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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의심’으로 시작했지만 꼭 ‘하고 싶어진’ 인간 홍범도 그리고 극장 이야기 ‘극장 앞 독립군’

봉오동 전투, 청산리대첩 등의 홍범도 장군 이야기, 전장을 누비던 ‘날으는 홍범도’ 시절이 아닌 카자흐스탄 고려극장 수위로 일하던 말년 삶에 주목
세중문화회관 산하 9개 예술단체 통합공연, 김광보 총연출, 고연옥 작가, 나실인 작곡가·음악감독, 정혜인 안무 등의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

입력 2019-07-2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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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앞독립군 쇼케이스7
22일 열린 ‘극장 앞 독립군’ 쇼케이스(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일본이 한국에 경제 보복 조치를 가하고 있는 시기다 보니 혹자는 저희 종합연극이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극이 아닌가 오해를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23일 세종문화회관 아티스트라운지에서 열린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9월 20, 2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제작발표회에서 총연출 김광보 서울시극단장은 작품에 대해 “홍범도 장군의 삶에 주목한 음악극”이라고 소개했다.

“홍범도 장군이 1940년 카자흐스탄으로 넘어가 고려극장에서 1943년까지 수위로 일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그 쓸쓸하고 외로웠던 삶, 인간적인 데 주목했죠. 당시 홍범도가 태장춘 고려극장장을 만나 들려준 일대기를 담은 ‘날으는 홍범도’라는 연극이 실제로 카자흐스탄에서 공연된 적이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만들었습니다.” 

 

기자간담회_김광보 총연출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 김광보 총연출(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1920년 길림성 봉오동 골짜기에서 야스가와 소좌가 이끄는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독립군 연합부대의 선봉에는 만주 대한독립군 총사령군 홍범도 장군이 있었다.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은 그 봉오동 전투를 비롯해 청산리 전투 등으로도 유명한 그 시절의 홍범도가 아닌 극장 문지기로 보낸 말년에 집중하는 작품이다.


◇세종문화회관 산하 9개 예술단체 최초의 통합공연

‘극장 앞 독립군’의 또 다른 가치는 서울시 세종문화회관과 그 산하의 9개 예술단체가 모두 참여하는 공연이라는 데 있다.

김광보 총연출이 이끄는 서울시극단을 비롯해 서울시국악관현악단·청소년국악단, 서울시 무용단, 서울시합창단·소년소녀합창단, 서울시뮤지컬단, 서울시오페라단,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단 소속의 300여명이 총동원된다.

세종문화회관의 김성규 대표는 “9개 예술단체가 같이 하는 공연이 있으면 좋겠다고는 했지만 각 단체의 일정, 이해관계 등이 얽혀 추진이 쉽지 않았다”며 “경영적 측면에서 각 단체가 함께 작품을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계기”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 공연에 서울시극단원들이 동원되는 등 각 단체의 작품들에서도 소규모의 협업들이 이뤄졌습니다. 제가 의도했던 바죠. (극장 앞 독립군) 제작과정을 지켜보면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세종문화회관의 우수한 베테랑 스태프들, 단장님들, 단원들이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극장앞독립군 쇼케이스 옥상1
22일 열린 ‘극장 앞 독립군’ 쇼케이스(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이렇게 전한 김성규 대표는 “계속 드러나는 문제점들을 스태프들이 해결해 나가는 걸 지켜보면서 앞으로 부각시키고 끌어가야 할 모습이라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날 열린 ‘쇼케이스’에서는 총 22곡 중 ‘독립군가’ ‘그놈의 정절’ ‘비극의 탄생’ ‘홍대장 가는 길엔’ ‘날으는 홍범도’ ‘한 사람의 약점’ ‘당신들의 싸움은 끝났다’ ‘우릴 잊었나’ ‘기다려주오 나 홍범도’ ‘극장은 다시 꿈꾸네’를 대거 선보였다.

