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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선진증시 사용 설명서

입력 2024-05-16 14:03
신문게재 2024-05-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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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이제껏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이 동조하며 주가가 일련의 기세로 오르는 것을 본 일이 거의 없다. 미국과 독일이 일본과 간간이 합을 맞추며 얼마간 오른 일은 더러 있었지만, 프랑스가 가세하고 특히 영국이 분발하며 소위 G-5 국가들이 세계 투자시장을 독주하듯 이끄는 장면은 21세기 세계 경제사에서 유례가 없었다.



그만큼 유럽 선진국들은 만성화된 경기침체와 재정적자 속에 산업과 기술, 가계 등에서 부진한 시간이 길었다. 유럽 기준금리가 사실상 마이너스인 것이 그리 놀랍지 않았다. 그런데 전쟁지원과 재정지출 등으로 어려운 가운에서도 미국과 유럽이 주가 상승세를 이끌고 동조한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 래리 핑크, 제이미 다이먼 등 전문가들은 오히려 주가 폭락을 점친 상황이었다.

미국 증시는 2022년 10월에 반등 후 강보합을 유지하다가 2023년 10월을 기점으로 재 상승해 꾸준히 올랐다. 독일 역시 이 때부터 반등했고 프랑스도 유사한 모습이다. 특히 올해 들어 강자의 면모를 보이는 영국이 놀랍다. 영국과 일본은 마치 전쟁을 기다린 나라처럼 우크라이나-러시아,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강세다. 오랜 내공의 기업들이 두 나라의 강세 주인공들이다.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적인 상황은 좀 다르다. 이들 국가는 미국이 2022년 8월부터 자이언트 점프로 금리를 올리자 10월부터 동시에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올 들어 조정기에 접어든 상태이고, 시장은 인플레이션적인 상황을 상정하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 증시들이 강세다. 기술주와 산업주, 금융주, 소재주, 유틸리티주 등이 특히 강하다. 정말 미국, 유럽이 산업혁명으로 강한 면모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분명 인류의 보편적 성공, 동반성장의 기조와는 결이 다른 기류다. 마냥 이성적으로 반길 순 없지만, 거스르기 어려운 기조가 되리라는 점도 잘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미국과 유럽의 증시 호조세는 분명히 산업혁명과 자유시장 진영의 동맹화 기조와 깊은 연관성이 느껴진다. 그만큼 중국, 러시아 등 타 진영의 역할이 줄어들고 서방과 동맹진영의 협업과 결속이 강해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강한 증시는 항상 그림자가 있다. 지금 그림자 지역은 어디일까. 후진국들과 비 동맹권역일 것이다. 한국은 어디쯤 일까. 현재의 증시는 미국, 유럽과 동조화하는 기조가 분명하지만 그 내부에는 좀 독특한 두 개의 사정을 담고 있다. 하나는 선진국 중 유일하게 전쟁지역의 잠재적인 당사자란 점, 또 하나는 2000년 즈음 이후부터 중국과 교역이 크게 늘어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이다.

미국, 유럽의 ‘중국 거리두기’ 기조가 한국과 중국의 교역 전망에 영향을 주리라는 점이 해외투자가들의 한국증시 투자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걸 흡수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금리와 물가, 환율, 교역성과 등에서 보면 우리는 선진국의 일원으로 견조한 동조가 예상된다. 다만, 내수 소비와 전쟁 리스크, 인접한 비자유시장 진영과의 경제·안보적 상황이 조금 다르다.

단순히 돈으로만 따지기 어려운, 한국의 증시 참여자와 정책 운용자가 가져야 할 지정학적 안목이다. 하지만 대체로 큰 길은 미국과 유럽과 같이 간다고 본다. 매일 챠트나 SNS나 들여다보고 자료를 찾는 것만이 아니라, 바로 이런 안목의 학습이 투자의 세계이다.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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