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CBAM②] 확 바뀐 ‘철강 빅3’ 경영 환경… 3社3色 대응 전략은?

박기태 기자
입력일 2023-05-08 06:48 수정일 2023-05-08 06:48 발행일 2023-05-0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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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철강업계의 발등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라는 불이 떨어졌다. CBAM은 유럽연합(EU)에 수출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 추정치를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동해 세금을 부과하는 조처를 말한다. 사실상 ‘탄소세’라는 추가 관세가 부과되는 것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국내 철강업계로서는 난감할 수 밖에 없다. 당장 오는 10월 탄소 배출량을 EU 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행정적 부담을 떠안게 됐다. 오는 2026년부터는 탄소세도 추가로 내야 된다. 그때까지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면 가격경쟁력 약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자칫 연 60억달러(지난해 기준, 약 7조원)에 달하는 유럽 시장을 놓칠 수도 있다. 하루빨리 대책을 찾아야 한다. 브릿지경제는 EU의 CBAM 시행에 따른 국내 파장과 대처법 등을 3회에 걸쳐 톺아본다.<편집자 주>
(사진=연합)
(사진=연합)

유럽연합(EU)이 철강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오는 2026년 본격 도입하기로 하면서 국내 철강사들의 경영 환경에도 적잖은 변화가 감지된다. ‘탄소 다배출 업종’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2050 탄소중립(넷제로)’을 달성하기 위해 저마다의 방법으로 친환경 전환을 꾀하는 모습이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자칫 연 60억달러(지난해 기준, 약 7조원)에 달하는 유럽 시장을 놓칠뿐 아니라 여타 기업과의 경쟁에서도 밀릴 수 있다는 절박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 대응책 마련이 곧 지속 성장’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자리잡고 있다. 기존 철강 산업은 용광로(고로)를 활용한 쇳물 생산 기술의 경우 석탄을 환원제로 사용하기에 탄소를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우선 국내 철강업계 1위인 포스코는 지난 2020년 아시아 철강사로는 처음으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후 친환경 생산·판매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 10% 감축 △2040년 50% 감축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 포스코가 내세운 목표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도 “철강산업은 탄소중립을 향해서 더욱 효율적인 생산방식, 예전과는 다른 공정, 새로운 원료의 투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산업 전반의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에너지 효율 향상, 저탄소 연·원료 대체 등과 함께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도 열을 올리는 중이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시키는 환원제 역할을 석탄 등 화석연료가 아닌 수소가 대신해 탄소 발생이 제로에 가깝다. 다만 아직까지 상용화되지는 않았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인 하이렉스(HyREX) 시험설비를 오는 2026년 도입해 상업화 가능성을 확인하고 오는 2030년까지 상용 기술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그때까지 포스코는 저탄소 제품 생산에 힘을 쏟는다. 이미 광양제철소에 약 6000억원을 투자해 내년 1월 전기로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2026년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이 전기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상용화해 기존 고로 공정을 대체하기까지 전기로가 전환 단계 설비 역할을 하게 된다.

현대제철
현대제철 안동일 사장이 4월26일 영상을 통해 탄소중립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사진=현대제철)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CSO) 사장은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친환경 생산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서 2026년부터 저탄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전기로 투자를 결정했다”고 했다.

현대제철도 EU의 CBAM에 대응하고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내놨다. 이 로드맵대로라면 현대제철은 오는 2030년까지 직·간접 탄소 배출량을 12% 감축한다.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 생산 체제 구축으로 저탄소화 자동차용 고급 강재를 생산해 친환경 가치를 단계적으로 실현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기존 전기로를 활용해 저탄소화된 쇳물을 고로 전로공정에 혼합 투입하는 방식을 적용한 뒤 새로운 전기로를 신설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40% 가까이 줄인 강재를 선보인다. 새 전기로에는 탄소배출을 줄인 최고급 판재를 생산하는 저탄소제품 생산체계인 ‘하이큐브(Hy-Cube)’ 기술을 적용한다. 하이큐브는 신전기로에 철스크랩과 고로의 탄소중립 용선, 수소환원 직접환원철 등을 혼합 사용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최고급 판재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하이큐브를 통해 생산된 제품들은 현대제철 고유 브랜드인 ‘하이에코스틸’(hyECOsteel)로 불린다.

현대제철 안동일 사장은 “글로벌 선진국들은 기후변화와 연계해 자국 산업보호 및 경쟁력 선점에 주력하고 있다”며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신성장 동력 확보와 지속가능한 친환경 철강사로 나아가기 위해 현대제철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최초로 전기로를 가동한 동국제강은 중장기 친환경 전략 ‘스틸 포 그린(Steel for Green)’을 수립하고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8년보다 1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전기로 고도화를 추진해 나가고 있다. 오는 2028년까지 하이퍼 전기로 공정 연구를 완료한다는 게 동국제강의 계획이다. 동국제강이 개발할 하이퍼 전기로의 핵심은 속도와 에너지 효율로, 조업 속도를 높일수록 소비 전력을 절감해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동국제강은 철 스크랩 예열과 장입 방식 개선 등으로 ‘에코아크 전기로’의 전력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 효율을 향상해 하이퍼 전기로 기술을 완성할 계획이다. 동국제강 인천공장 에코아크 전기로는 국내 기준으로 전력 효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철 스크랩 사전 예열과 연속 장입으로 일반 전기로 대비 전력을 30% 덜 사용한다. 동국제강 측은 “이번 하이퍼 전기로 기술 개발·도입에 성공하면 추가적인 전력 효율 향상과 친환경 기술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기태 기자 parkea1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