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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여행가방은 주인의 영혼을 담는 그릇이죠"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여행가방 스타트업 '루퍼' 이용우 대표
"세계와 연결해주는 여행 가방·플랫폼 만들 것"

입력 2020-07-06 07:30 | 신문게재 2020-07-0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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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8
(사진출처=게티이미지)

 

“꼭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나야만 여행을 가는 건 아니다. 늘 지나던 익숙한 출근길에도 여행은 존재할 수 있다.”

어느 낭만주의자의 말 같지만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가장 많이 타격을 입은 여행 업계, 그 중에서도 여행 가방을 만들어 파는 스타트업 루퍼의 이용우 대표(32) 입에서 나온 말이다.

루퍼는 비즈니스 출장자들에게 ‘짐을 잘 쌀 수 있는 가방’을 판매하는 곳이다. 노트북, 태블릿PC, 무선 충전기와 같은 업무에 꼭 필요한 전자기기들부터 시작해서 중요한 미팅에 입고 갈 양복 한 벌과 서류 봉투까지 구겨지지 않게 잘 담아주는 캐리어 못지않은 백팩 ‘닉’이 루퍼의 대표 제품이다. 크라우드 펀딩으로만 누적 주문 2억원을 달성한 제품이지만 모든 해외 출장이 화상회의로 대체된 요즘 루퍼의 매출도 당연히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요즘도 여행의 낭만에 대해 말한다. 최근 강남에서 합정역 인근으로 사무실을 옮긴 그는 새로운 사무실을 하나의 여행지처럼 꾸밀 계획이다. 업무를 위한 긴 테이블과 함께 사무실 한쪽에는 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서 볼 법한 2층 침대를 둘 예정이다. 유럽의 대도시에 가면 볼 법한 호스텔 라운지처럼 ‘루퍼 라운지’를 꾸민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이용우루퍼대표[열정사]
이용우 루퍼 대표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철준 기자)

 

전자공학을 전공한 이 대표가 이처럼 여행을 예찬하는 낭만주의자가 된 데는 경험에서 얻은 깨달음의 영향이 컸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화두였던 2013년 말, 대학가에도 창업 열풍이 불었다. 이 대표는 이때 학교 창업 동아리로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기술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고민하던 공학도였다.

“첫 창업 아이템은 독거노인의 고독사나 응급상황을 방지해주는 알림 기능이 있는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였는데 같은 연구실 선후배들과 함께 1년여간의 연구 끝에 만들었는데 연구개발 기간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기술적인 완성도가 떨어졌고, 의료기기라서 법적으로 뚫고 나갈 규제가 많았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볼수록 놓쳤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기술이 아닌 디자인에 대한 고민이었다”면서 “기술에 대한 고민만으로 가득 찬 엔지니어들의 제품은 대체로 디자인이 꽝이었고, 제품으로 상용화되기가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이 대표는 다음 창업 때 디자이너 반, 엔지니어 반으로 6명의 팀을 꾸렸다. 그리고 기술이 삶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상품을 고민했다.

 

이용우루퍼대표[열정사]
이용우 루퍼 대표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철준 PD)

 

그 첫 상품이 ‘루퍼 테슬’이다. 근거리 통신인 블루투스의 기능을 역발상으로 적용한 상품으로 어디든 이 테슬만 달아두면 일정 거리 이상 멀어졌을 경우 스마트폰에서 바로 알림이 울린다.

그는 “가죽 제품이라 블루투스 기능을 켜는 버튼의 ‘누르는 느낌’을 구현해 내는 게 어려웠지만 일상적인 디자인을 포기할 수 없어 여러 실패 끝에 시제품을 제작했다”며 “하지만 투자자들로부터 돌아오는 질문은 ‘그래서 특허받은 게 몇 개냐’는 식의 기술 중심적인 질문들 뿐이었다”라고 말했다.

그 길로 해외 투자처를 찾아 나선 그는 미국의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에서 테슬 선주문을 받게 됐다. 하지만 어렵게 그의 사업이 빛을 보기 시작하던 그때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는 개인적인 어려움도 겹쳐 왔다.

그는 “사업, 아버지 병간호와 병원비 모두를 해결해야 했던 그때 창업 3년차 만에 처음으로 취업 대신 창업을 택한 것을 후회했다”면서 “팀원들이 병원까지 찾아와서 함께 일해준 덕분에 선주문받은 테슬은 모두 고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지만 이 과정이 모두 끝나고 난 뒤 제대로 번아웃이 왔다”고 말했다.

이용우루퍼대표[열정사]
이용우 루퍼 대표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철준 기자)

그렇게 그는 지친 마음을 이끌고 틈틈이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들고 여행길에 올랐다. 세계 곳곳의 친구들 집을 전전하며 해를 넘겨 세계여행을 한 끝에 이 대표는 ‘내가 진짜 사랑할 만한 것을 만들어보자’라는 다짐을 했다.


이 대표는 “루퍼의 대표 제품 ‘닉’은 내 영어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며 “스타트업 대표이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즐기고 세상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많은 나 자신을 페르소나로 만든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겨울에도 패딩보다는 코트를 즐겨 입는 사업가에게 어울리는 깔끔한 디자인에 추위를 막아주는 열선, 늘 함께하는 각종 전자기기는 공항 검색대에서 빠르게 빼서 올려둘 수 있도록 별도의 공간에 보관하도록 했고, 서류 보관 공간도 따로 둔 ‘닉’은 이 대표 자신을 그대로 녹여낸 제품이다.

이 대표는 “그래서인지 ‘닉’ 구매자들 역시 나와 비슷한 성격, 성향을 가진 경우가 많다”며 “자기 주도적이고, 탐험가처럼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다니고, 여행과 일을 즐기는 이들을 위해 여행 플랫폼을 만들어 보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합정역 인근에 새로운 둥지를 튼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조금만 걸어가면 공항철도를 이용할 수 있는 홍대입구역이 있어 이미 주변에는 여행객들을 기다리는 수많은 호스텔이 즐비해 있고, 근처에는 곧 한강 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라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최적의 장소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끝으로 그는 “루퍼는 연결고리(루프, Loop)가 되어주는 사람이라는 뜻”이라며 “여행을 떠날 사람, 여행 중인 사람, 여행을 하고 돌아온 사람, 그 누구라도 이곳 루퍼 라운지에서 연결되는 커뮤니티 역할을 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노연경 기자 dusrud119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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