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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나로부터 시작한 세계, 60여년 '파격' 여정을 조망하다! ‘이승택-거꾸로, 비미술’

입력 2020-11-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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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택
‘이승택-거꾸로, 비미술’展 중 2020년 재제작돼 야외에 설치된 ‘바람’ 연작 앞에 선 이승택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세계는 나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한, 큰소리 칠 수 있는 작품들이에요.”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모든 사물과 관념을 뒤집는 도전, 실험으로 이어온 예술세계를 이승택 작가는 “나로부터 시작하는 세계 그리고 세계에 큰소리 칠 수 있는 작품들”이라고 표현했다.

특정시대의 전세계 혹은 한국을 아우르는 ‘사조’와 궤를 달리하며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 이승택 작가의 회고전 ‘이승택-거구로, 비미술’展(2021년 3월 2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이 한창이다.

미술과 비미술, 조각과 비조각, 물질과 비물질, 주체와 대상 등 극과 극처럼 보이는 개념의 경계를 60여년 내내 가로지르고 넘나드는 이승택 작가의 작품 250여점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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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택-거꾸로, 비미술’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거꾸로 미술은 ‘나는 세상을 거꾸로 나왔다. 나는 세상을 거꾸로 보고 거꾸로 생각했다. 나는 거꾸로 살았다’예요. 그 ‘거꾸로’는 사실상 철학에 가까운 거죠. 작가는 많을 것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난해한 철학책을 뒤지고는 했어요. 왜 이렇게 되는지 거꾸로 뒤집어 연구하는 역설적 학문이 철학이죠.”

이렇게 설명한 이승택 작가는 ‘정반합’을 언급하며 “옳다, 그르다, 둘이 같다…모든 것을 거꾸로 들여다보면 절로 좋은 작품이 된다”고 덧붙였다. 미술과 비미술, 조각과 비조각 등의 경계를 가로지르고 거슬러오르는 그의 작품 재료들도 미술 정통의 것들과는 거리가 멀다.

대학 1학년 덕수궁 방문 당시 박물관에서 눈여겨 본 후 “뇌리에서 떠나지 않던” 고드랫돌(발이나 돗자리 등을 엮을 때에 날을 감아 매어 늘어뜨리는 조그마한 돌)은 돌을 비롯해 여체 토르소, 도자기, 책, 고서, 지폐 등을 노끈으로 묶는 ‘묶기’ 연작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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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택-거꾸로, 비미술’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이승택 작가는 이처럼 고드랫돌을 비롯해 옹기, 비닐 등 일상사물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재료의 실험에 이어 분신 퍼포먼스, 작품 공간 태우기, 제도에 대한 저항 등을 담은 불의 변화에도 집중했다.

더불어 바람, 연기 등 형체 없는 존재들을 낯설게 드러내는가 하면 무속, 동학농민혁명, 남북분단 등 사상, 신앙, 사회적 문제들까지 독특한 방식으로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이승택-거꾸로, 비미술’展은 ‘한국 실험 예술의 산역사’로 평가받는 그의 ‘실험’ 여정을 재료, 줄-묶기와 해체, 형체 없는 존재, 삶·사회·역사, 행위·과정·회화, 무속과 비조각의 만남, 사진과 회화 사이 그리고 야외 설치로 나눠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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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택-거꾸로, 비미술’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눈 여겨 볼 작품들은 이번 전시를 위해 재제작된 것들이다. 1964년 옹기를 거꾸로 탑처럼 쌓아올린 ‘성장(오지탑)’, 1970년 홍익대학교 빌딩 사이에 푸른 천이 휘날리게 했고 1988년 나무 사이에 형형 색색 띠를 묶은 ‘바람’ 연작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작 ‘기와 입은 대지’, 어망으로 형상화된 1970년대 말의 ‘바람소리’, 1989년 불에 태운 흔적을 작품으로 끌어들인 ‘그을음 회화’의 일종으로 물을 흘러내리는 변화 과정을 담은 ‘물그림’ 등이 이번 전시를 위해 재제작돼 지금 사람들과 만난다.

우레탄 비닐을 재료로 푸르고 붉은 그리고 노란 조형물 ‘무제’는 1968년 작품이지만 2018년 재제작된 버전으로 만날 수 있다. 사방 거울로 동시대적 감각을 전달하고 입체적으로 표현한 나무, 작가가 폐기물에 직접 몸담은 ‘공해예술’ ‘예술 쓰레기가 되었다’ 시리즈, 전시장 한켠 박스로 마련된 일명 ‘19금방’도 흥미롭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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