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연구실서 캐냈다, 진짜처럼 빛난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열풍

장민서 기자
입력일 2023-10-25 07:00 수정일 2023-10-25 07:00 발행일 2023-10-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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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 1캐럿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반지(사진=로이드)

최근 국내 주얼리 시장에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열풍이 불고 있다.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가격 역시 천연 다이아몬드에 비해 저렴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Lab Grown Diamond)란 연구실을 의미하는 ‘랩(LAB)’과 만들다는 뜻의 ‘그로운(GROWN)’을 합쳐 만든 단어로 과학자들이 기술 개발을 통해 만들어낸 다이아몬드를 의미하며 ‘인공다이아몬드’, ‘양식 다이아몬드’ 등으로도 불린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채굴 시 발생하는 환경오염 유발 물질이 없는 등 친환경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천연 다이아몬드 1캐럿을 채굴 시 물 500ℓ가 필요하고 6.5t의 지면을 깎아내야 하지만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채굴 과정이 없어 토양오염, 탄소 배출이 거의 없다. 가격도 천연 다이아몬드에 비해 30~70% 저렴하다.

시장 전망과 소비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다이아몬드 전문 애널리스트 폴 짐니스키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약 2조6000억원 규모였던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 규모는 2025년 5조2000억원으로 2배 성장할 전망이다.

또 국내 다이아몬드 전문기업 KDT다이아몬드가 모바일 사용자 설문 플랫폼 크라토스에 의뢰해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10월 6일부터 13일까지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 소비자 10명 가운데 4명이 향후 다이아몬드 제품을 구매할 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구매 의사를 묻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 답변은 각각 14.6%, 27.0%로 긍정적인 대답이 41.6%였다. 반면 부정적인 답변은 22.5%(전혀 그렇지 않다 8.3%, 그렇지 않다 14.3%)에 그쳤다.

이에 국내 주얼리 업계는 물론이고 유통업계도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판매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에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처음 선보인 업체는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월드가 운영하는 골드주얼리 브랜드 로이드다. 로이드는 지난 2020년 12월 ‘엘-다이아몬드(L-DIAMOND)’라는 브랜드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로이드는 대표 상품 ‘1캐럿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링’을 비롯해 링 30종, 네크리스 12종, 이어링 7종을 출시했으며 캐럿 사이즈 및 디자인에 따라 세분화해 선보이고 있다.

현재 로이드의 랩그로운 관련 상품은 약 300개에 달하며, 올해 랩그로운 상품의 매출은 2021년 대비 150% 성장이 예상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실제 로이드는 지난 8월15일부터 1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를 100만원에 판매했는데 3주만에 1000개 판매를 돌파했다. 이에 로이드는 지난달에는 5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반지와 목걸이를 출시하는 등 상품군을 넒혀 고객층을 공략하고 있다.

이밖에도 로이드는 켄싱턴호텔과 함께 예비부부를 겨냥한 ‘프리미엄 호텔 패키지’도 선보였다. 패키지에는 로이드 1캐럿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반지와 켄싱턴호텔 여의도 이그제큐티브 숙박권, 뉴욕뉴욕 레스토랑 이용권이 포함됐다. 로이드의 1캐럿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반지는 플래티늄 소재로 특별 제작됐다.

이와함께 로이드는 1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를 포함해 5부, 3부 등 다양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상품을 웹사이트에서 큐레이션 형태로 살펴볼 수 있는 ‘퍼펙트 기프트 퍼펙트 타이밍(Perfect GIFT Perfect TIMING)’ 캠페인도 함께 펼치고 있다.

로이드 관계자는 “천연 다이아몬드 반지는 최소 500만원부터 시작하는 반면 5분의 1도 안되는 가격에 반지를 구매한다는 것 자체가 고객들에게 큰 메리트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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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OD 1캐럿 반지.(사진=KDT다이아몬드)
2021년 국내에서 처음, 세계에서는 8번째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개발에 성공한 KDT다이아몬드는 올 3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브랜드 ‘ALOD(알로드)’를 론칭했다. 현재 알로드의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관련 상품 수는 1000여개에 달한다. 알로드는 3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첫 선을 보였고 지난달에는 현대백화점 목동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이달 29일까지 신세계백화점 본점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다음달에는 롯데백화점 잠실 에비뉴엘에 입점할 예정이다.

KDT다이아몬드는 최근 인도 상공부(Ministry of Commerce & Industries)로부터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제조 및 연마 공장 설립 승인을 받았다. 공장 부지는 전 세계 다이아몬드 물량의 95% 이상을 연마하는 ‘수랏(Surat)’ 지역의 ‘수랏 특별 경제 구역(Surat Special Economic Zone)’에 위치한다. 인도는 전 세계 다이아몬드 가공의 95%를 책임지는 다이아몬드 강국으로, 최근에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올해 초 인도 정부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생산에 필요한 핵심 원료인 다이아몬드 씨앗에 대한 관세 폐지 및 자금 지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KDT다이아몬드는 다음달 초 이 공장을 착공해 내년 3월 초 준공할 예정이다. 공장 규모는 2000㎡(건축 연면적)이며 3월 말 가동을 시작해 설립 첫 해 3만6000 캐럿, 향후 연간 10만 캐럿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도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약 150명의 직원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수요가 커지면서 백화점 업계 역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판매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 4월 주얼리 업체 ‘어니스트서울’의 팝업스토어를 열고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반지, 팔찌, 목걸이 등 총 100여 개 주얼리 상품들 선보였으며, 다이아미·세그먼트A·레쿠 등 5개 브랜드의 제품을 모아 SSG닷컴을 통해 기획전을 열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달 본점에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브랜드 ‘더 그레이스 런던’을 입점시켰으며, 이달에는 잠실점에서 ‘루미너스 랩’ 팝업스토어를 열고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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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닷컴이 주얼리 브랜드 도로시와 함께 개발안 핑그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사진=SSG닷컴)

 SSG닷컴도 지난해 말 ‘랩그로운 다이아몬드(Lab Grown Diamond)’ 공식브랜드관을 열고 소비자들 공략에 나서고 있다.

현재 SSG닷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브랜드관에는 도로시, 디네치, 레쿠, 로이드, 샤밍주얼리, 존폴주얼리 등의 다양한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는데, 매출 신장률이 매달 평균 50%에 달할 정도로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구매고객중 20~30대 비중이 전체의 27%를 차지할 정도로 MZ세대에게 각광받고 있다. 이에 SSG닷컴은 취급 상품 수(SKU)를 약 600여 종으로 첫 달보다 70% 가량 늘렸다.

SSG닷컴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전문관 내 상품 수를 연내 1000여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유수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사파이어, 루비, 에메랄드 등 랩그로운 유색 보석 주얼리 라인업도 선보일 예정이다.

상품 공동기획에도 나서 SSG닷컴은 최근 도로시와 함께 공동 개발한 핑크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컬렉션을 단독 판매하고 있다.

핑크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보석으로 손꼽히는 천연 핑크 다이아몬드를 실험실 내에서 길러내는 방식으로 구현한 것으로, 양사는 ‘가장 희귀한 보석을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 공감해 지난 6월 상품 공동 기획에 착수했다.

양사가 선보이는 핑크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주얼리는 클래식한 링 귀걸이, 과일 모티브 디자인의 드롭 목걸이, 꽃을 형상화한 팔찌 등 총 13가지로, 일상에서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합리적인 가격과 가치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며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상품 다각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민서 기자 msj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