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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40년지기 미하엘 쿤체·실베스터 르베이…“파트너십의 원천은 우정과 신뢰의 공존”

입력 2019-11-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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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베카’ ‘마리 앙투아네트’ ‘모차르트!’ ‘엘리자벳’ ‘베토벤’ 등의 작가·작사가 미하엘 쿤체(왼쪽)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사진제공=EMK뮤지컬)

 

“늘 하고 싶은 얘기는 한 인간이 내면의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레베카’(2020년 3월 15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지난 주 폐막한 ‘마리 앙투아네트’와 ‘엘리자벳’ ‘모차르트!’ 그리고 2021년 선보일 ‘베토벤’ 등의 작가·작사가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 이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 이하 르베이) 콤비는 이렇게 전했다. 이어 쿤체는 “저희가 소재를 찾기 보다는 소재가 저희를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소재가 찾아올 때는 이야기를 가지고 찾아온다”며 뮤지컬 ‘레베카’를 예로 들었다.

“굉장한 러브스토리가 담긴 ‘레베카’는 ‘모차르트!’ ‘마리 앙투아네트’ ‘엘리자벳’ 등과 좀 달라보이지만 주제적 측면에서는 유사합니다. 진정한 자아 찾기 여정이죠. ‘레베카’의 ‘나’는 자존감과 존재감이 낮은 미약한 존재였어요. 하지만 한 남자를 죽음에서 구해내는 과정에서 자신도 몰랐던 힘을 발견하죠.”

뮤지컬 ‘레베카’가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의 힘과 자존감을 찾아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라고 소개한 쿤체는 “몰랐던 힘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모던한 테마이자 동시대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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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베카’ ‘마리 앙투아네트’ ‘모차르트!’ ‘엘리자벳’ ‘베토벤’ 등의 작가·작사가 미하엘 쿤체(사진제공=EMK뮤지컬)
“레플리카(그대로 가져오는) 공연의 경우 수정되지 않는다면 죽어 있는 상태로 공연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발전이 없다는 데서 조심스럽죠. 뮤지컬이 살아 있는 작품이려면 동시대 관객과 만나야 하고 동시대 언어로 풀어내야한다고 생각해요. 문화권에 따라 수정도 필요하죠. 그것이 저희 작품의 장점으로 작용한다는 걸 여러 번 확인해 왔습니다. 다양한 해석이 우리 작품에 영향을 미치고 그 과정은 생산적이면서도 생생한 작업이죠. 뮤지컬은 살아있는 장르입니다. 그 생명력을 끊임없이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40년지기 콤비, 우정과 신뢰의 공존

“40년 파트너십의 비결은 그 원천에 창작력과 우정이 연결돼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협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존중과 서로의 작업에 대한 솔직함이죠.”

1973년부터 함께 했던 두 사람의 파트너십 비결에 대해 이렇게 전한 쿤체는 “서로의 의견을 굉장히 솔직하게 주고받는다. 솔직하게, 충분하게 얘기해줘야만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라며 “르베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르베이 역시 “쿤체가 ‘1막 그 장면에서 그 곡은 수정이 필요하지 않아?’라고 얘기를 하면 ‘어딘지 알아! 나도 안맞는다고 생각했어’라고 대답하기도 한다”고 말을 보탰다.

“동일한 느낌을 공유한다는 데서 특별하죠. 우정을 바탕으로 어떤 말도 저항감 없이 받아들이며 작업하는 게 저희 두 사람의 특장점 같습니다. 40년 전 팝시장에서 만나 같이 일하다 각자의 길로 나아갔어요. 쿤체는 소설을 썼고 저는 영화음악을 했죠. 그 동안에도 우리는 우정을 유지해 왔습니다.”

브레이의 말에 쿤체 역시 “우정과 서로에 대한 존중과 믿음이 있어서 40년 간의 파트너십이 가능했다”며 “예술적으로 서로 보완하면서 창작물이 만들어진다는 점이 협업의 장점이다. 저희는 같이 일하면서 1+1이 2가 아닌 3을 만들어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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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작가·작사가 미하엘 쿤체(왼쪽)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가 함께 했던 뮤지컬 작품들(사진제공=EMK뮤지컬)

 

“저희 뮤지컬은 전형적인 브로드웨이 작품과는 다른 것 같아요.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쇼적 요소가 가미되지만 우리는 이야기 전달이 가장 중심이거든요. 쇼적 재미보다는 극적 요소에 포커스를 두고 음악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죠. 그래서 항상 이야기, 드라마에서 출발하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이야기의 구조를 형성하는 거죠. 그 안에 노랫말이 들어가요. 이야기의 일부를 먼저 만들어내고 구조를 형성한 후에 르베이에게 주죠. 그러면 르베이는 거기서 영감을 받아 역으로 저에게 이야기와 구조에 대해 제시하는 과정을 반복하다가 대본을 완성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어요.”

르베이 역시 “단순히 음악을 먼저 작곡할 수 없다. 음악은 아주 명확하게 텍스트에 맞춰 극적 상황을 잘 이끌어내야 관객에게 잘 전달된다고 믿기 때문”이라며 “두 사람 다 어떤 이야기를 할지, 사건, 테마 등을 결정한 후 이를 바탕으로 인물관계, 극적 상황, 느끼게 될 감정 등을 만들어낸 후 이를 바탕으로 작곡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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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베카’ ‘마리 앙투아네트’ ‘모차르트!’ ‘엘리자벳’ ‘베토벤’ 등의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사진제공=EMK뮤지컬)
“완벽한 텍스트에 음악을 맞춘 예가 ‘레베카’ 2막에서 막심이 나에게 레베카를 살해했다고 고백하는 장면이에요. 쿤체가 신 자체를 완성해서 보내주고 그에 맞춰 음악을 썼죠. 거꾸로 쿤테가 ‘원하는 멜로디 작업을 해보세요. 거기에 텍스트를 맞출게요’라고 제안을 하기도 해요.”


◇흥미로운 한국 뮤지컬과 배우들

“두 공연 모두 너무 압도적이었어요. 배우들이 단순히 노래와 연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캐릭터가 돼 무대 위에서 살아 숨쉬는 느낌이었죠. 진정성을 담고 있는 감정에 너무 벅차 말이 잘 안나올 정도였어요. 높은 예술적 성취로 만들어진 무대에 우리 두 사람 모두 행복했습니다.”

“이번 내한 동안 운이 좋게 ‘레베카’의 첫 공연과 ‘마리 앙투아네트’의 마지막 공연을 봤다”는 르베이는 “배우들의 역량과 더불어 김문정 오케스트라도 특별했다. 우리의 음악적 이야기를 잘 전달해줬다”고 덧붙였다. 르베이의 극찬에 쿤체 역시 “너무너무 압도적인 경험이었다”고 표현했다.

“제 작품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런데 ‘마리 앙투아네트’ 마지막 공연에서 울어버렸어요. 무대 위 마리라는 인간이 다시 살아나 죽어가는 과정을 한국 배우들이 너무 뛰어나게 표현해 주셨어요. 지금까지 많은 공연을 봐온 저에게도 그런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게 특별하게 다가왔죠. 2009년 ‘모차르트!’부터 한국의 뮤지컬계를 10년 동안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굉장히 성장했고 그 성장 안에 제가 있었다는 데 기쁘기도 합니다. 짧은 기간 안에 국제적 스탠다드를 만들어낸 창작능력이 놀랍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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