이를 위해 22일 통합 리허설을 진행했다는 김광보 연출은 “땡볕에서 진행한 4시간 정도 진행된 리허설은 그야 말로 축제의 현장”이었다고 말을 보탰다.

“9개 단체가 모여 통합공연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짓일까 생각했지만 다들 너무 기뻐했고 재밌어 했습니다. 그렇게 9개 단체가 하나로 거듭나는 과정을 겪으면서 이 공연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됐죠.”


◇인간 홍범도 그리고 극장 이야기
 

기자간담회_고연옥 극작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 고연옥 작가(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독립운동사에서 홍범도 장군은 영웅이었지만 그분의 말년은 굉장히 비루하고 쓸쓸했습니다. 삶도, 가족관계도 비참했죠. 그 원인을 알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걸 연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죠. 영웅적인 모습보다 인간적인 모습들이 보다 극적이었거든요.”

김광보 연출의 전언에 고연옥 작가는 “우리보다 출중한 공력과 인간성을 가진 영웅이 아닌 평범한 영웅으로 다루고자 했다”며 “홍범도가 등장하는 순간 우리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강조하지 않아도 충분히 민족정신과 독립에 대한 염원, 민초들의 힘이 전달될 것이라고 믿었다”고 덧붙였다.

“초라하고 비루하고 실패한 모습이지만 저들이 있어서 우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우리의 수많은 실패도 미래를 위한 한 걸음이라는 의미를 전달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멋진 영웅이 아닌, 어려서부터 싸움꾼이었던 모습에 주목했어요. 홍범도는 나를 위한 싸움, 더 중요한 싸움을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성찰했던 사람이었죠. 실패나 실수도 할 수 있지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길을 선택했던 한 사람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얘기하고 싶었어요.”

그리곤 “노인이 된 홍범도 장군이 극장을 지키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극장은 어떤 곳일까를 생각했다”며 ‘극장 앞 독립군’에 대해 “홍범도 장군의 이야기이자 극장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세종문화회관 예술단체 통합공연이라는 의미에도 부합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 극의 특징은 화려한 전장이 아닌 초라하게 극장 수위로 일하는 홍범도를 추적하는 데서 시작해 홍범도에 대한 연극이 무대에 올라가고 그를 마지막으로 극장이 폐관되면서 극도 끝난다는 겁니다.”

기자간담회_김성규 사장
세종문화회관 김성규 대표(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이렇게 전한 고연옥 작가는 “연극 영웅 홍범도와 그 독립운동에 실패한 현실의 홍범도를 대비시키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홍범도 장군이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하면서 살아왔는지를 극장과 무대를 지키려 애쓰는 배우들과 동일시하면서 다시 한번 영웅성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그 시대 독립군이라는 위태로운 길을 선택한 홍범도에게 극장이 위로를 줄 수 있다면 그것이 그 시대 극장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했죠.”

이어 “(카자흐스탄에 위치한) 당시의 고려극장은 조국으로부터 떨어져 있지만 조선어로 공연하고 노래하며 항상 조선과 조선의 독립을 향해 있었다”며 “그 곳과 세종문화회관은 여전히 멀리 떨어져 있지만 연결돼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홍범도 장군은 수위로 취직하기 전부터 극장 앞을 매일 지나다녔어요. 극장 앞을 오가는 많은 이들이 자기 삶의 소중한 독립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타적으로 따로 떨어진 게 아니라 공연이 있든 없든 품어줄 수 있는 광장이자 고향과도 같은 역할을 했던 것이 극장이지 않나 싶었어요.”

이렇게 전한 고연옥 작가는 “홍범도 장군처럼 사시는 분들이 극장에서 실패했고 슬픈 삶이이지만 의미를 부여하고픈 인물의 이야기를 보며 꿈꿀 수 있기를 바랐다”며 “그 소중한 공간이 극장이기를, 그 공간을 사랑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을 보탰다.


