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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모두가 목놓아 부르는 아픈 역사…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입력 2020-02-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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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의 눈동자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윤여옥 역의 김지현(사진=브릿지경제 DB)

 

“무대나 운영이 달라졌지만 감정선이나 생각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후반부에 추가된 대치와의 신에서 여옥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좀 더 보여지는 정도죠.”

여옥으로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2월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고 있는 김지현은 지난해 초연과 달라진 점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1월 3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김지현은 “이 작품이 저에게 갖는 의미는 굉장히 크다”며 “이 작품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너무 좋아서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생각 많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초연 당시 제작비 투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고 이를 ‘나비석’이라는 무대 위 객석으로 해결하며 호평받았던 작품이다.  

 

여명의 눈동자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장하림 역의 이경수(사진=브릿지경제 DB)

“초연은 힘들게 올렸는데 이번엔 좋은 환경에서 정식으로 잘 올라가게 돼 좋아요. 제 마음에 처음부터 훅 들어와서 운명처럼 거절할 수도, 피해갈 수도 없는 작품이 된 것 같아요.”



이렇게 전한 김지현과 더불어 초연부터 장하림으로 분하고 있는 이경수는 “초연에는 없던 대치와 맨 마지막 장면이 추가됐을 뿐 감정선은 큰 변화가 없다”며 “무대, 잘 드러난 인물관계 등으로 도움을 더 많이 받기는 한다”고 동의를 표했다.

“초연 당시 노우성 연출님께서 ‘무조건 음악이 살아야한다’고 하셔서 사명감 아닌 사명감을 가지고 임하고 있어요. 음악이 좀 더 살기를 바라기 때문에 연기도, 노래도 더 잘하고 싶어요.”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김성종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故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 최민수·채시라·박상원·고현정 등 주연의 동명 드라마를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1943년 겨울부터 한국전쟁 직후 겨울까지 10년의 격동기를 관통했던 위안부 윤여옥(김지현·박정아·최우리,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 조선인 학도병으로 끌려가 빨치산이 된 최대치(테이·오창석·온주완), 군의관 장하림(이경수·마이클리) 등의 이야기다. 위안부, 제주 4.3 항쟁, 한국전쟁, 빨치산 등 한국의 아픈 근현대사를 아우른다.

노우성 연출 역시 “큰 구조적 부분이나 콘셉트가 달라진 건 없다”며 “초연 때는 특별한 상황에서 스태프들과 선택해서 특별 형태로 올렸다. 초연에서 관객들과 소통했던 방법들을 이번 공연에 어떻게 녹여낼까를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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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왼쪽부터 작곡가 J.ACO, 최대치 역의 오창석·온주완(사진=브릿지경제 DB)

 

“초연에서는 객석을 무대에 올려서 대극장임에도 아주 가까운 곳에서 배우들이 구현해내는 역사 현장을 관객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콘셉트를 만들었어요. 재연으로 돌아오면서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극장에서 초연의 장점을 다시 가져오려다 보니 여러 가지 고민을 많이 했죠. 콘셉트가 달라지기 보다는 초연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관객 소통’ 설정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잘 녹여내는 작업을 한 것 같습니다.”

이어 “무대가 깊은 것을 이용해 대부분 배우들이 실감나는 전달을 위해 짧은 시간에 많이 움직이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작곡가 J.ACO는 “초연에서는 넘버의 멜로디를 중시했었다”며 “1년 간 재정비를 하면서 연출, 안무가, 작가, 음악감독과 규모가 큰 극장에서 어떻게 잘 전달할지에 대해 상의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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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초연에서 장하림으로 분했던 테이는 재연에서 최대치로 역할을 바꿔 돌아왔다(사진=브릿지경제 DB)

“큰 울림을 전달하고자 오케스트라적인 편곡을 많이 했습니다. 배우들, 앙상블들에 의한 메시지, 가사 전달에 집중했죠.”


◇역할 바꾼 테이, 뮤지컬 데뷔 오창석·한상혁

“초연 때도 역사, 인물 간의 관계 등을 공부하면서 대치는 이해받기 쉽지 않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외롭겠다 싶어서 정이 많이 갔어요. 연출님과 음악감독님이 ‘대치’ 역할 제의를 주셨고 제 마음 속 욕구들도 잘 맞아서 그 외로워 보이던 대치를 선택했죠.”

초연에서 하림으로 분했던 테이는 재연에서 대치로 역할을 바꿔 돌아온 이유에 대해 이렇게 전하며 “그래서 외롭다”고 토로했다.

