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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나도 가족들처럼 '들리지 않으면' 행복할까?

국내외 공신력 있는 영화제에서 인정받으며 입소문 난 영화 '나는 보리'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 동심과 힐링 코드로 접근
코로나19로 인해 오는 21일 개봉 미뤄

입력 2020-05-1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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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진진
오는 21일 개봉을 확정한 영화 ‘나는 보리’가 12일 CGV용산에서 언론시사회를 개최했다.(사진제공=영화사 진진)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졌으면 했다.”


영화 ‘나는 보리’의 김진유 감독은 농인 부모 밑에서 자란 비장애인이다.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감독상 수상, 제24회 독일 슈링겔국제영화제 관객상&켐니츠상 2관왕, 제18회 러시아 Spirit of Fire 영화제 Your Cinema 섹션 최고 작품상, 제20회 가치봄영화제 대상, 제21회 정동진독립영화제 땡그랑동전상을 휩쓸었다.

 

칸 국제영화제나 아카데미가 시장성과 작품성에 치중한 대중적인행사라면 앞의 영화제들은 ‘영화인들이 인정한 작품’혹은 ‘입소문 난 영화’에 가깝다. 그만큼 작품성과 재미를 보장한다.

‘나는 보리’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가족 사이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열한 살 주인공이 가족들과 같아지고 싶은 마음에 특별한 소원을 빌게 되며 벌어지는 성장 드라마다.보리는 짜장면을 시킬 때나 전화가 올 때, 물건을 살 때 등 타인과 소통이 필요할 때 필요한 존재이자 소중한 맏딸의 이름이다. 가족 중에서 혼자만 들을 수 있는 것이 어느 순간부터 외롭게 느껴지고,소리가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가족들이 마냥 행복해 보인다.

김 감독은 “영화의 출발은 한국농아인협회에서 ‘수어로 공존하는 사회’라는 행사에 참석하면서 부터다.농인 수어통역사 현영옥씨가 ‘어렸을 때 엄마아빠와 닮고 싶어서 소리를 잃고 싶은 소원을 빌었다’더라. 그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했다가 점점 내 이야기와 겹쳤다”고 말했다.

보리네 집안에서는 수어가 일상 언어로 사용된다. 보리는 ‘보는 언어’를 위주로 생활하고, 집 밖에서는 듣고 말하는 ‘음성 언어’를 사용한다. 배우들은 움직임을 최대한 절제하고 수어와 표정으로만 연기했다. 보리 역할의 김아송은 “대본 안에 있는 수어만 하는 것이라 연기가 별로 어렵지 않았다”며 야무진 소감을 내놨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를 맡아 비장애인과 장애인 사이의 간격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기해 내 눈길을 끈다.보리를 연기한 배우 김아송은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됐다. 엄마와 아빠를 연기한 배우 허지나와 곽진석은 실제 부부이고, 영화 속 가족의 강아지 코코 역시 이들이 실제 키우는 반려견이다.

김 감독은 “보리의 감정을 집중했다. 장애인 가족도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는 식의 묘사는 하고 싶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 중 한 명 정도로 바라봐 주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영화는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사회에 예리한 잣대보다 따듯한 포옹을 더한 모습이다. 한적한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강아지와 두 남매를 둔 부모,그리고 일상의 순간을 조용히 따라간다. ‘나는 보리’는 당초 3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오는 21일 관객과 만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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