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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추모하면 XX된다… 故김기덕 감독이 남긴 파장

[별별 Tallk] '타국서 사망' 김기덕 감독 향한 곱지않은 시선

입력 2020-12-17 18:00 | 신문게재 2020-12-1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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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10월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아주담담 - 로쟈, 김기덕을 만나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김기덕 감독의 모습.(연합)

‘추모VS비난’

 

고(故) 김기덕 감독이 라트비아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사망한 사실이 11일 알려지면서 영화계가 ‘조용한 침묵’에 빠졌다. 김 감독은 2004년 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사마리아’로 은곰상을, 2012년에는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해외영화제에서의 수상은 국내에서 여성에 대한 가혹적인 묘사와 폭력성으로 외면받았던 그를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거장’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유명세는 ‘미투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017년 김기덕 감독은 영화 ‘뫼비우스’ 촬영 중 배우 A씨를 폭행하고 대본에 없는 베드신 촬영을 강요했다는 의혹으로 고소당했다.

 

이어 2018년 3월과 8월 MBC ‘피디수첩’은 김 감독이 신인배우 등 여러 명의 영화계 종사자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김 감독은 A씨와 방송국을 상대로 각각 무고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검찰은 “취재 과정을 살펴봤을 때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숨을 거둔 김기덕 감독의 추모를 반대하는 목소리 역시 국내보다 해외 영화인들이 먼저 냈다. ‘기생충’의 번역가로 알려진 달시 파켓과 영화평론가 피어스 콘란은 김기덕 감독에 대한 추모를 비판했다. 김기덕 감독의 성폭력 의혹이 주된 이유였다.

 

파켓은 지난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기덕 감독의 성폭력을 다룬 프로그램이 한국에서 방영된 후 나는 그의 영화를 가르치는 것을 중단했다”며 “누군가 실제로 그런 끔찍한 폭력을 행한다면 그를 기리는 건 잘못된 일이다. 그가 천재인지 관심없다(천재였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라고 글을 게시했다.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로 유명세를 탄 영화평론가 콘란도 자신의 SNS에 “김기덕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전해졌을 때 그의 죽음에 대해 비난하고 싶었던 충동을 참았다”며 “그의 끔찍한 행위에 대한 언급 없이 (대부분의 서구권에서) 애도를 쏟아내는 것을 보니 슬프다”고 말했다. 

 

이에 15일 김기덕필름은 코로나19로 사망한 고 김기덕 감독에 관련 사실과 다른 억측과 비난을 삼가 달라고 밝혔다. 김기덕필름에 따르면 고인은 라트비아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2주 정도 치료를 받았지만 갑자기 발견된 심장 합병증으로 지난 11일 사망했다.

 

고인의 사망 소식과 함께 떠오른 2017년 형사사건에 대해 설명하며 “검찰은 연기지도를 위해 A의 뺨을 때린 행위만 폭행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벌금형으로 약식기소를 하였다”면서 “강요 및 강제추행치상 등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 처분을 했으며 사건은 그대로 종결됐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무엇보다 사실과 다른 억측을 기사화한 일부 언론보도와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악성 댓글들이 충격적인 비보로 끝 모를 슬픔에 빠진 유가족을 더욱 깊고 어두운 고통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며 “고인의 유가족을 위해 무분별한 억측과 비난을 삼가주시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거장으로 불렸던 예술가들의 성범죄에 대한 평가를 두고 논란을 불러일으킨 경우도 많다. 수양딸인 딜런 패로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영화감독 우디 앨런의 최근작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논란이 됐다.

 

배급을 맡은 아마존은 북미 개봉을 취소하고 출연 배우인 티모테 샬라메는 출연료 전액을 성폭력 공동 대응 단체에 기부하며 회한을 표현했다. 국내 배급사는 포스터에 우디 앨런이 감독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전세계 몇 안되는 상영국에 한국을 포함시켜 온라인상에서 뭇매를 맞기도 했다.

 

프랑스 영화계 최대 축제인 세자르 영화상은 지난 2월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는 로만 폴란스키의 최근작 ‘장교와 스파이’를 작품상, 감독상 등 최다 부문 후보에 올린 뒤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프랑스 영화인 200여명은 프랑스 아카데미의 개혁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고 세자르상 운영진은 총사퇴를 결정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정정보도문]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 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 잡습니다

 

해당 정정보도는 영화 ‘뫼비우스’에서 하차한 여배우 A씨측 요구에 따른 것입니다.

 

본지는 2017. 8. 3. < 김기덕 감독, 여배우에 피소…“촬영장서 뺨 때리고, 베드신 강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것을 비롯하여, 약 10회에 걸쳐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하였으나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가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하였다는 내용으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다고 보도하고, 위 여배우가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뫼비우스 영화에 출연하였다가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는 ‘김기덕이 시나리오와 관계없이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하고 뺨을 3회 때렸다는 등’의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을 뿐, 베드신 촬영을 강요하였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 여배우는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은 사실이 전혀 없으며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한 피해자는 제3자이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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