업권역을 놓고 분쟁이 일어나선 안되기 때문이다.

“2002년 수도권에 진출했는데, 가맹점 하겠다는 사람들이 300여명 몰렸습니다. 가맹점 하나 열 때마다 본사 이익이 2000만원을 넘던 시절이었지요. 2003년 초 AI(조류 인플루엔자)가 터졌지만 가맹희망자들은 아랑곳없이 신규 점포 내어달라고 아우성을 쳤습니다. 고민 고민하다가 다 돌려보냈습니다. 60억원을 벌 기회를 놓친 거지만 지금 생각해도 올바른 결정인 것 같아요. 그때 가맹점 계약을 전부 맺었다면 부실 가맹점들이 속출했을게 뻔하거든요.”

권 회장은 요즘 산악자전거(MTB) 타기에 흠뻑 빠져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산악자전거 타보라고 권유한다. 주말마다 MTB를 차에 싣고 산으로 향한다.

“10년 전에 MTB를 처음 접했는데, 지금은 매주 정기적으로 타고 있습니다. 좋은게 한두가지가 아니거든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건강에 다 좋아요. 우선 청정한 산림지역에 가니까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실수 있고요, 머리가 맑아지는걸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하체가 튼튼해지는 것은 물론이고요, 고혈압 당뇨와 같은 대사증후군 있는 분들은 자기도 모르게 병이 싹 사라집니다. 자전거를 타다보니 사업과 비슷한 면이 많은 것 같아요. 두바퀴가 굴러가려면 양발을 계속 움직여야 하거든요. 멈추는 순간 자전거가 쓰러지잖아요. 기업도 마찬가지 원리라고 봅니다.”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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