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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DIMF 人더컬처] 제14회 딤프 배성혁 집행위원장의 간절한 염원 “철저한 방역, 위안 그리고 초심”

입력 2020-10-2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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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의 배성혁 집행위원장(사진제공=딤프사무국)

 

“저희가 제일 먼저 자진해서 대구시에 축제 예산을 반납했어요. 계획됐던 6월에는 축제를 못할 걸 알았지만 4월까지도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었죠. 아직도 실감이 안나요. ‘못할지도 모르겠다’ 싶었는데…. 막상 하게 되니 안도감과 불편함이 공존한다고 해야 할까요.”

지난해까지라면 시간을 쪼개고 쪼개 해외 및 국내 제작자와 창작진, 배우들을 만나고 공연장이나 행사장으로 뛰어다니는 나날들을 보냈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DIMF 이하 딤프)의 배성혁 집행위원장은 “몸은 편한데 편하지 않은 날을 보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올해로 14회를 맞은 딤프는 애초 6월 26일부터 7월 13일까지 3주가량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 10월 23일 개막해 2주 동안 온·오프라인으로 축소진행 중이다. 제14회 딤프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모두의 안전을 위한 ‘철저한 방역’과 ‘위안’ 그리고 ‘초심’이다.


◇철저한 방역, 신뢰회복으로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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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포스터(사진제공=딤프사무국)

“철저한 방역과 모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딤프를 사랑하는 분들께서 공연을 봄으로서 코로나19로 우울해진 일상을 행복하게 돌리는 데 일조하고 싶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23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한 개막 콘서트에는 한국은 물론 전세계 73개국에서 8만 4000여명이 다녀갔고 창작지원작 ‘프리다’와 ‘산홍’, 특별공연 ‘푸르고 푸른’은 일찌감치 매진되는가 하면 지난해 창작뮤지컬상 수상작 ‘유앤잇’ 등도 많은 관객들이 몰리는 등 성황을 이루고 있다. 배 위원장은 이같은 호응이 반가우면서도 “여전히 긴장 상태를 늦출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폐막까지 방역이 한번 잘못되는 순간 혹은 확진자가 한명이라도 발생하는 순간 폭탄을 맞을 상황이거든요. 여전히 ‘지금 이 시기에 굳이…’라는 우려의 목소리와 부정적인 반응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걸 알고 있어요.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었어요. 전세계 유일한 뮤지컬 페스티벌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안전하게 축제를 마무리하려고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배 집행위원장은 공연장마다 거리두기 좌석제, 마스크 착용, 손소독, 큐알코드를 활용한 문진표 작성, 발열체크 등 코로나19 예방과 대비를 위해 철저한 방역을 진행하면서 온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심정을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대구시민들의 상처가 너무 깊어요. 하루 400명씩 신규확진자가 발생하는, 전쟁과도 같은 상황이었죠. 도로에는 차가 안다녔고 그 복잡하던 동성로에도 사람을 만나기 힘들 정도였죠. 그런 상황에서 축제는 꿈도 꿀 수 없는 지경이었어요.”

‘신천지 집단감염’이라는 특수상황 속에서 코로나19의 초기 발원지로 ‘낙인’ 찍힌 대구 시민들은 ‘상처’ 받았고 마음 깊은 곳의 트라우마로 남았다.

“서울 보다 대구 시민들의 우울감이 더 높을 거예요. 그 와중에 철저히 방역을 하면서 딤프를 개최해 힘이 될 수 있는 길을 터보자 생각했어요.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면 공연을 보는 데 지장이 없다는 인식을 심고 싶었죠. 철저한 방역을 하면서 축제가 잘 마무리된다면 공연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관객들에게도 신뢰감을 줄 거라고 믿거든요.”


◇쉽지 않은 ‘온택트’…차근차근 풀어야할 숙제들

제14회 딤프
제14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에서 온·오프라인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는 작품들(사진제공=딤프사무국)

 

“엊그제 슬로바키아에서 라이선스 공연된 ‘투란토드’의 로열티(12%) 280여만원이 입금됐더라고요. 3월 6일 오픈해 코로나19로 3일 만에 막을 내렸는데…감회가 새로워요.”

하반기로 축제일정을 조정하면서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상반기 공연들이 일제히 취소되고 하반기로 몰리면서 빈 공연장들을 찾기가 어려웠을 뿐더러 오래 전 초청해 방문공연을 하기로 한 해외 작품들의 비용 조율, 온라인 송출용 해외 작품 저작권 문제들이 발목을 잡았다.

미국, 유럽 등에 코로나19가 성행하기 전인 2월에는 이미 초청한 해외 공연팀들이 2주간의 자가격리를 감수하고라도 딤프에 참여하겠다며 변호사까지 대동하고 영상회의에 참석해 비용을 요구하기도 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대유행으로 5월에야 쌍방 합의로 초청이 철회되며 무리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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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의 배성혁 집행위원장(사진제공=딤프사무국)
되는대로 대관이 가능한 공연장을 잡아둔 채 해외초청작들의 빈자리를 채울 한국 창작뮤지컬들을 수소문해 라인업했다.

