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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코로나에 돈줄 막힌 중소기업, 혈액 뚫어드리죠"

[스타트업] 신인근 276홀딩스 대표 "전자어음 할인 서비스 이어 매출채권 현금화 플랫폼 계획"

입력 2020-12-23 07:00 | 신문게재 2020-12-2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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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근 276홀딩스 대표. (사진제공=276홀딩스)

 

지난 2005년 전자어음의 도입은 어음의 분실·위변조 위험을 줄이고 회계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종이어음의 단점을 메우며 그 자리를 빠르게 대체했다. 처음 도입한 해 전자어음의 발행금액은 85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498조원 규모를 기록했다. 최대 금액을 기록했던 2017년의 경우, 전자어음 발행액은 557조원에 달했다. 어음은 기업 경영에서 뺄 수 없는 부분이지만, 현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중견기업들에는 부도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어음교환에 따른 부도 금액은 38조5000억원 이상이었으며, 부도 업체도 7200곳이 넘었다.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일수록 전자어음의 현금화가 절실하지만, 대형 은행에서 그런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창업한 276홀딩스는 이런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어음에 적힌 대금을 지급하고, 만기일에 전자어음 발행사로부터 대금을 회수하는 전자어음 할인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한국사회투자와 메트라이프생명 사회공헌재단이 함께 진행하는 임팩트 투자 데모데이 ‘딜 쉐어 라이브’에 참가해 우수팀으로 선정되는 등, 벤처캐피탈(VC)로부터 시드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신인근 276홀딩스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276홀딩스에 대해 소개해달라.

“276홀딩스는 지난해 말 설립돼 이제 막 한 살이 된 기업 금융 중개 및 컨설팅 전문 스타트업이다. 1년 만에 VC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하는 등 순조로운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주로 금융 시장에서 소외되기 쉬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전자어음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창업 전에는 대기업 종합상사에서 근무했다. 당시 거래가 진행됐는데도 결제가 지연되어 현금화되지 못 하는 매출채권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현금이 즉시 돌지 않으면서 다음 사업을 추진하는 데 차질이 생기는 ‘돈맥경화’ 현상을 해소하는 것이 기업 운영에 있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고, 그래서 과감하게 금융업, 특히 핀테크 비즈니스 쪽으로 아이템을 잡고 창업을 시도하게 됐다.”


-현재까지의 성과는.

“올해 11월까지 약 1100억원 가량의 중개 실적을 달성했으며, 매출액은 28억원 상당이다. 처음엔 혼자 시작한 일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직원 수도 6명까지 늘었다. 내년에는 기업들의 매출채권을 온라인으로 등록해 발행하고, 즉시 현금으로 유동할 수 있는 플랫폼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 도장 찍힌 종이 문서로 기업들의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는 수많은 계약서를 디지털 방식의 온라인 원장으로 대체하면서, 동시에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으로 변화시키는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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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276홀딩스)

 

-창업 첫해부터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을 듯하다.

“올해는 벤처기업뿐 아니라 산업 전반, 또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해였다. 기업들은 판로가 막히면서 대금 결제를 미루고, 그 여파로 하청에 해당하는 중소기업들의 부도가 발생하는 등 채권 유동화 시장도 큰 난관이 있었다. 국내 금융 시장 역시 사모펀드 사기 등의 악재로 투자가 경색됐다. 업계에서는 IMF 이후 최대 위기라고 말하는 분위기다. 사업 초창기부터 이런 많은 어려움이 발생하면서 올해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여러 가지 해결책을 모색한 게 잘 통해서 성장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팀원이 늘어나면서 최근 사무실을 이전했는데, 그간 사용하던 사무실을 비우고 그 자리를 볼 때 기분이 매우 복잡 미묘했다. 결과적으로 사무실을 확장 이전한다는 것이 우리 팀원들끼리도 새롭게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여러 파트너사와 지인들에게도 우리 사업의 현 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많은 축하와 격려를 받았다.”


-276홀딩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내년부터 시행할 매출채권 현금화 플랫폼을 기반으로, 기업 경영에 수반되는 모든 금융 활동 서비스 분야로 확대해나가고 싶다. 이를 통해 기업 자금 유동화 시장의 선두주자로 발돋움하고자 한다. 현실적으로는 제1금융권이 모든 기업들에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 은행이 하기 어려운, 하지 못했던 영역에서 새로운 양성적 기업 금융 시장을 창출해 내는 것이 목표다.”


-창업을 꿈꾸는 예비 사업가들에게 조언한다면.

“내실을 차근차근 확인해가며 외형을 키우는 차분한 마음가짐이 점점 더 필요해질 것 같다. 내실이 없거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일단 외형부터 키우고 성장성을 내세워 투자를 유치하는 트렌드는 이제 VC 업계에서도 보수적으로 평가되는 분위기다. 주변의 많은 스타트업들이 화려한 비전으로 시작해 투자 유치를 바탕으로 급격하게 몸집을 불렸다가,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눈덩이처럼 커진 손실에 좌절하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 근본적으로 스타트업은 비즈니스 모델의 실현 가능성과 현재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고 단계를 밟아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우리 역시 그런 생각을 늘 가지고 사업에 임하려고 노력한다.”

 

전혜인 기자 hy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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