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밀가루 등 원재료 상승에...가격 압박 요인 넘쳐 노점상 감소 한 마리 1000원짜리 붕어빵도 등장에...냉동 붕어빵·홈메이드 유행
원재료 가격 상승과 인건비 증가 등으로 겨울철 대표 간식인 ‘붕어빵’을 파는 노점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그나마 남아있는 붕어빵 가게도 한개 가격이 1000원까지 올라 소비자들이 선뜻 사기에 부담스러워졌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원재료 가격 상승 영향으로 올 겨울 붕어빵 1마리는 1000원, 3마리 2000원을 넘어 강남 일부 지역에서는 2마리에 5000원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 재료가 비싸고 마진이 적다 보니 장사를 관두는 상인도 많아졌다는 게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붕어빵의 주재료인 붉은 팥(수입산) 40kg 도매가격은 17일 기준 27만4400원이다. 1년 전(27만200원) 보다 1.6%, 평년(21만333원) 가격 대비 30.5%나 상승했다. 밀가루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격이 급등했고, 설탕은 이상 기후 영향으로 생산량이 감소해 올해 들어 가격이 크게 올랐다. 붕어빵을 굽는데 필요한 국내 액화석유가스(LPG) 공급 가격도 국제 LPG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며 3개월 연속 올랐다.
이같은 상황에서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과 카페가 새로운 ‘붕세권’(붕어빵+역세권)으로 떠오르고 있다. 붕어빵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면서 노점이 감소하자 점포를 찾기 쉽고 할인 프로모션도 활발히 진행하는 편의점이나 카페에서 붕어빵을 사 먹는 고객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10월 한 달간 즉석조리식품 83종의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즉석붕어빵이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즉석 붕어빵은 편의점 내 즉석 조리 판매량 2위인 군고구마보다 87.1%, 3위인 즉석 고래사어묵보다 157.8% 각각 더 팔렸다.
이에 GS25는 9월 즉석붕어빵, 10월 미니붕어빵을 선보인 데 이어 이달엔 즉석슈크림빵을 공개했다. 11월 한 달간 즉석붕어빵은 1200원에서 1000원, 즉석슈크림붕어빵은 900원에서 800원, 미니붕어빵은 600원에서 500원으로 각각 할인된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단팥, 슈크림 2종의 즉석 붕어빵을 출시했다. 미니 사이즈 붕어빵으로 개당 900원이고, 출시 기념으로 12월 11일까지 2+1 행사를 적용한다. 즉석 붕어빵 출시 전에도 CU에선 냉동 가정간편식(HMR) 중 10월 중순 출시된 오뚜기 붕어빵이 인기를 끌었다. 11월 6~12일 매출신장률이 직전 주 대비 팥 붕어빵은 64%, 슈크림 붕어빵은 58%를 기록했다. 이 상품은 이달 말까지 반값 할인한다.
세븐일레븐은 2021년 출시해 3000여개 점포에서 판매 중인 매장에서 직접 굽는 붕어빵 ‘세붕빵’이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날씨가 본격적으로 쌀쌀해지기 시작한 11월 6~12일 매출은 직전 주 대비 80% 뛰었다. 가격은 1개 700원으로 15일까지 1+1 이벤트를 진행한다. 지난 16일부터는 3개 2000원에 선보이고 있다.
백화점도 ‘붕세권’으로 떠올랐다. 롯데백화점은 성수동에서 줄서서 먹는 붕어빵 맛집으로 유명한 ‘붕어유랑단’과 손잡고 릴레이 붕어빵 팝업스토어를 이달 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전국 15개 점포에서 전개한다. 1일 노원점부터 시작해 현재 확정된 15개 점포 외에도 추후 진행 점포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콘셉트는 ‘전국 붕어 주간’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봄에도 본점과 잠실점에서 진행한 붕어유랑단 팝업이 대기가 필요할 정도로 인기를 끈 바 있다. 붕어빵 팝업에서는 기본 단팥 맛을 비롯해 슈크림, 계란 치즈, 완두, 콘 치즈, 불닭 만두, 스페셜 피자 등 이색 맛을 접목한 붕어빵을 선보인다. 특히 붕어유랑단의 특제 피자 토핑과 모짜렐라 치즈를 가득 채운 스폐셜 피자 맛은 이번 팝업을 위해 특별히 기획한 메뉴다.