그렇게 공연됐거나 공연 중인 작품들이 대구의 국채보상운동 정신을 기리는 ‘기적소리’, 이장희 시인의 러브스토리를 스토리텔링한 ‘푸르고 푸른’, 코로나 시대에 위안을 전하는 가족 뮤지컬 ‘수상한 나라의 안이수’, 지난해 창작뮤지컬상 수상작 ‘유앤잇’, 올해의 창작지원작 ‘프리다’ ‘산홍’ ‘생텍쥐페리’ ‘무도회장 폭탄사건’ 그리고 계명문화대학교 공연음악학부의 ‘그리스’다. 더불어 영상으로 상영될 해외 초청작들과의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코로나19로 어디나 난리가 난 상황이니 연락 자체가 닿지 않는 경우들도 있었어요. 연락이 닿았더라도 연출, 작가, 작곡가, 배우 등 모두가 허락을 해야만 온라인 상영이 가능하니 쉽지 않았죠.”

어려운 과정을 거쳐 제8회 딤프 개막작 ‘마타하리’(이하 초청연도 순)를 비롯해 ‘넌 리딩 클럽’(9회), 10회 딤프 폐막작 ‘마담 드 퐁퐈두르’와 ‘미스터 앤 미시즈 싱글’ ‘소녀 지백’ ‘아이 러브 피아프’(이상 12회) ‘이브 몽땅’ ‘청춘’ ‘라 칼데로나’(이상 13회) 등이 일정에 맞춰 영상으로 상영 중이며 폐막일인 11월 1일 일제히 아카이빙돼 업로드될 예정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투트랙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하면 할수록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이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아요. 제작비도 적지 않은데다 공연 영상에만 최적화된 인력들도 부족하거든요.”

이어 “영국 국립극장의 ‘NT라이브’에 익숙한 관객들의 인정도 받아야하는데 그러려면 더 많은 투자가 돼야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배성혁 위원장은 “제 친구들에게 개막 콘서트 네이버TV 시청을 권했는데 찾지를 못해 4명 중 한명만 봤다고 하더라”며 온라인이 익숙하지 않은 세대나 사회 전반적인 인프라 구축에서 소외된 이들과의 괴리를 숙제로 떠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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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으로 진행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개막 공연(사진제공=딤프사무국)

 

‘철저한 방역’ ‘안전’ ‘초심’을 바탕으로 일상으로의 회귀를 염원하는 배성혁 위원장은 “여전히 딤프의 정체성과 이를 지키기 위한 고민에 몰두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14년차를 맞은 현재까지도 매년 고민 중인 것이 정체성입니다. 한번도 본적 없으면서도 흥행성을 겸비한 작품들을 소개한다는 딤프의 정체성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잘 알려진 작품을 보고 싶어 하는 대구시민들의 염원과 늘 충돌하고 있죠.”

이는 유명 작품으로 관심이나 관객들이 집중되는 쏠림현상과 상업적인 공연에 비해 저렴한 티켓값으로 유명 작품들을 공연함으로서 여타 공연 제작자들 간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초심’으로…대한민국 창작뮤지컬을 위하여!
 

배성혁 위원장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의 배성혁 집행위원장(사진제공=딤프사무국)
“해외에서 딤프의 위상은 생각보다 높아요. 폴란드나 체코 등의 공연팀은 딤프에서 대상을 받았다고 극장에 프래카드를 설치하기도 하고 자신들이 출연한 인터뷰를 상시적으로 돌려보기도 하죠. 초반에는 해외 초청작을 섭외하는 자체가 힘들었는데 이제는 훨씬 적은 비용으로도 오겠다는 팀이 많아졌어요. 그들 중에는 미국, 영국, 러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메이저급 프로듀서들도 있죠.”

배 위원장의 전언처럼 외연을 넓혀가던 딤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잠시멈춤’ 상태를 맞으면서 ‘초심’을 정조준한다.

“올해는 창작뮤지컬에 좀더 신경을 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현재는 다양한 창작뮤지컬 지원 프로그램이 있지만 14년 전에는 딤프가 거의 유일했어요. 제작비 뿐 아니라 티켓 수익까지 공연팀에게 돌아가죠. 창작뮤지컬을 좀더 지원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과거 딤프 창작지원 선정작은 다음해 공식초청은 물론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리는 등 세계화를 목적으로 했어요. ‘마이 스케어 걸’과 군대 이야기 ‘스페셜 레터’가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죠.”

이어 “방법을 몰라 비싼 대관료를 주고도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이 기회”라며 “유일하게 뮤지컬 공연을 하고 있는 나라, 한국의 창작뮤지컬을 해외에 알리기 위한 계획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로 내년에도 6월로 축제시기를 원상복구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내년에는 보다 많은 우리 창작뮤지컬로 라인업을 꾸리고 외국계 메이저급 프로듀서들을 초청해 보여주고자 합니다. 그들의 작품도 무대에 올려 그네 나라에서는 공연을 못해도 한국이라면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죠.”

대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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