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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디자인, 도구의 역사 아닌 인간과 물질에 대한 탐구…‘핀란드 디자인 10 000년’展

입력 2019-12-2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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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물질 그리고 변형-핀란드 디자인 10 000년’展(사진=허미선 기자)

 

“디자인을 최소화한 것이 현대사회와 통하는 것 같습니다. 사우나에서 자연을 바라보고 굉장히 깊게 생각하죠. 오로라도 우주와 인간 차원에서 감각하죠. ”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020년 4월 5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릴 ‘인간, 물질 그리고 변형-핀란드 디자인 10 000년’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핀란드 디자인에 대해 “우주적인 상대성으로 표현한 디자인”이라고 표현한 배 관장은 “디자인요소 자체를 줄인, 자연과 접촉하는 감각에서 오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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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물질 그리고 변형-핀란드 디자인 10 000년’展(사진=허미선 기자)

 

“사우나도 그래요. 핀란드의 겨울 생활 반은 사우나에 앉아서 생각하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추상화되고 군더더기가 다 떨어져 나가면서 기능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배 관장은 엘리나 안틸라 핀란드국립박물관장과 전시장 내에 체험관으로 마련된 핀란드 식 사우나에서 잠깐의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엘리나 관장은 “유산, 지식의 전달 그리고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이어지는 노하우가 전시의 출발점”이라 표현했다.

이어 전시 기획자인 빌레 코코넨(Ville Kokkonen) 교수와 건축가 플로렌시아 콜롬보(Florencia Colombo)의 말을 빌어 “혁신이라는 개념을 선조로부터 이어온 참여적인 발전과정으로 재해석해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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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물질 그리고 변형-핀란드 디자인 10 000년’展(사진=허미선 기자)

 

돌도끼와 휴대폰, 나무썰매와 현대식 스키, 곰의 뼈와 현대의 디자인 의자, 핀란드의 석과 비슷한 기능과 모양새의 설피 등 이질적인 혹은 물리적으로 먼 거리에서도 유사성을 띠는 유물들이 한 공간에 전시된다.

백승미 학예연구사는 “핀란드에 사람이 살기 시작하고 온갖 자연, 동식물 등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이야기가 1만년 전부터 시작된다”며 이번 전시에 대해 “1만년 전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왔는지 거슬러 오르는 연대기적 구성이 아니라 1만년 역사 전체에서 각 사물들이 가진 목적, 기능, 상징성 등 테마의 형태로 분류된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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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물질 그리고 변형-핀란드 디자인 10 000년’展. 흰색 넘버링은 핀란드, 빨간색은 한국 유물(사진=허미선 기자)

 

이번 전시는 ‘인간은 사물을 만들고 사물은 인간을 만든다’ ‘물질은 살아 움직인다’ ‘사물의 생태학’ ‘원형에서 유형까지’ ‘초자연에서 탈자연으로’ ‘사물들의 네트워크’ 6개부와 ‘프롤로그 디지털 존’ 그리고 대형 오로라를 연출한 영상실로 이뤄진다.

전시장 입구의 ‘프롤로그 디지털 존’에서는 이번 전시제목 속 ‘10 000년’의 의미를 풀어내기도 한다. 핀란드의 대표 소프트웨어인 리눅스로 부팅해 무중력상태에서 1만년을 아우르는 유물 이미지가 순환하는가 하면 디지털 사회의 기반인 이진법을 상징하는 ‘0’과 1‘이 흐른다. 더불어 64개의 스피커가 과거와 현재, 미래의 소리들을 들려주는 등으로 1만년 전 고대와 이진법으로 이뤄진 현대의 세계를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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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물질 그리고 변형-핀란드 디자인 10 000년’展 전시장 입구 ‘프롤로그 디지털 존’(사진=허미선 기자)

 

“이번 전시 구성은 핀란드에서 했던 전시의 많은 부분을 따랐지만 협력해서 재구성하거나 국내 한국 유물을 같이 선보이기도 합니다. 흰색 번호는 핀란드의 것이고 빨간색으로 표시된 것은 한국의 유물이죠. 한국의 것과 흡사한 핀란드의 유물들을 다수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곤 “물질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소성을 깨달은 인간이 무언가를 만들었던 과정이 얼마나 인류보편적이며 유사성을 갖는지 알게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는 핀란드의 오랜 역사 속 물질 뿐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이 살아가면서 어떻게 물질을 활용하는가를 보는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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