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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그렇게 사랑은, 전쟁은, 예술은 계속 되었다…연극 ‘환상동화’

김동연 작·연출 연극 ‘환상동화’, 전쟁·사랑·예술을 광대에 대입해 풀어가는 이야기
기세중·장지후, 강하늘·송광일, 원종환·육현욱, 박규원·백동현·최정헌, 윤문선·한소빈 출연

입력 2019-12-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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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환상동화
연극 ‘환상동화’에 출연한 김동연 작·연출(왼쪽부터), 마리 역의 윤문선·한소빈, 사랑광대 강하늘·송광일, 전쟁광대 장지후·기세중, 한스 박규원·최정헌·백동현(사진=허미선 기자)

 

“꿈으로 파괴도, 창조도 가능한 법이다” “사랑은 치열한 전쟁, 사랑은 뛰어난 창작이다. 사랑이란 존재 그 자체, 존재할 수 있는 건 바로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은 계속 되었다” “그렇게 예술은 계속 되었다” “그렇게 전쟁은 계속 되었다”

연극 ‘환상동화’(2020년 3월 1일까지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코튼홀)의 대사들처럼 삶은 어쩌면 전쟁과도 같고 사랑으로 영위해가며 예술로 풍요로워진다. 꿈꾸는 이들에게는 환상이 현실이 되기도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김동연 작·연출의 연극 ‘환상동화’는 삶의 요소인 전쟁·사랑·예술을 광대에 대입해 풀어가는 작품이다.  

 

연극 환상동화
강하늘은 연극 ‘환상동화’ 사랑광대로 무대에 복귀한다(사진=허미선 기자)

피아노와 음악을 사랑했지만 전쟁 중 청력을 잃은 남자 한스, 전쟁 나간 오빠를 기다리며 춤추는 눈 먼 여자 마리의 전쟁, 사랑, 예술이야기다.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코튼홀에서 26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김동연 연출은 전쟁, 사랑, 예술을 광대에 빗대 풀어낸 이유에 대해 “원래 광대 캐릭터를 좋아한다”며 “무대에서 우스꽝스럽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신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삶은 여러 요소들, 사랑·전쟁·예술 3가지 요소로 꾸려가죠. 무대 위에서 무엇이든 이야기할 수 있고 이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인물이 광대이자 신이라고 생각했어요.”

2007년 초연됐고 2008, 2009, 2010, 2013년 공연된 후 6년여만에 돌아온 ‘환상동화’에는 전쟁광대 역의 기세중·장지후(가나다 순), 사랑광대 강하늘·송광일, 예술광대 원종환·육현욱, 한스 박규원·백동현·최정헌, 마리 윤문선·한소빈이 출연한다.

“6년만에 돌아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뭘 바꿀까 보다 뭘 지키고 간직할지를 더 고민했습니다. 이야기를 떠올리고 연습하고 첫 선을 보일 때의 두려움과 설렘을 현재 함께 하는 배우들과 만난다는 생각으로 준비했죠. (이 극이 가지고 있던) 원래 의미를 지킬 수 있을까를 고민했죠.”

이렇게 털어놓은 김동연 연출은 “그걸 지키기 위해 관객과 극장의 변화, 기술발전 등에 맞는 비주얼적·음악적 요소를 보완해 지금 관객을 만족시키고자 했다”며 “극의 메시지나 처음 이 극을 준비할 때의 두려움, 설렘 등의 감정은 그대로 공감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명확한 디렉션, 배우들 저마다의 개성 묻어난 광대들

연극 환상동화
연극 ‘환상동화’(사진=허미선 기자)

 

“연출님이 사랑광대는 가장 순수한 역할이라고 하셨어요. 자기 감정에 솔직한 어린아이가 가장 순수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린 친구들에게서 모티프를 많이 얻었죠.”


송광일의 말에 같은 사랑광대 역의 강하늘은 “송광일 배우와는 친구”라며 다른 일정들로 제가 늦게 참여하다 보니 광일씨가 많은 것들을 만들어 주셔서 따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극 환상동화
연극 ‘환상동화’의 광대들. 왼쪽부터 사랑광대 강하늘, 전쟁광대 장지후, 사랑광대 송광일(사진=허미선 기자)

 

“송광일 배우가 너무 잘해서 떨어뜨린 걸 살살 주워 먹고 있습니다. 광일 배우의 표현법을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열심히 따라하고 있죠. ‘다르게 표현하겠다’가 아닌데도 사람 자체가 달라서 다른 느낌을 내는 것 같아요.” 

 

 

그리곤 강하늘은 “광일 배우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마음을 전하며 “제 맨 얼굴이 사랑스럽지는 않아서 (사랑스러운) 그 느낌을 주려고 요행을 부리고 있다”고 분장 콘셉트를 설명하기도 했다.

전쟁광대 역의 장지후는 같은 배역이지만 배우마다 다른 느낌에 대해 “연출님이 주는 소스나 디렉팅 자체가 명확하다”며 “사과를 원하면 사과를 말씀하시는데 배우들마다 누구는 빨간 색을, 또 누구는 맛을 떠올리는 차이”라고 비유했다.

“연출님의 디렉팅을 잘 지켜나가려고 노력 중이에요. 다만 사람마다 성격 등이 다르다보니 다르게 나타나지 않나 싶어요. 전쟁광대에 동의하는 부분은 현실이 전쟁같다는 겁니다. 끊임없이 경쟁하고 순위를 매기는 사회잖아요.”

전쟁광대와의 닮은 점에 대해 이렇게 전한 장지후는 “하지만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장지후는 그런 전쟁같은 세상을 좋아하지는 않는다”며 “경쟁구도에서 벗어나려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어떻게 보면 도망치는 것 같지만 (치열한 경쟁과 순위를 매기는 사회) 거기에 끼고 싶지 않아요. ‘나를 찾아가는 삶’을 따르고 싶습니다.”

