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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의 무비가즘] 김혜수, 최민식을 욕하려면 '영화'를 봐라!

입력 2017-11-1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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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가즘_2017_11_17

 

영화 흥행은 하늘만 안다 했던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연기파 배우 2명의 영화가 대중에게 외면받고 있다. 지난 2일 개봉한 ‘침묵’은 50만 관객을 겨우 넘은 상태다. ‘해피엔드’ 정지우 감독과 최민식의 18년만의 재회라는 말이 무색하다. 시사회 직후 언론의 반응 역시 호의적이었다. 늦가을에 어울리는 쓸쓸한 엔딩과 여운이 남는 이야기,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진 수작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지난 2013년 중국 영화 ‘침묵의 목격자’를 리메이크했다고 하기엔 ‘침묵’은 전혀 다른 결을 가진 영화다. 모든 걸 다 가진 한 남자의 완벽한 날, 톱스타 출신의 약혼녀가 죽고 범인으로 딸이 지목된다는 줄거리는 같다. 

 

하지만 정지우 감독의 ‘침묵’은 최민식이 맡은 임태산의 진심이 드러나는 순간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가 재벌 총수여서가 아니다. 성공을 위해 달려온 그의 인생에 이 시대 아버지의 모습이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돈의 가치를 떠나 남자가 가장이 되면서 느끼는 본능은 상황만 다를 뿐 ‘생존과 권력’으로 귀결된다.

(가족이) 더 편하고 많이 누리게 하고 싶은 욕망은 아버지여서 더 강렬하다. 모든 걸 이룬 그 순간 그의 욕망이 비극을 초래했다는 걸 깨닫는 임태산의 결심은 최민식이 가진 내공으로 빛을 발한다. 리메이크작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한국식 정서로 풀어낸 정지우 감독 특유의 섬세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영화계 ‘꾼’인 두 사람의 결과물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기도 하다.

영화 ‘미옥’의 김혜수는 또 어떤가. 최근 충무로에서 단독으로 영화 투자가 이뤄지는 거의 유일한 여배우로서 이 영화가 가진 아쉬움은 단순히 몇 줄로 정리되지 않는다. ‘미옥’은 친절한 영화가 아니다. 밑바닥 인생을 살아왔던 한 여자가 조직의 보스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은 아예 생략돼 있다. 관객들은 미옥의 주변 인물 대사에서 그의 인생을 가늠할 뿐이다. 영화의 대부분은 조직과 검찰 내에서 벌어지는 먹이사슬에 대한 이야기다.

극중 캐릭터들이 가진 순정은 거침없다. 조직의 청소부인 상훈(이선균)은 현정(김혜수)을, 그런 상훈을 좋아하는 웨이(오하늬)와 덫인지도 모르고 웨이를 사랑했던 최 검사(이희준)의 감정은 진심이었기에 더욱 처절한 복수로 이어진다. 그들을 아우르는 언더커버 보스 김혜수가 20년간 숨겨왔던 모성애를 드러내는 순간에 관객들이 느끼는 혼란은 어쩌면 당연하다.

김혜수는 그 부분에 대해 “오히려 그 부분이 차갑고 건조하게 표현됐으면 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언더보스로 자신의 삶을 살아왔던 인물이기에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라며 “결국 같은 지점에 도달해야 하는 감정이라면 내가 생각했던 방식이 제대로 전달됐는지는 관객들이 평가해 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배우로서 가진 아쉬움을 드러내기 보다 대중들의 평가를 받아들이겠다는 겸허한 마음이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두 영화의 아쉬움을 상쇄하는 건 신예 혹은 베테랑 배우들의 몫이다. 최민식과 김혜수가 극찬한 이수경과 안소영, 오하늬는 올해 영화계가 발굴한 보석과도 같다. 흥행과 별개로 이수경, 오하늬, 그리고 ‘애마부인’으로 혜성같이 등장했다 오랜 칩거 끝에 다시 활동한 안소영이 보여주는 에너지는 각각의 영화에서 부족함을 채운다. 새로우면서 능숙하고 우아하면서도 날 것 그대로의 연기를 보여준다. 

 

대중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이 영화를 큰 화면으로 보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영화관에서 직접 보고 하는 비판은 배우들에게도 독이 아닌 약일테니까. 스크린은 배우들 연기의 부족함은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감동은 배가시키지 않던가.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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