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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신구·손숙 “우린 ‘원로’도 ‘국민’배우도 아닌 ‘현역’ 배우”

[Pair Play 인터뷰]

입력 2020-02-03 17:00 | 신문게재 2020-02-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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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숙 신구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의 손숙(왼쪽)과 신구(사진제공=신시컴퍼니)

 

“원로 배우 혹은 국민 배우라고 많이들 말하는데 우린 그 말이 듣기 싫어요. 특히 ‘국민’이라는 표현은 누가 뽑아준 것도 아닌데…우린 그냥 현역 배우예요.”

개막을 앞둔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2월 14~3월 22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연습에 한창인 어머니 역의 손숙도, 아버지 신구도 “우린 현역 배우”라고 강조했다. “아직도 활발히 활동하는”이라는 표현에도 손숙은 “아직도 라뇨! 저희 현역이에요!”라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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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의 신구(사진제공=신시컴퍼니)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버지(신구)와 평생을 희생해온 어머니(손숙), 철없는 아들(조달환)이 풀어가는 가족 그리고 정해져 버린 이별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잔잔하지만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고 덤덤하지만 애끓는 이야기의 힘은 여전히 무대 위에 단단하게 발 딛고 선 ‘현역배우’ 신구과 손숙이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나라고 뭐 다른 방법이 없지.”

신구는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의 아버지 같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겠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죽음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지만 살고자 하는 욕망 역시 인지상정이다.

“이 아버지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치료도 불가능하고 그냥 돌아가셔야할 입장이라고 통첩을 받은 거예요. 처자식이 있는 고향으로 와서 죽음을 맞이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그래도 더 살고 싶은, ‘생욕’(生慾)이라고 할까요. 똑같이 살고 싶을 겁니다. 극중 쓰러지면서 아들한테 기대면서 ‘나 살릴 방법을 찾아봐라’라고 간절히 애원하죠. 사람은 다 그래요.”

그리곤 “가족들과 이별하는 ‘웰다잉’ 과정을 따뜻하게 그리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손숙 역시 “저희도 나이가 들어가니 남의 일 같지가 않다”며 “내 일이 됐을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할까를 많이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남편을 바라보는 할머니 마음도 그래요. 착찹함이랄까요. 그리 잘난 척하더니 왜 이렇게 됐냐고 영감님 구박도 했다가 불쌍하기도 하고…자식도 그렇죠. 아버지에게 완벽하지 못해서 후회하는 자식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또 어떨까요. 요즘 저는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아요. 그만큼 ‘웰다잉’ 하는 게 참 중요한 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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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의 손숙(사진제공=신시컴퍼니)

 

이어 손숙은 “가족과 같이 말기 암환자답게 품격 있게 죽고 싶다”며 “극 중 아버지는 가족 옆에서 돌아가신다. 그래도 너무 좋은 게 돌아가시는 장면 자체는 없다”고 덧붙였다.

“제가 어머니라면 요양병원에 보낼 것 같아요. 사실 그것도 방법이죠. 요즘은 요양병원이 예전 같지 않아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요. 가족이 돌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요양병원을 찾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하면서 말기 암환자 돌보기를 병행할 순 없어요. 그건 ‘효’(孝)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또 다시 새 작품을 대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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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2016년 공연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

 

“김광탁 작가가 실화를 그대로 쓰다 보니 대사나 상황들이 일상적이에요. 하지만 배우는 정말 힘들어요. 하나만 놓쳐도 극이 산으로 갈 수 있거든요. 별 것 아닌 대사 한 마디라도 허투루 하거나 놓쳐도 극이 산으로 갈 수 있는 아주 섬세한 작품이죠.”

이렇게 전한 손숙은 “엄마의 ‘야!’ 하나만 잘못해도 이상해지는 극”이라며 “신구 선생님이 간암 말기 환자도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누워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가만히 누워 있는 게 아니라 손을 움직이는 등 간성혼수 환자를 계속 표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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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의 손숙(왼쪽)과 신구(사진제공=신시컴퍼니)

 

“크게 바뀐 건 없어요. 첫 대사가 너무 설명적이어서 행동으로 보여주자 한 정도예요. 하지만 대사 하나하나가 새로워요. 3번의 공연을 하는 동안 채 감지하지 못한 것들이 찾아지는 거죠. 그래선지 새삼스럽게 새 작품을 대하는 것 같아요.”

이어 손숙은 네 번째 시즌에서 가장 와닿는 장면으로 미국에 있는 큰 아들에게 아버지의 병을 알리며 귀국을 종용하는 둘째 아들을 꼽았다.  

 

“둘째 아들이 연극의 내레이터이자 화자예요. 큰 아들은 좋은 학교를 나오고 똑똑해서 미국의 좋은 곳에 취직해 가 있어요. 둘째는 공부도 안하고 툴툴 거리지만 아버지를 돌보며 임종을 지키죠. 마지막에 둘째가 아버지가 편찮으시니까 형한테 오라고 전화를 하는 장면이 있어요. 형이 다음 달에 온다고 하니 둘째 아들이 ‘아버지가 아프다는데’라고 화를 내고 엄마는 옆에서 ‘바쁜 형한테 왜 전화를 하냐’고 성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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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의 손숙(왼쪽)과 신구(사진제공=신시컴퍼니)

장면 설명에 이어 손숙은 “이번 시즌 이 장면에서 어떤 느낌이냐면 큰 아들에 대한 섭섭함이 절절하다. 지난 시즌에 놓쳤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작은 아들을 때리고 혼내지만 큰 아들에 대한 마음인 거죠. 전에는 작은 아들만 쥐 잡듯이 잡았는데 이번 시즌 다시 보니 ‘복합적인 감정을 놓친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요.”


◇불편하지만 외면해선 안될!

“안보면 지 손해지 뭐.”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를 2020년의 관객들이 꼭 봐야하는 이유에 대해 신구는 이렇게 답했다. 이어 손숙은 “연극을 봐야하는 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냐”며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은 가족 이야기”라고 말을 보탰다.

“사람은 다 죽잖아요. 죽음을 어떻게 보느냐, 그 죽음을 아내로서, 남편으로서, 자식으로서 어떻게 바라봐야할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연극이 줘야하는 감동과 희망, 카타르시스가 다 들었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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