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쇼크, 충격 아닌 축복으로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4-09-24 19:39 수정일 2014-09-2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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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기출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
우선 100세 시대 인정해야… '생업'과 '제2의 일' 함께 찾기를
100세 시대는 선택이 아닌 필연이다.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돼 버렸다. '파워시니어'를 주창하는 이시형 박사가 '이젠, 다르게 살아야 한다'(이지북)는 책 서문에 적었듯 "이렇게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 줄 알았더라면 인생설계를 달리했을 것"이라는 말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시대인 것이다
"현재 40대 중 절반 이상이 100세 쇼크를 맞게 될 겁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박기출 소장은 이 같은 시대를 '100세 쇼크'라 표현한다. 100세 쇼크란 100세 생일잔치 상을 받았을 때의 충격을 일컫는 말이다. 
삼성생명은퇴연구소박기출소장17
◇ 인생설계 0단계, 마음가짐의 변화
60세 은퇴, 70세 사망. 보통 사람들이 예측하는 인생은 이렇다. 이에 맞춰 인생을 설계하고 살아가던 이들에게 100세 시대는 말 그대로 '충격'이다. 
"100세 시대를 살면서 무엇을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까요? 돈, 건강, 일 등 모두 준비해야 하죠. 하지만 제일 중요한 준비는 인식의 변화예요. 100세 시대를 살고 있음을 받아들이는 일이 가장 먼저입니다."
결국 100세 시대 인생설계는 시각의 변화다. 박 소장은 이에 대해 "100세 시대는 삶을 보는 시각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라고 정의하고 "노후설계가 아니다. 100세 시대 인생설계다. 그 0단계가 100세 시대를 살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앞으로 살아야 할 날이 30년이나 늘었어요. 불가능하거나 의미 없어 보이던 일이 불연듯 의미 있고 해볼 만한 일이 되죠."
◇ 오래 일할 수 있어야 행복해진다
박기출 소장이 제안하는 100세 시대 행복 전략 중 하나는 오래 일하는 것이다. 일은 '생업'과 생업 이후 '제2의 일', 두 가지다. 시기에는 개인차가 있지만 생업은 언젠가 중단되고 그 후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일찍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생업 이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준비하는 데 10년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준비는 일과 후 학원을 다니고 기술을 배우는 게 아니에요. 생각을 하는 거죠.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지는 하루아침에 결정하거나 답을 찾을 수 있는 이슈가 아니거든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데만도 몇 년이 걸린다. 박 소장은 제2의 일을 준비하는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조언한다. 
심사숙고해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행복한 100세 시대를 맞을 수 있다.
◇ 노후, 캐시플로에 집중하라
평생 일하기 위한 전제가 경제적 안정이다. '통계청 2012년 가계금융조사'를 바탕으로 산출한 은퇴 후 부부 생활비는 200만원을 훌쩍 넘는다. 10년이면 2억4000만원, 50년이면 12억5000만원이 필요한 셈이다.
박 소장은 "대한민국 직장인 중 12억5000만원을 벌어놓고 은퇴를 맞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100세 시대의 경제 안정화는 '캐시플로'(Cash Flow)에 달렸다"고 단언한다. 자산의 정도가 아니라 매달 생활에 필요한 돈과 그 돈을 충당할 방법의 문제다.
"쌓아놓은 몇십억원이 아닌 매달 받는 현금을 평생소득, 캐시플로라고 합니다. 캐시플로를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100세 시대 경제 대책의 핵심입니다. 그 대책을 세우는 나이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나이가 어릴수록 적은 비용을 오랜 기간 납입하면 되니 부담 없이 은퇴 후 캐시플로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달에 200만원이 필요하다고 전제해 보자. 국민연금이 50만원이면 퇴직연금 및 개인연금을 100만원 받을 수 있게 계획하고 매달 50만원을 벌 일을 찾으면 된다. 생계를 위해 일하는 시기가 지난 후 제2의 일 역시 마찬가지다.
"연봉 몇억원짜리 일자리가 필요하기보다 기쁨을 누리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젊었을 때야 월급, 연봉이 일자리를 선택하는 기준이지만 제2의 일은 하고 싶은 일, 보람 있는 일, 주위 사람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일을 찾게 되죠."
 
◇ 건강·관계는 자산과 동급
100세 시대의 필요충분조건은 건강과 관계다. 두 조건은 '경제 대책'처럼 로또 당첨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것으로 장기간 꾸준히 진행해야 하는 프로젝트다. 박 소장은 "로또 당첨이 불치병을 낫게 하거나 얼굴만 맞대면 싸우는 부부를 행복하게 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고 "건강관리도 마음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30세부터 운동을 하고 건강관리를 한다고 해도 70년이에요. 운동은 숙제가 아닌 생활이에요. 햇볕을 쬐면서 하루 30분만 활기차게 걸어도 건강을 지킬 수 있죠."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 최근 노인 고독사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00세 시대 가장 중요한 화두는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다. 
"혼자 있으면 고독감으로 정신이 피폐해지고 육체건강까지 나빠집니다. 주위에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죠. 관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정립 및 조율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오랜 시간 공들이고 노 력해야만 한다. 
100세 시대 전략에서 박 소장이 중요하다고 꼽는 요소는 경제, 건강, 정신, 관계, 일, 다섯 가지다. 이들은 우선순위나 중요도를 따지기도 어렵다. 한 치의 다름도 없이 똑같은 비율로 동시에, 종합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다. 
"농구로 따지면 올코트프레스(A Full-court Press, 전면 압박 수비)예요.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죠. 황금비율도 똑같이 20%씩입니다."
 
◇ 가장 아름다운 인생 제3기를 위하여
은퇴는 '생업에서 물러나는 일'을 일컬어 왔다. 하지만 100세 시대의 '은퇴'라는 단어는 사라지거나 변화해야 할 개념이다.
이에 박 소장은 인생 4기를 이야기한다. 제1기 인생은 태어나 부모에 기대 공부하고 자립할 준비를 하는 시기다. 인생 제2기는 결혼을 하고 자식을 키우고 집을 장만하기 위해 생업에 종사하는 시기다. 
그리고 가장 길고 적극적이며 활발한 인생 제3기가 펼쳐진다. 생업을 떠나 남의 눈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시기다. 60세 전후로 이전 시대에서 일컫는 은퇴 후 삶이다. 100세 시대 인생 3기는 하이라이트다. 그리고 인생을 정리하는 죽기 전 5~10년이 제4기 인생이다. 
"100세 시대를 받아들이고 나면 3기 인생을 어떻게 꾸려나갈지에 집중하게 될 겁니다. 현재는 인생 1, 2기를 거쳐 바로 4기로 가고 있어요. 인생 3기에 대한 개념 자체가 희박한 상태죠."
인생 3기를 박 소장은 "제2의 사춘기"라고 지칭한다. 누구도 살아보지 않아 조언을 해줄 수 없는 질풍노도의 시기다. 성장통은 분명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성장통을 이겨내면 화양연화(花樣年華)가 찾아올 것이 분명한 때이기도 하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사진 윤여홍 기자  pks191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