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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싱클레어는 정말 데미안을 만났을까…누구나 겪는 성장통, 뮤지컬 ‘데미안’

입력 2020-03-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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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데미안_공연 사진_김바다 정인지
뮤지컬 ‘데미안’의 김바다(왼쪽)와 정인지(사진제공=모티브히어로)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정말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만났을까’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싱클레어가 데미안이기도 하고 데미안이 싱클레어이기도 하는 성장기는 누구나 겪는다고 생각해요.”

뮤지컬 ‘데미안’(4월 26일까지 유니플렉스 2관)의 정인지는 유니플렉스 2관에서 11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싱클레어와 데미안, 두 캐릭터 모두를 연기하는 데 대해 이렇게 전했다.

‘데미안’은 헤르만 헤세의 동명 소설을 무대에 올린 뮤지컬로 연극 ‘추남, 미녀’를 함께 했던 오세혁 작가·이대웅 연출 그리고 ‘홀연했던 사나이’ ‘전설의 리틀농구단’ 등으로 오세혁 작가와 호흡을 맞춘 다미로 작곡가·음악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정인지를 비롯한 김바다·김주연·김현진·유승현·전성민(가나다 순) 여섯 명의 배우들은 고정된 배역, 성별 구분 없이 연기한다. 싱클레어도 되고 데미안이 되는가 하면 유년기에 만난 첫 고난인 불량한 친구 크로머에 이어 피스토리우스, 에바 부인, 싱클레어의 아버지 등도 연기한다. 

 

“한 존재가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내면의 얼굴과 마주하는 이야기입니다. ‘진정한 나를 만나는 이야기’에서 ‘나’가 굳이 성별이 필요할까 싶었죠. 젠더프리(성별 구분 없는)의 상위 개념인 캐릭터 프리죠.”

 

뮤지컬 데미안_공연 사진_유승현 김주연
뮤지컬 ‘데미안’ 유승현(왼쪽)과 김주연(사진제공=모티브히어로)

‘데미안’에 대해 이렇게 소개한 이대웅 연출은 젠더프리, 캐릭터 프리에 대해 “의도적이 아니라 작품을 쫓아 가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헤세가 ‘데미안’을 쓸 때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 칼 구스타브 융을 만났다고 들었어요. 융에게서 영향을 받아 쓴 부분을 찾아봤죠. 한 자아 안에는 여성성과 남성성은 물론 싱클레어와 데미안, 카인과 아벨, 아니마와 아니무스가 동시에 존재하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젠더프리 아닌 캐릭터 프리

“물리적으로 두 캐릭터의 대사를 모두 외워야 하고 노래 음역대가 달라지는 등 모든 배우들이 고충을 겪고는 있어요. 하지만 (배우들이 데미안, 싱클레어 모두를 연기하는 방식으로) 배역이 바뀌면서 완성되는 것 같았습니다. 역할이 바뀌면서 이해 못하던 부분 등을 염두하고 바라보는 시선들, 순간들이 있어요. 오롯이 혼자이면서도 혼자가 아닌 듯한 순간을 살리고 싶었죠.”

이렇게 전한 정인지는 “소설 ‘데미안’도 성별을 지우고 읽었다”며 “대본 분석을 위한 상견례를 했을 때 헤세가 칼 융을 어떻게 만나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한 수업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헤세와 융의 상황을 모르는 상태에서 ‘데미안’을 접했을 때와는 다르게 다가왔어요. 세상을 살아가는 데 성별이 필요할까, 성별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무기가 되기도 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죠.”

뮤지컬 데미안_공연 사진_김현진 전성민
뮤지컬 ‘데미안’ 김현진(왼쪽)과 전성민(사진제공=모티브히어로)

 

정인지의 말에 김바다는 “두 역할을 다 하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정도로 어렵다”며 “어렵지만 재밌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김바다는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는 싱클레어 입장이었다”며 “이 작품을 하면서 다시 읽어보니 싱클레어만이 아닌 다양한 인물에 초점을 두게 됐다. 그런 점에서 다방면으로 세상을 바라봐야겠다는 큰 생각도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김현진은 “처음 대본을 받고는 저에게 더 어울리는 혹은 제가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는 싱클레어라고 생각했다”며 “과연 데미안, 피스토리우스, 에바 부인 등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싱클레어를 연기할 때는 어떤 성장통을 겪는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집중한다면 데미안일 때는 내가 어떻게 싱클레어에게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서 드라마를 만들어갈까를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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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데미안’. 위 왼쪽부터부터 정인지·김바다, 유승현·김주연, 전성민·김현진(사진제공=모티브히어로)
◇진짜 ‘내 얼굴’에 대한 이야기  

 

“3년 전 다미로 음악감독과 ‘데미안’을 해보자 하면서 다시 읽었을 때 눈물을 흘린 지점은 마지막의 1차 세계대전 전쟁터에 대한 묘사였어요.”

이렇게 전한 오세혁 작가는 “젊은 병사들이 같은 얼굴로 전투를 벌이다가 죽을 때서야 진짜 자기 얼굴로 돌아간다는 묘사가 너무 슬펐다”며 “이 극이 1차 세계대전으로 시작해 끝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자꾸 자신이 아닌 바깥으로 향하면서 얼굴이 공포로 질려 있어요. 총을 맞았는지 아닌지 여부를 떠나 중요한 것은 자신의 얼굴로 향하는 과정이죠. 다른 얼굴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서 겪는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없는 데미안을 닮고 싶어 따라가다 보니 자신이 누군가에게는 데미안 같은 사람이 되기도 해요. 왜 나는 전쟁터에 왔고 혼자 있는지를 생각하면서 흔들림 없는 눈빛, 단단한 얼굴로 변해가죠.”

그리곤 “(헤르만 헤세가) 국가와 국민, 선생과 학생, 선악 등 이분법으로 혼란스럽지만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변화시키는 세상을 꿈꾼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한 오세혁 작가는 “대본 첫장에 ‘어렵지만 남녀, 캐릭터 구분 없이 해달라’고 적었다. 그래야 잃어버린 반쪽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데미안’이 어렵게 생각되는 이유는 그 자체가 어렵다기 보다 시기마다 와닿는 이야기가 달라서인 것 같아요. 헤세가 자신의 인생 전체를 돌아보는 이야기이자 인생에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잖아요. 미완성인 삶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와닿는 부분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뮤지컬 데미안
뮤지컬 ‘데미안’ 출연진. 왼쪽부터 김바다, 유승현, 김주연, 정인지, 전성민, 김현진(사진=허미선 기자)

 

이어 오세혁 작가는 “(캐스팅된) 배우들은 오래 전부터 염두에 뒀고 직접 찾아가 부탁했다”며 “배우들이 연기하는 내내, 관객들이 극을 보는 내내 진짜 자기 얼굴을 찾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집필했다”고 말을 보탰다.

“굳이 전쟁이 아니라도 우리는 기쁠 때 웃고 슬플 때 울고 (내 의지로) 화내고 사랑스러운 표정을 짓기 보다 집단이 바라는 얼굴로 살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이에 얼굴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고 생각했죠. 지금은 신이 지배하는 세상은 아니지만 거대한 집단의 의도대로 바라는 얼굴이 있고, 그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배우들, 관객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표정으로 큰 숨을 쉬어보자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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