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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大기자의 창업이야기] 천의 얼굴 지닌 마술사, 권리금… 건물주 횡포 대응하기 위한 임차인 고육책

입력 2018-04-11 07:00 | 신문게재 2018-04-1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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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상관행은 나라마다 독특하다. 사회문화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상가 거래도 마찬가지다. 권리금은 우리나라 상거래 관습의 독특함을 상징한다. 임차인끼리 주고받는 권리금은 성격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시설권리금, 영업권리금, 바닥권리금이 바로 그것이다.

시설권리금은 인테리어와 같이 시설투자에 들어간 돈에서 감가상각비를 빼고 남는 금액을 말한다. 기존 임차인이 점포를 차릴 때 시설비가 5000만원 들어갔고, 5년 뒤 점포를 양도한다고 가정하면 매년 10%씩 5년의 감가상각비 2500만원을 제외한 2500만원이 시설권리금이다. 영업권리금은 점포주인이 영업을 잘해 손님을 확보해놓은 대가로 해석된다. 보통 한달 순익의 1년치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바닥권리금이다. 바닥권리금은 한마디로 ‘자릿세’를 말한다. 점포 입지의 이점을 보상해주는 돈이다. 기준도 없어 계약당사자들끼리 합의하면 그만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권리금은 천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탄생 배경에는 임대인의 횡포에 대응해 임차인이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는 고육지책이란 흔적이 역력하다.

1970년대 산업화가 본격 시작되면서 ‘부동산불패’ 신화도 장구한 깃발을 높이 올리게된다. 이 신화의 한 가운데 상가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2001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상가건물주는 적어도 임차인에게는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했다.

2001년 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제정이후 2013년, 2015년 개정이 이루어졌다. 2015년 법 개정은 권리금 보호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정확히 말하면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방해 금지’에 관한 조항들이 신설됐다. 이에 따라 아무런 이유없이 신규 임차인과 계약을 거절하는 경우, 신규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경우, 건물주가 직접 권리금을 요구하는 경우 등은 불법행위로 못박았다. 이를 위반할 경우 임대인은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했다.

이로써 권리금은 완벽하게 보호될 수 있었을까. 불행히도 그렇지 못하다. 우선, ‘환산보증금(임대보증금+월세의 10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란 규정에 따라 기준금액을 초과하는 점포는 임대료 인상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때 임차인이 오른 월세를 감당할 수 없으면 권리금을 못 받고 쫓겨나게 된다. 두 번째, 재건축이나 철거로 건물이 없어질 경우 양도할 물건 자체가 사라지므로 임차인은 권리금을 날리게 된다. 두 차례의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남아있는 ‘환산보증금’ 제도는 임차인들의 원성을 사는 핵심조항이다. 국회의원·고위공직자들의 재산공개 목록을 들여다보면 건물주가 상당수이다. 이는 환산보증금 제도의 강한 생명력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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