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예림의 SNS로 보는 글로벌 이슈] 기업가치 세계 2위… IT강국 떠오르는 스웨덴
대한민국보다 훨씬 적은 인구로 글로벌 IT산업을 뒤흔드는 숨은 강자가 있다. 바로 ‘스웨덴’이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은 미국 실리콘밸리 다음으로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곳이다. 스웨덴의 인구 100만명당 기업가치는 지난해 기준으로 63억달러(7조1643억원)로 실리콘밸리(81억달러)에 이어 2위다. 지난달 스웨덴을 직접 찾아간 블룸버그의 취재를 바탕으로 ‘유럽판 실리콘밸리’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스웨덴을 파헤쳐봤다.
◇IT강국 스웨덴의 비밀병기는?수십 년 전 스웨덴 정부는 정보기술(IT)야말로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이에 따라 일찌감치 스웨덴 모든 곳에 초고속 인터넷망이 설치되고 PC 구매에도 통 큰 보조금이 지원됐다. 또 대부분 학교에는 ‘컴퓨터공학’ 수업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잘 갖춰진 인프라에 교육까지 더하니 IT 허브가 구성되는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시작된 스웨덴의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스톡홀름 1인당 연구 실적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이어 전세계 두 번째로 높다.
또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글로벌 IT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스웨덴의 네트워크 준비지수(NRIㆍNetwork Readiness Index) 순위는 싱가포르와 핀란드에 이은 3위였다.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상위권(3위)을 차지한 것이다.
스웨덴이 IT 강국으로 거듭난 배경에는 잘 알려져 있는 복지강국답게 스타트업을 갓 시작하는 기업가에게도 주어지는 복지혜택이 있다.
건강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웨덴 스타트업인 라이프섬(Lifesum) 대표는 “(스웨덴처럼) 똑똑한 복지국가는 스타트업이 직원들을 위한 건강보험과 같은 추가로 드는 비용이 부담되지 않게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창업이라는 위험을 무릅쓰기에 비교적 안전한 곳이란 얘기다.
◇유수 기업 탄생지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업체 스포티파이(Spotify), 마인크래프트를 개발한 게임업체 모장(이후 MS에 인수됨), 인기 모바일게임인 캔디크러쉬소다를 개발한 킹(King), 지불결제서비스 클라나(Klarna) 등은 모두 스웨덴이 낳은 굵직한 기업들이다.
이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1세대인 세계 최대 인터넷전화회사 ‘스카이프(Skype)’ 역시 스웨덴의 첫 번째 유니콘(시가총액 1조원 이상 신생기업)이다. 지난 2005년 이베이가 스카이프의 진가를 알아보고 26억달러(약 3조원)에 인수했다.
또 스웨덴에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의 데이터센터도 있다. 스웨덴 북부의 작은 도시 룰레아에 3년 전 발을 들였다. 룰레아의 혁신 기업 노드폴(Node Pole)이 페이스북 설득에 성공한 장본인이다.
당초 4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노드폴은 1년 동안 끈질긴 구애 끝에 페이스북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룰레아는 페이스북이 미국이 아닌 해외에 세운 첫 데이터 센터이기도 하다.
◇로봇이 사람의 얼굴을? ‘소셜 로봇’이 뜬다!
스톡홀름에 위치한 스타트업 ‘펄햇 로보틱스(Furhat Robotics)’는 인간과 기계(로봇) 간의 대화 등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다양한 소셜로봇을 제작하는 스타트업이다.
펄햇은 구체적으로 3차원 프린팅된 얼굴을 장착하고 움직일 수 있는 로봇 머리를 개발한다. 친구나 직장동료 등의 얼굴을 적외선 스캐닝하고 프린트하는 방식이다. 특히 미래에는 원격 영상회의에서 쓰임새가 클 것으로 보인다. 만일 펄햇 로봇을 부르면 우리가 아는 친구나 동료 얼굴의 모습을 하고 원격 영상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다. 펄햇의 소셜로봇은 프론트 데스크 안내, 교육, 스토리텔러, 인터랙티브 광고, 노인 보조 등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해 성장 잠재력이 크다.
물론 로봇에 본인의 얼굴이 투영되고 각양각색 표정을 짓는다면 처음에는 묘하게 생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국 플리머스대학에서 ‘로봇 얼굴 투영(facial projection)’을 연구해 온 토니 벨파엠은 “이러한 로봇이 앞으로 대단히 강력한 존재감을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로보틱스분야에서 로봇이 사람의 얼굴을 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현상과 관련된 이론도 있다. 모리 마사히로 로봇 전문가가 주창한 ‘언캐니 밸리 효과(uncanny valley effect)’다. 언캐니 밸리는 ‘이상한, 묘한, 기괴한’이라는 의미의 ‘언캐니(uncanny)’와 계곡을 뜻하는 ‘밸리(valley)’의 합성어다.
‘언캐니 밸리’는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이 궁극적으로 인간과 가장 비슷한 인간과 같은 상호작용을 지향하지만 그 역설도 존재한다는 이론이다. 인간을 표현하는 기술이 실사에 가까워질수록 인간의 호감도는 증가하지만, 어느 임계점에 다다르면 오히려 언캐니, 즉 섬뜩함이나 거부감까지 느껴져 인간의 호감도는 급감한다는 것이다.
권예림 기자 limmi@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