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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나도 한때 주린이였다”…2030에게 던지는 박현주의 인사이트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홍콩 회장

입력 2021-02-15 07:30 | 신문게재 2021-02-1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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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맨 박현주는 1997년 외환위기 속에서 미래에셋캐피탈을 설립하며 월급쟁이를 청산한다. 1998년 12월 국내 최초로 뮤추얼펀드를 도입해 주식시장에 간접투자 돌풍을 일으키더니 1999년 미래에셋증권을 세웠다. 2016년 대우증권을 품에 안으며 국내 1위 증권사 미래에셋대우로 우뚝 섰다.

이랬던 그는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다. 현재 그의 소속은 미래에셋대우 홍콩 회장. 국내 활동은 뜸하지만, 요즘 너도나도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주린이(주식 어린이)를 위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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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주는 박현주의 삶을 살아야 한다

“마흔살 됐을 때 누가 저에게 ‘20대 후반보다 젊게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20대 때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을까. 그 때(20대) 다 늙어 버렸나’라고 하더군요.”

박현주 회장은 “누구나 젊은 시절은 고민스럽다”고 했다. 그도 공포감이 있었다고 한다. 결국 ‘나의 삶을 살아야겠다. 박현주는 박현주여야 한다. 남과 비교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증권사는 당시 선호직장이 아니었다. 첫 월급은 12만원, 국민들의 인식은 투기판. 그래도 그는 자본시장의 성장을 믿었다. “새로운 시장에서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소수 입장에서 직업을 선택한 것이다.

박 회장은 일본 자본시장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 일본어 잘하는 친구한테 매달렸다. “열정은 젊은이의 특권입니다. 너무 두려워 마세요.”

◇ “스토리를 만들어라”

2016년 박현주는 통큰 베팅을 한다. 대우증권을 손에 쥔 것. 그러면서 그는 “증권산업은 성장산업”이라고 외친다. 그러나 당시 업황은 바닥이었다. 레드오션이라고들 했다.

박 회장은 “저금리 시대다. 디지털화로 고객들이 자본시장에 쉽게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한국만 본 게 아니고 글로벌 자본시장에 베팅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박 회장은 캐시플로우, 가치투자 이런 고정관념을 깼다. 그는 “경쟁력 관점에서 기업을 봤다. 이게 미래에셋의 성공스토리”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은행 계좌는 모두 갖고 있지만 증권 계좌는 다 갖고 있지 않다. 증권산업이 성장산업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 마중물은 1년치 하숙비


그는 스물한살 때 주식을 시작했다. “교수님들이 자본시장 얘기는 잘 안하고, 재미없는 추상적인 강의만 하시더라. ‘실용적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학생 박현주는 재무관리 강의를 몇 번 듣고 증권사 객장에 갔다. 담배연기 자욱하고 칠판과 분필만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관심 종목에 대해 리포트를 만들었다. 어떨 때는 맞고 틀리기도 하면서. 30대 초반 박현주는 한달에 100페이지 정도 리포트를 제작했는데, 자산배분 전략까지 곁들였다. 요즘 증권사마다 리서치센터가 있지만 그 때는 없었다.

시장 변동성만 보지 않았다. “8월에 주식 사면 11월에는 배당 때문에 오른다. 물론 손해도 봤다”고 했다. 자본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체험한 것이다. 종잣돈은 부모님께서 주신 1년치 하숙비.

◇ 책 읽기는 고수와 대화

주식 투자에 실패한 사람도 많이 봤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을 만났다. “사람이 까칠하면 안된다. 남의 의견을 듣는 시간은 아까운 게 아니다.” 좋은 조언자를 만나는 그의 자세다.

박현주는 책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고수와 대화하는 것이다. 자신과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러면 내가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회장은 요즘 해마다 3000~5000페이지 책을 읽는다. 이를 통해 전략을 수립한다. 아직 새로운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부분도 있다. “‘플랫폼 레볼루션’을 읽고 아마존이나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주식을 샀으면 지금 어마어마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책 내용을 모르면 본인이 소화할 수 있을 때까지 읽으라고 했다. 저자와 대화하듯이, 자신을 한껏 낮추면서.

◇ 저축할래, 투자할래

“자녀들을 글로벌 자본가로 키워라. 왜 저축만 하는 근로자로 남게 하나. 러다이트 운동(1811~1817년 산업혁명 초기 영국 직물공업지대에서 일어난 기계파괴 운동) 때 노동자들이 기계를 부수지 말고 자본가에게 지분을 나눠달라고 했으면 근로자들이 훨씬 성장했을 것이다. 지금은 혁신이 일어나 자본시장에서 누구나 자본가가 될 수 있다. 근로자는 자본가를 경험해야 한다.”(김경록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사장. 박현주 회장의 조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김 사장의 말을 먼저 언급한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유대인의 철저한 금융교육을 꺼낸다. “세상 살아가는 교육 중 하나가 금융교육이다. 우리나라는 미흡하다. 교육이 새로운 트렌드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금융교육은 복지와 연관돼 있다고 강조한다. “과거에는 고금리였다. 투자가 필요 없었다. 지금은 제로금리인데 (교육이) 방향을 못잡고 있다”고 말했다.

◇ 그렇다면 어디서 배워야 하나?

직접 경험하는 것, 즉 투자해 보는 게 가장 좋다. 인생의 좋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손해 적게 보려면 종목을 사지 말고 ETF(상장지수펀드) 사고, 그것도 분산해서 월마다 조금씩 사면 큰 문제 없다. 주린이도 분산개념이 중요하다.

또 ‘주식이 얼마나 올랐나 내렸나’ 이런 동아리보다 경제를 토론하는 동아리를 추천한다. 또 젊은세대는 단기적 매력을 느끼면 안된다. 성격 급하고 분노 게이지 높다면 주식하지 말라. ETF 해라.

◇ 투자의 결과는 사회현상의 산물

앨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에서 정보화 시대를 말했다. 박 회장은 “나는 기술자가 아니었다. 그런데 증권시장에는 많은 정보가 있다. ‘자본시장에 발을 들여놔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바이오 산업을 이해할 때, 보이는 현상이 재미있다. 그런가 하면 세상이 이렇게 바뀔 수 있겠다고 예측할 수 있다. 바이오 산업에는 사회학도 인문학도 들어 있다. 융합이다. 투자의 결과는 전반적 사회현상의 복합체”라고 설명했다.

“2030세대가 성공하면 얼마나 하겠나. 인생은 성공이 아닌 성장 스토리여야 한다. 자기 자신의 능력을 배양하고 사고의 힘이 커지면 누군가 인정한다. 그게 성장이다. 그래서 좌절하면 안된다.”

조동석 기자 ds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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