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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의 무비가즘] 상반기 1000만 영화만 4편, 극장가 총성없는 '전쟁터'

흥행 역주행 '알라딘'특별관 경험하려는 N차관람 흥행 더해
'기생충' 칸영화제 특수로 중장년층 극장으로
'중박영화' 사실상 실종, 올 하반기 천만영화는?

입력 2019-07-2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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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_무비가즘_2019_7_25

 

자그마치 4편째다. 영화 ‘기생충’이 개봉 53일째인 누적관객 1249명을 돌파하면서 ‘극한직업’(1626만), ‘어벤져스:엔드게임’(1392만) 상영 중인 ‘알라딘’에 이어 올해 4번째 1000만 영화로 등극했다. 같은 해 개봉작 4편이 잇따라 1000만 영화가 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2015년에도 ‘국제시장’ ‘베테랑’ ‘암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 4편이 1000만 고지를 밟았지만 그 중 ‘국제시장’은 전년도 연말 개봉작인이었다.

올해의 기현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덕분에 극장 관객 수도 상반기 사상 처음 1억명을 넘어섰지만 영화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18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 상반기 한국영화 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전체 극장 관객 수는 1억932만명, 극장 매출액은 9307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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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그동안 1000만 영화는 2003년 연말 개봉한 ‘실미도’와 이듬해 초 ‘태극기 휘날리며’, 2005년 연말 ‘왕의 남자’와 이듬해 여름 ‘괴물’, 2012년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 2014년 ‘명량’ ‘겨울왕국’ ‘인터스텔라’ 등 한해에 많아야 2, 3편이었다.

올 상반기 개봉한 ‘돈’ ‘악인전’ ‘말모이’ ‘증인’ 등 차별화된 소재를 가진 중급 예산 영화가 많았지만 200~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서 그쳤다.

특히 ‘기생충’은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한국 최초라는 이목과 사회성 짙은 문제작이라는 입소문은 중장년층과 노년층, 예술영화 관객층까지 극장으로 끌어들여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범죄영화 열풍이 불어닥치면서 중장년층 이상의 관객이 볼만한 영화가 한동안 없었다”면서 “수상뉴스로 화제가 되면서 50대 이상의 관객들이 극장으로 유입돼 ‘기생충’ 흥행에 일조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디즈니 실사 영화로는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해 ‘역주행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알라딘’도 그렇다. ‘알라딘’은 단순 관람 형태를 넘어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등 경험과 체험을 중요시 하는 분위기가 영화관을 즐기는 하나의 문화로 떠오르면서 N차 관람객이 증가했다.

관객들은 실사 영화의 즐거움을 배로 느끼기 위해 특별관을 찾는다. ‘알라딘’의 대표곡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를 필두로 자스민의 솔로곡 ‘스피치리스’(Speechless)을 부르며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이 늘어났다. CGV는 일반관이 아닌 4DX관(21개 이상의 환경 효과와 모션 체어가 결합한 오감체험 특별관)에서 첫 ‘싱어롱’ 상영회를 개최했다. 51명을 초청한 행사에 7313명이 신청해 143: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15회 추가 진행하며 흥행에 기름을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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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알라딘’(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두터운 팬덤도 영화에 한 몫했다. 어린시절 애니메이션으로 ‘알라딘’을 본 관객들이 자녀들과 함께 극장을 찾고 자발적인 행사에 참여하는 등 흥행 분위기를 이어갔다. 지난달 21일 이화여대 학생들은 CGV 신촌아트레온관을 대관해 아예 극장에서 춤을 추는 ‘댄스 어롱’(Dance-Along)을 진행했다. 지니, 알라딘과 함께 춤을 추는 행사로 각종 SNS에 등장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관객 500만명 이상인 ‘중박 영화’가 전무하다는 점도 올해 상반기 극장가의 적신호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최근 업계에서는 ‘배우들만 내세운 졸작들도 기본으로 한다는 100만명도 쉽지않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많다”며 “인구 5000만명의 대한민국에서 실질적인 관람가능 관객수를 따져봐도 상반기에만 1000만 영화 4편의 출현은 중박 영화의 실종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보는 영화만 본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관객수의 정체기를 수치로 들고 있지만 하반기의 추가 ‘1000만 영화’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6년간 매년 2억 1000만명대, 1인당 관람횟수는 연평균 4.2회 안팎에 불과했다. 하지만 ‘엑시트’ ‘사자’ ‘봉오동 전투’ 등 여름 대작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흥행 시리즈인 ‘타짜: 원 아이드 잭’과 ‘겨울 왕국2’ 역시 추석과 겨울 시즌에 각각 개봉하다. 2019년 극장가는 총성 없는 전쟁터나 마찬가지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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