이렇게 전한 장지후의 말에 또 다른 전쟁광대 기세중은 “저랑 비슷한 부분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며 “전쟁광대가 가장 이성적인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전쟁 자체가 현실을 얘기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부분을 찾아가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연극 환상동화
연극 ‘환상동화’(사진=허미선 기자)

 

“제가 알고 있는 전쟁과 광대가 말하는 전쟁이 다른 것 같아요. 유치한 일 때문에 일어나는 게 전쟁 같죠. 그래서 순수함, 어린애 같은 마인드에서 시작해야 비슷한 점이 생길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전쟁을 안좋게만 생각하지 않고 놀이로 생각하는 걸로 녹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사랑광대 역의 송광일은 “세 광대는 각자 입장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이에 광대들 보다는 마리와 한스에 집중하면 세 광대의 매력이 더 잘 보일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박규원 ‘삶의 의미’, 백동현 ‘태엽’, 최정헌 ‘세상 속으로 이끄는 키’
 

연극 환상동화
연극 ‘환상동화’. 한스 역의 박규원, 마리 윤문선, 한스 최정헌, 마리 한소빈, 한스 백동현(사진=허미선 기자)

 

“극 중 ‘한스는 단 하나를 잃었지만 그로 인해 다 잃었다’는 표현이 있어요. 한스는 청력을 잃었지만 그로 인해 자신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음악을 잃었죠. 삶의 의욕을 잃은 상황에서 가능성과 희망을 가지고 카페로 가서 마리를 만나요. 마리를 만남으로서 삶의 이유가 생겨 버렸죠.”

한스에게 마리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전한 박규원의 말처럼 연극 ‘환상동화’는 전쟁터를 카페로, 화약 냄새를 향긋한 커피향으로, 죽어가는 비명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둔갑시키는 마법 같은 이야기다.  

 

연극 환상동화
연극 ‘환상동화’(사진=허미선 기자)

전쟁터와 상상으로만 보던 카페를 오가는 사랑·전쟁·예술광대는 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한스와 마리의 마리오네트 극으로 변주하기도 한다. 한스 역의 백동현은 마리의 의미에 대해 얘기하면서 극의 프롤로그를 언급했다.

“프롤로그에 사랑광대가 태엽을 꽂아서 돌리는 장면이 나와요. 청력을 잃은 한스가 마리를 만나면서 삶의 의지, 생명력을 느낄 때 프롤로그에 나온 (사랑광대의) 그 태엽이 아닐까 생각하게 돼요.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아래로만 내려가는 인물 한스가 마리라는 태엽을 꽂고 움직일 수 있게 되거든요.”

또 다른 한스 최정헌은 “세상을 외면하는 한스를 세상 속으로 다시 들어오게 하는 키 같은 존재가 마리”라고 말을 보탰다.

 

최정헌은 “피아노를 직접 연주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어려서 피아노를 배워둘 걸 그랬다 생각했다”며 “성악과를 나온 박규원 배우는 변주까지 해서 부러웠다”고 토로했다. 이에 박규원은 “부모 강요로 배운 피아노가 쓰임을 받게 됐다”고 대꾸해 웃음을 자아냈다.

“작곡가이자 음악가인 한스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기왕이면 극 중 연주곡을 직접 작곡하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조금씩 공유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감사합니다. 저는 마리오네트 연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끝내 해냈다는 게 기분 좋습니다.”

강하늘의 전역 동기이자 ‘신흥무관학교’에서 김동연 연출·강하늘과 호흡을 맞춘 백동현은 연극 ‘환상동화’를 통해 대학로 무대에 신고식을 치렀다.  

 

연극 환상동화
연극 ‘환상동화’(사진=허미선 기자)

 

“저도 (강)하늘 배우와 같이 전역해서 대학로에 처음 들어오게 됐습니다. 막내로서 계속 형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드릴 수 있도록 많이 배우고 있어요.”

 

그는 한스를 비롯해 광대 커버(배역을 맡은 배우가 공연을 못할 때 그 자리를 대신하는 배우)로 참여한 ‘환상동화’에 대해 “많이 감사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백동현을 비롯해 마리 역의 윤문선과 한소빈도 ‘환상동화’가 데뷔작이다. 윤문선은 “현역 무용수로서 첫 연극 도전에 설렘과 기대가 크다”고, 한소빈은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환상같은 데뷔”라고 소감을 전했다.


◇뮤지컬로 봐야할 이유 찾으며 아직은 개발 중!
 

연극 '환상동화'
연극 ‘환상동화’ 출연진. 왼쪽부터 사랑광대 강하늘송광일, 한스 박규원, 마리 윤문선 한소빈, 한스 백동현 최정헌, 전쟁광대 장지후(사진=허미선 기자)

 

“왜 굳이 뮤지컬이 돼야하지? 연극과 뭐가 달라야하지? 그런 것들을 해결하고 개발하려다보니 좀 늦어지고 있습니다.”

연극으로 시작한 ‘환상동화’는 꽤 오래 전부터 뮤지컬화 작업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이렇게 전한 김동연 연출은 “원래 작품이 가진 광대들의 희극성 표현 자체가 쉽질 않았다”며 “현재는 어둡고 무겁게, 물량이 많이 투입돼야하는 대극장 버전으로 개발돼 있다”고 귀띔했다.

“소극장 버전 뮤지컬로도 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연극으로 해도 되는 이야기를 굳이 뮤지컬로 왜 해야하는지에 대한 숙제를 완전히 해결하질 못했습니다. 뮤지컬은 그 자체로 새로운 느낌, (연극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객들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 숙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면 보완해서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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