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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작소]영화제가 가진 순기능이란?

입력 2020-09-1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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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의 여름밤
극중 할아버지의 대사는 거의 없지만 존재감은 상당하다.남매 손주와 남매인 자녀를 아우르는 산 같은 존재.(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기생충’의 번역을 맡은 달시 파켓을 인터뷰 했다. 부산 해변가에 위치한 호텔 라운지에서 그는 ‘기생충’을 번역할 때 “이 정도 이슈를 예상했다”고 고백했다. 달시 파켓은 한국 영화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기 전부터 꾸준히 ‘한국영화의 남다름’을 주목했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는 헤어지면서 “올해 영화제가 끝나기 전에 영화 ‘남매의 여름밤’을 꼭 보라”고 추천했다. 자신이 번역을 맡은 작품인데 봉준호, 김지운, 박찬욱의 초기작을 봤을 때처럼 가슴이 뛰는 영화라고 극찬을 이어갔다.

영화의 내용은 의외로 담담하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친할아버지의 집에서 한 계절을 보내는 두 남매의 이야기다. 엄마는 없고 아빠는 매일 하루를 꾸려가기도 바쁘다. 남매가 왔다는 소식에 고모도 은근 슬쩍 본가로 들어온다. 자세한 내용은 나오지 않지만 가정불화로 친정에 온 것이 자명하다. ‘남매의 여름밤’에는 세대가 다른 두명의 남매가 나온다. 주인공인 옥주와 동주 그리고 그들의 아빠과 고모다. 

 

남매의 여름밤1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내 관객을 만난 ‘남매의 여름밤’이 전세계 영화제를 석권하고 있다.(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
극중 몸이 안 좋은 할아버지는 두 세대의 남매를 아우르는 존재다. 별다른 대사는 없지만 평범하게 일상을 보내고 한 계절이 지나 세상을 떠난다.

가족들은 그 빈자리를 느끼고 슬퍼하다 언제그랬냐는 듯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살아남은 자는 또 그렇게 세상을 살아가게 마련이다.

이 잔잔한 영화가 지난 주말 제 19회 뉴욕아시안영화제에서 최우수장편영화상을 받았다. 이 영화제는 북미의 대표적인 아시아 영화 축제로 블록버스터부터 아트하우스 영화, 컬트 영화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가장 독특하고 재미있는 영화만을 선별하는 영화제로 명성이 나 있다.

국내 작품 중 유일하게 경쟁부문에 오르더니 결코 가볍지 않은 상까지 받았다.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여파로 얼어붙어가는 한국영화계를 녹이는 훈훈한 소식이다.

유명 스타나 관록의 감독이 참여하지 않았지만 ‘남매의 여름밤’이 가진 일상의 공감이 인종과 성별 나이를 떠나 관객들을 겨냥하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부산국제영화제가 아니었더라도 이 영화가 가진 매력은 누구라도 매료시키기 충분하다. 하지만 영화제가 가진 순기능은 바로 ‘알려지지 않은(힘든) 영화’의 발굴이다.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자리잡은 부산국제영화제가 개최여부를 두고 고심하더니 결국 2주 상영을 미룬 채 축소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해외 게스트 초청이나 화려한 행사 대신 상영 위주로 행사를 꾸린다고 한다. 어쩌면 영화제가 가장 집중해야 할 초심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전세계의 영화제가 대부분 온라인으로 대체되거나 최소한의 이벤트로 진행 중이다. 축제는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제대로 다시’ 시작되고 있는 게 아닐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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