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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소비자가 모르는 '소비자중심경영'

입력 2024-05-15 14:31
신문게재 2024-05-16 19면

송선덕 실장 사진
송선덕 한국소비자원 대외홍보실장

매 주말이면 동네 마트에 간다. 가족과 나의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주기적인 장보기는 필수적인 소비활동이다. 마트 진열대를 차지한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을 살피다 보면 새삼 자본주의의 풍요로움에 감탄하면서도 이내 선택의 고민에 빠지게 된다. 나에게 있어 식료품 선택의 우선순위는 건강한 먹거리인지 여부다. 합성 첨가물은 최소화했는지, 지구와 건강을 고려한 환경에서 생산했는지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에 더하여 상품을 생산·유통하는 기업이 소비자중심경영을 하는지 여부도 중요 고려사항이다.


소비자중심경영은 영문으로 CCM(Consumer Centered Management)이라고 하며 기업의 경영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소비자를 중심으로 수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소비자원이 평가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부여하는 법정 인증의 하나이다. 2024년 1월 기준 국내 기업 225곳이 인증을 받아 경영 현장에 직접 적용하고 있다.

소비자중심경영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우선 기업은 전사적으로 소비자중심경영 도입을 선포하고 내부 시스템을 소비자 중심적으로 바꿔야 한다. 기업 구성원들도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최종적으로 CCM 인증 심사기준에 따라 한국소비자원의 평가를 거쳐야 비로소 소비자중심경영 기업이 될 자격을 얻는다.

소비자중심경영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크게 경영진의 리더십과 전략, 내부 시스템과 자원의 운영 측면에서 세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최고 경영자의 실천 의지가 있는지부터 소비자의 안전과 불만을 처리할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 소비자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지,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지, 내부 구성원의 만족을 고려하는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원과 관점에서 기업의 경영활동을 들여다보고 평가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인증기업을 신뢰하지 않을 수 없다. 소비자에게 유익한 소비자중심경영이 과연 기업에는 도움이 될까하는 의문이 남는다. 2023년 CCM 인증을 신규 또는 재도입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증을 도입한 이유로 70.4%가 ‘소비자 관리체계 구축 및 정비’를 꼽았다. 도입에 따른 경영성과로는 ‘제품 및 서비스 수준 향상’(3.97점, 5점 만점) 점수가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고객만족도 제고’(4.10점)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뒤를 이었다. 특히 중소기업은 ‘제품 및 서비스 수준 향상’(4.20점), ‘소비자 불만 처리 기간 단축’(3.94점)을 높이 평가했다. 소비자중심경영이 소비자 후생 제고는 물론 기업의 경영성과로도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로 이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CCM 인증제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는 매우 낮은 실정이다. 2023년 소비자 1만명에 대한 조사에서 CCM 인증에 대해 알고 있는 소비자는 10명 중 3명에 불과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광고를 접한다. 인터넷 기사 한 줄, 짧은 영상 하나에도 상품 광고가 붙는 시대다. 하지만 이러한 광고가 상품 선택기준으로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또한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 속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정보는 많은 현대인에게 결정장애를 초래하기도 한다. 따라서 현명한 소비자라면 소비자중심경영 도입 여부를 구매 선택기준으로 삼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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