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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이욱정 PD가 티빙으로 간 까닭은?

[人더컬처] 티빙 ‘푸드 크로니클’ 이욱정 PD
"제작기간 짧아도 깊이와 재미 두 배, 내친김에 50부작까지"
기획기간 포함 2년 간 촬영, 몸무게 5kg 증가
"인간의 삶과 죽음 다룬 병원 다큐, 디자인의 미학 다루려 자동차 탐구 곧 선보일 예정"

입력 2022-11-14 18:30 | 신문게재 2022-11-1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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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이 PD가 운영하는 서울 회현동의 사회적협동조합 ‘요리인류 검벽돌집’에서 이뤄졌다.(사진제공=티빙)

 

“TV는 볼륨을 0으로 하고 화면으로만 틀어놔도 재밌어야죠!”

첫 직장이 마지막이 된 남자, 공영 방송국의 PD로 입사해 요리에 빠져 세계적인 요리학교 르꼬르동블루로 과감히 유학을 떠난 이욱정PD는 음식과 문화인류학을 연결 짓는 선도자로 유명하다. 중구의 필동 언덕에 위치한 골목식당에서 매주  ‘요리를 통한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의 이사장으로서 사회취약계층에 피자를 만들어 보내는 그는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푸드 크로니클’을 들고 취재진과 마주 앉았다. 

만두, 쌈, 타코, 피자, 팬케이크, 샌드위치, 초밥, 케이크 등 세상을 바꾼 8가지 음식을 깊이 있게 다룬 이 프로그램은 ‘음식 연대기’라는 뜻에 충실하다. 직장인(?) 시절 ‘누들로드’ ‘요리인류’ 등을 만들며 기획한 아이디어가 8부작으로 완성기까지는 총 14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총 30개국을 돌며 한국인으로 가장 많은 PCR검사과 자가격리를 겪은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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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푸드 크로니클’ 이욱정 PD.(사진제공=티빙)

 

“현장에 이런 말이 있어요. 음식이 가장 맛있을 때는 ‘카메라가 먹는다’고, 사람들이 저를 부러워 하지만 일로 접하는 요리는 ‘맛’을 만끽할 여유는 없죠.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전세계 모든 식당이 팬데믹으로 힘들었던 시기라 섭외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손님을 못 받는 와중에 해외 촬영팀이 온다고 하니 경계심과 걱정이 많았던거죠.”

이 PD는 “한 에피소드 안에 적게는 5개, 많게는 8개 나라의 이야기를 담았다. 적어도 음식에 관한 프로그램을 OTT로 선택해 보는 사람이라면 정보에 치중할 거라고 봤다. 인지도 있는 연예인의 목소리만 입히는 것보다 그 탐험을 이끄는 여행자, 체험가로서 직접 설명에 나선 이유도 내가 직접 가서 먹고 확인하고 공부한 결과물을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비교문화적인 프로그램을 주로 해왔던 그는 결국 문화란 거대한 나무라는 결과를 일찌감치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줄기가 많이 있고 가지를 타고 넘어가는 모든 이야기들이 결국 하나의 뿌리로 연결되는데 그 화두를 ‘음식’으로 봤을 때 어떤 정보과 즐거움을 담을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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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푸드 크로니클’ 이욱정 PD.(사진제공=티빙)

 

이 PD는 국내에 음식 다큐를 선도하고 하나의 콘텐츠로 부흥시킨 장본인이다. 국수를 통해 실크로드와 동서 문명 교류를 증명한 ‘누들 로드’는 2009년 한국방송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2015년 ‘요리인류’도 백상예술대상 TV교양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다. 퇴사한 이후에는 ‘마인드앳플레이’라는 제작사를 차리며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완성하고 있다.

이 PD는 “무엇보다 ‘푸드 크로니클’은 건축, 디자인, 문화와 인간관계 등 다층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만두를 소개하며 아시아의 다양한 언어와 끼니, 간식으로 대체되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구성된다. 이탈리아 음식으로 치부되던 피자가 정작 아르헨티나 국민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인 것과 과거 귀족의 접시 대용으로 쓰였던 반죽의 기원이 타코와 팬케이크로 이어지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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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크로니클’의 공식 포스터.(사진제공=티빙)

 

볼거리 넘쳐나는 콘텐츠 시장에서 다큐멘터리가 소비될 수 있을지 제작진이 고민한 흔적은 곳곳에 극복의 결과물로 담겼다. 이 PD는 “한 에피소드 안에 적게는 5개, 많게는 8개 나라의 이야기를 담았다. 화면 회전이 빠르고 한 시간 동안 전 세계를 한 바퀴 도는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했다. 25년 동안 공영방송국의 PD로 근무한 경험은 “라디오와 달리 소리가 없어도 화면으로 재미가 충만한 프로그램”을 아로 새기게 만들었다.

“인간은 지적호기심을 가진 동물이잖아요. ‘푸드 크로니클’은 사실 마니아들이 적어도 3번은 보는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컸어요. 프레젠터인 저 역시 사실 자세히 보면 스토리트레블러라고 나오는데 푸드라는 테마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삶을 다루고 싶은 앞으로의 계획을 담았습니다. 저는 인간이 너무 궁금하거든요.”

그의 계획은 우리에게 친근한 드라마에서 삶과 죽음까지 이어진다. 국내에도 두터운 팬층을 지닌 ‘고독한 미식가’ 다큐멘터리 버전을 비롯해 ‘푸드 크로니클’을 넘어선 ‘휴먼 크로니클’을 완성하기 위해 현재 세브란스 병원에서 차기작을 촬영 중이다. 곧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다큐도 제작에 들어간다.

“퇴사 후 차린 제작사의 이름이 ‘노는 기분’을 뜻하는 것도 진지함이 무거울 필요는 없다는 평소의 개인적인 신조를 담았어요.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여러 시스템에 관심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병원이고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중요한데 디자인이라 자동차에 관심이 많아 준비한 것 뿐이에요. 아마도 이걸 직업이나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까지 올 수는 없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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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PD는 2024년에 ‘누들로드 2’도 선보일 예정이다.(사진제공=티빙)

 

그는 25년을 한 직장에 다닌 원동력에 대해서도 “내 삶의 이유를 밖에서 찾으면 번아웃이 오더라. 그래서 나의 내부를 들여다 봤고 호기심이 있었다”면서 “제작자로서 마지막 꿈이 있다면 망자의 식탁일 것”이라고 전세계 제사 음식에 대한 빅피처를 내놨다.

“인간은 죽어서도 먹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만찬이 이어지죠. 세계 각국을 다녀보니 장례식의 음식 역시 각양각색이더군요. 저의 최후의 만찬? 일단 평양냉면을 주축으로 장례식인 걸 잊을 정도로 즐겁게 다양한 음식을 먹고 즐겼으면 하는 소망이 있어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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