“대치의 선택이 이상하게 보이실 수도, 더 나은 선택이 있을 거라는 추측과 확신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때 그 시절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알면 알수록 확고하게 선택하고 흘러가는 중이라는 걸 인지할 만큼 대치가 보였죠. 제가 보고 만나온 대치를 좀 굳건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대치에 대해 이렇게 전한 테이는 “관객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진짜 대치 삶처럼 굳건히 걷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드라마로 익숙한 오창석과 아이돌그룹 빅스의 멤버 한상혁은 ‘여명의 눈동자’ 최대치와 권동진 역으로 뮤지컬 신고식을 치렀다.

 

“드라마와 매체만 계속 하다가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 들었어요. 평소 노래하는 걸 좋아했고 3, 4년 전부터 뮤지컬 출연제의가 들어오긴 했어요. 그때는 자신이 없어서 고사했는데 이번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초연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참고할 게 없었고 이번 재연본이 저에겐 처음 보는 대본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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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최대치 역의 오창석(사진=브릿지경제 DB)

 

그리곤 “순수하게 이 대본을 참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재연 대본으로 연출님과 얘기하면서 만들어 갔고 (온)주완이나 테이처럼 뮤지컬을 많이 했던 분들을 참고하면서 많이 배웠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배우에게도 영예로운 극장이라는 세종문화회관을 보고 선택하기도 했는데 뮤지컬이 굉장히 쉽지 않다는 걸 느껴요. 앞으로도 작품을 계속 할 수 있게 된다면 잘 도전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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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권동진 역의 한상혁(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과 정의제, 장하림 마이클리, 윤여옥 최우리(사진=브릿지경제 DB)

 

한상혁은 지난해 9월 공연됐던 연극 ‘잃어버린 마을 : 동혁이네 포차’에 이어 ‘여명의 눈동자’에서도 제주 4.3사건을 접한다. 한상혁은 “우연이지 인연인지 모르겠지만 지난해 연극에 이어 또 다시 제주 4.3사건을 만났다”며 “역사적 아픔을 가진 제주도가 저를 통해 어린 연령대의 팬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고 제 본분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공연에 임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더불어 뮤지컬 데뷔작으로 ‘여명의 눈동자’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노우성 연출과의 인연을 꼽았다. 노우성 연출은 빅스 멤버 켄과 ‘드라큘라’ ‘메피스토’ ‘아이언마스크’ 등을 함께 했다.

“‘여명의 눈동자’가 저희 멤버 형들과 인연이 깊은 노우성 연출님 작품이었고 작품성 자체도 좋았어요. 첫 뮤지컬로 도전하기에 의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세 사람이 모인 마지막 지리산 장면에 주목!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최대치 역의 온주완(왼쪽부터), 윤여옥 박정아, 장하림 이경수(사진=브릿지경제 DB)

 

“이 작품은 1944년부터 한국전쟁까지 근현대사 중 아팠던 시기를 다루고 있어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딱 하나였죠. 그 메시지를 가장 잘 나타낸 장면이 공산당 옷을 입은 청년 대치, 국군복을 입은 청년 하림 그리고 그 가운데서 누가 발사했는지 모를 총에 맞고 쓰러져 죽어가는 여옥이에요. 지리산에 모인 이 장면에 관객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메시지가 담겼죠.”

이렇게 전한 노우성 연출은 “이념의 대립에서 시작하는 게 아닌 그 전단계인 일제강점기부터 역사를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 한국전쟁까지 이어지는 이념의 역사도 함께 조명해서 살필 수 있다고 믿었다”고 덧붙였다.

“일제강점기 사건을 중심으로 정확히 다루려고 노력했죠. 일제가 침략하고 지배했던 한국, 중국, 베트남 등 모든 나라에서 독립 후 내전이 벌어졌어요. 그래서 한국전쟁을 꼭 다루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조건이었죠. 그래서 축소판인 제주 4.3 이야기를 배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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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여명의 눈동자’(사진=브릿지경제 DB)

 

그리곤 “어제까지 친구, 형제였던 사람들이 서로에게 죽창과 총을 겨눌 수밖에 없는 시대에 벌어진 이야기들이 과거가 아닌 지금의 관객들을 만나면서 전하고 싶었던 건 딱 하나”라고 말을 보탰다.

“아무 선택도 할 수 없었던 세 사람이 온몸으로 감당해야 했던 이야기들이 관객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50여명의 배우들과 아름다운 음악으로 목놓아 부르짖고 있죠. 그 시대의 이념적 대립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요. 똑같이, 사실 그대로 현실을, 역사를 두려움 없이 직시하는 것, 그것이 예술 하는 사람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하면서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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