◇40여년의 시간, 조선과 러시아를 넘나드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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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 나실인 작곡·음악감독(왼쪽)과 정혜진 안무가(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극 안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때와 극장 문지기로 지내던 두 시점이 펼쳐집니다. 전투와 전쟁, 나라를 빼앗긴 황망함을 표현하는 음악적 모티프로 극장과 전쟁터를 대비시켰죠.”

나실인 작곡가이자 음악감독은 이렇게 전하며 “극장만이 가진 낭만적인 정서들을 잘 전하도록 신경 쓰고 있다”며 “음악을 통해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을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김광보 연출은 “9개 단체가 함께 하는 무대예술은 다르지만 다르지 않은 ‘공연성’을 가졌다”며 “모든 요소를 나실인 작곡가가 하나로 묵어주셔서 어려움 없이 해결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안무는 서울시무용단의 정혜진 예술감독이 책임진다. 그는 “정말 많은 인원이 넉넉하지 않은 무대에 서야 해서 무용으로서 에너지를 폭발하기 보다는 내재된 한국무용의 한스러움을 많이 표현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기자간담회_홍범도역 강신구 단원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 홍범도 역의 강신구(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무용자체가 음악과 어우러지면서 독립적인 무용이 배치되는가 하면 뮤지컬 단원들과 혼용하기도 합니다.”

홍범도를 연기하는 서울시극단의 강신구는 “연극에 집중하다보니 뮤지컬, 음악극 등을 잘 못해봤는데 홍범도 장군의 마음을 소년의 독창으로, 무용으로 표현하는 등 시너지가 흥미롭다”고 전했다.


◇‘의심’으로 시작했지만 하다 보니 꼭 해야 될 ‘시너지’

“저희 극 중 ‘하다 보니까 하고 싶어졌어. 이거 꼭 해야겠어’라는 극장장 연태용의 대사가 있어요. 저희 예술단들이 그랬습니다. 의미와 과정을 떠나 극에 몰입한 여러 단원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어떻게 녹여내 이 사람들과 즐거울까 경쟁하면서 ‘이거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어요. 그게 시너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려극장 배우 김표도르 등을 연기하는 서울시합창단원 한상희는 이렇게 전하며 “세종문화회관만이 할 수 있는 공연을 하자고는 했지만 막연하게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버무려지니 막상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광보) 연출이 계속 가자고 해서 시작은 했지만 통합공연 자체가 가능할지, 계속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문제점도 많이 나왔고 예술단별로 불만도 있는데다 극장 스케줄은 이미 다 찬 상황이었죠.”

이렇게 토로한 김성규 대표는 “다행스러운 건 초창기에는 대부분 남탓을 하면서 불만을 전했다면 이제는 자신들의 문제를 얘기한다는 사실”이라며 “단합되는 모습이 눈에 보여 좋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포맷이나 예술적 가치, 제작극장으로서 의미를 강화할 방식 등에 대해서는 좀더 이야기를 나눠봐야 하지만 내년 계획을 미리 잡아두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극장앞독립군 쇼케이스7
22일 열린 ‘극장 앞 독립군’ 쇼케이스(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9개 단체 300명이 다 설 수 있습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가 아무리 넓어도 9개 단체 300명이 다 설 수 있을지, 연습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김광보 연출은 “모두 설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음악팀과 드라마팀이 분업화해 각 팀대로 연습 중입니다. 지난 5월 서울시국악관현악단과 협업한 세종음악기행 ’작곡가 세종‘ 연출을 하면서 학습효과를 얻었어요. 더불어 세종문화회관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프로페셔널이구나를 깨달았죠.”

이어 “파트별, 단별로 연습하고 조합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도 알았다”며 “그 가능성을 22일 첫 통합 리허설에서 확인했고 9월 본공연도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문화회관 산하 9개 예술단과 기술팀의 역량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300명이 다 올라가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했어요. 첫 통합공연이기 때문에 꼭 그래야만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죠. 그리고 모두가 올라가는 공연이 될 겁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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