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늦은 시간, 운전대를 잡고 고속도로를 달릴 때 큰 트럭이 가까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불안감이 엄습해 올 수 있다. 그러나 안전거리를 적절히 유지하고 제한 속도를 유지하는 ‘자율주행트럭’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자율주행차 열풍이 한창 불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18개 바퀴로 달리는 ‘화물트럭’이 단연 자율주행차의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자율주행트럭을 굴리는 장본인은 15명의 구글 출신 엔지니어들이 모여 만든 스타트업 ‘오토(Otto)’다. 지난 주말 오토는 네바다주에서 18바퀴 트럭으로 고속도로 장거리 주행을 시연해 눈길을 끌었다.
오토는 구글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와 달리 처음부터 ‘고속도로 운전’에만 초점을 맞췄다. 장거리 고속도로를 오가야 하는 상업용 트럭 산업을 공략하고 나선 것이다.
기존 대형트럭업체인 다임러와 볼보 등도 최근 몇 달 사이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시연하면서 경쟁구도를 형성했지만 오토 측은 전혀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오토는 자체 트럭을 개발하는 것이 아닌 기존 트럭 모델에 자사의 하드웨어 키트를 만들어 자율주행차를 굴리는 구조다. 반면 다른 경쟁업체들은 자율주행을 위해 완전히 새로운 트럭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오토는 차별화 전략을 갖고 있는 셈이다.
특히 자율주행트럭은 승객용 차량보다 경제적으로나 규제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NYT는 분석했다.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얘기다.
또 트럭은 도로 위 안전을 위협하는 무법자다. 미국 전역에서 트럭 운전자 비율은 전체의 5.6%지만 사망률은 9.5%로 높은 수준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자율주행트럭이 아무런 제약 없이 도로를 달리기까지는 넘어야 할 장벽이 있다. 우선 트럭 운전기사의 대량 실직이 예고될 수 있다. 전미트럭협회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역에 300만명이 넘는 트럭 운전기사들이 있는데 갈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또 하나의 장애물은 자율주행 관련 법령이다. 그나마 네바다 등 5개 주는 이미 자율주행차의 일반도로 주행을 허용하는 법제화를 완료했기 때문에 향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권예림 기자 limmi@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