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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이슈] 사모펀드, 프랜차이즈 기업인수 ‘붐’… 가맹점주 득실은?

입력 2021-02-03 07:10 | 신문게재 2021-02-0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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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사모펀드의 프랜차이즈 기업 인수가 줄을 잇고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을 대상으로 한 국내외 사모펀드들의 인수합병(M&A)은 2010년대 들어 붐을 이루고 있다. 1990년대에 국내에서 탄생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기업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 지 20년 만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사모펀드의 프랜차이즈기업 인수 붐에 방아쇠를 당긴 건 모건스탠리PE의 ‘놀부’ 인수 건이었다. 이후 경영난에 빠진 기업들이 새로운 돌파구로 사모펀드를 찾거나, 반대로 사모펀드가 큰 수익을 낼 목적으로 잘 나가는 프랜차이즈 기업을 물색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기업간 인수합병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매우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둘러싼 가맹본부·가맹점간 갈등이 날카롭다. 가맹본부의 소유가 창업자에서 사모펀드로 바뀐다는 것은 가맹점사업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짚어봐야할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 프랜차이즈는 상생 원리

프랜차이즈 모델의 기본 원리는 상생(윈-윈)이다. 가맹본부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만들고 키워서 가맹점에 그 노하우를 전파한다. 상품개발, 제조기법, 고객응대와 같은 매뉴얼을 가맹점에 그대로 복제하는 과정을 거친다. 일단 문을 연 가맹점에 대해 가맹본부는 경영 지도를 통해 매출을 극대화 한다. 가맹점의 매출 성장은 가맹본부의 성장으로 직결된다. 역으로 가맹본부는 늘어난 이익을 발판으로 가맹점 지원을 극대화 한다. 전형적인 상생원리다. 그 모델은 글로벌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자리잡은 맥도날드와 KFC다. 이런 까닭에 프랜차이즈 원조국인 미국은 프랜차이즈 이익단체인 IFA(국제프랜차이즈협회)에 가맹본부와 가맹점 모두 회원으로 가입해 서로 협력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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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랜차이즈 기업 인수, 대부분은 실패로

2011년 모건스탠리PE의 놀부 인수를 시작으로 최근의 뚜레쥬르 매각 건까지 10년간 프랜차이즈 기업 인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인수후 기업가치를 올려놓은 사례는 손꼽을 정도다. 2011년 당시 모건스탠리PE의 이상훈 대표는 순자산의 4배가 넘는 1100억원 이상을 들여 놀부를 인수, 업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놀부를 창업한 김순진 전 회장은 건강악화를 명분으로 홀연히 업계를 떠났다. 이후 놀부는 막대한 영업권 상각과 차입 원리금 상환으로 적자가 누적, 경영부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카페베네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2013년 당시 국내외 1000호점을 돌파하면서 국내 카페 프랜차이즈 1위 자리에 올랐지만 창업자 김선권 회장의 무모한 사업다각화 여파로 2016년부터 급속한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2016년 마침내 국내외 합작 투자법인 ‘한류벤처스’에 회사를 매각했다. 한류벤처스는 금융부채 700억원을 상환하고 550억원에 달하는 신규 투자를 단행했지만 가맹점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면서 경영정상화에 실패,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거치는 역경을 겪었다.

이처럼 실패사례가 잇따르는 것은 사모펀드의 경영주체가 프랜차이즈 사업모델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프랜차이즈 기업의 가치평가, 성공요인의 우선순위, 구조조정의 방법과 강도 등에서 일반 기업과 동일시하는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 가맹점 피해 고려해 정부도 관심 가져야

사모펀드의 존재 이유는 이익 극대화다. 투자자들에게 최대의 수익을 안겨주는 게 유일한 목적이다. 따라서 사모펀드의 관심은 가맹본부 경영실적에 집중돼있다. ‘빨리 키워서 높은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는 사모펀드의 명제를 실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모델의 기본 원리로 보면 ‘가맹점 성장-가맹본부 성장-브랜드 성장을 위한 투자-가맹점 확대-가맹본부 이익 증가’라는 선순환을 이루는게 맞다. 하지만 인수금액이 과다해 본사의 재무구조에 부담이 생기면서 가맹점에 돌아가야할 이익을 먼저 챙기는 가맹본부가 대부분인 실정이다. 2013년 이래 두차례 M&A 과정을 거친 치킨 프랜차이즈 bhc의 영업이익률이 30.68%(2019년 기준)에 달해 선두 교촌치킨의 4배에 육박하는 것은 사모펀드가 지배하는 프랜차이즈 기업의 모순을 말해주는 단적인 사례다.

박주영 전 한국프랜차이즈학회장(숭실대 벤처중기학과 교수)은 “가맹점은 가난해져도 가맹본부는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원리는 프랜차이즈 모델의 기본인 상생 원리와 상반된다”며 “공정거래위원회는 프랜차이즈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사모펀드들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창동 유통전문 대기자·경제학 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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