이밖에 붕어빵 굿즈를 받을 수 있는 고객 참여형 이벤트도 진행한다. 팝업에 방문해 개인 SNS에 인증샷을 올리면 추첨을 통해 붕어빵 모양의 키링, 수세미 등을 증정한다. 또한, 구매고객에게는 점포별 선착순으로 붕어유랑단이 제작한 ‘2024년 달력 포스터’를 증정하는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카페도 ‘붕어빵’ 판매에 적극적이다. 메가MGC커피는 겨울시즌 음료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디저트 메뉴 2종을 출시했다. ‘따끈따끈 간식꾸러미’는 팥&슈크림 붕어빵과 앙버터 호두과자로 꾸려진 기존 간식꾸러미에 꿀을 가득 머금은 미니 호떡을 더해 겨울철 간식거리를 완성시킨 메뉴다.
투썸플레이스는 이달 15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투썸하트 앱(애플리케이션)에서 스페셜 스탬프 4개를 포함해 총 15개의 스탬프를 완성하면 집에서도 쉽게 붕어빵 또는 와플을 만들 수 있는 ‘마이 윈터 붕어빵 메이커’를 선착순으로 증정하는 ‘투썸하트 윈터 스탬프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디야커피는 동절기 새 메뉴로 ‘콘치즈 계란빵’, ‘꿀 호떡’을 출시했다. 꿀 호떡의 경우 지난 2021년 동절기 메뉴로 선보였다가 고객 요청으로 올해 재출시했다.
이디야 관계자는 “겨울 길거리 간식이 인기가 많음에도 판매처가 많이 사라져 아쉬워하는 고객들을 달래고자 붕어빵 등을 출시하게 됐다”며 “겨울철 간식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있는 편이고, 추운 날 음료와 함께 즐기기도 좋기 때문에 앞으로도 매출은 꾸준히 상승세를 탈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스크림 ‘붕어빵’도 등장했다. SPC 배스킨라빈스는 캐릭터 ‘도라에몽’과 협업해 11월 이달의 맛 ‘도라에몽의 팥붕! 슈붕!’을 출시했다. ‘도라에몽의 팥붕! 슈붕!’은 팥과 슈크림 아이스크림 조합에 풍미를 높여줄 팥앙금 리본과 통단팥, 그리고 식감을 더해줄 버터 쿠키로 완성했다. 겨울철 인기 간식인 붕어빵을 배스킨라빈스에서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예 집에서 ‘붕어빵’을 해먹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직접 붕어빵을 만들어 먹거나 에어프라이어 등으로 조리하는 가정간편식 냉동 붕어빵의 인기도 많아지고 있다. 여러 식품기업이 겨울 간식 전용 팬과 재료, 완제품 형태의 간편식 등을 잇따라 내놓기 시작하면서 홈메이드 트렌드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신세계푸드는 ‘피자 먹은 붕어빵’, ‘고구마 먹은 붕어빵’ 등 2종을 붕어빵 가정간편식 라인에 추가키로 했다. 먼저 ‘피자 먹은 붕어빵’은 토마토, 베이컨, 스위트콘, 피망, 치즈 등의 다양한 피자 재료를 넣어 감칠맛이 살아있고, ‘고구마 먹은 붕어빵’은 고구마 무스와 모짜렐라 치즈를 함께 넣어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신세계푸드는 이번에 출시한 피자, 고구마 붕어빵 외에 기존 팥, 슈크림 붕어빵 등을 통해 고물가 시대 급속히 늘고 있는 온라인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을 공략하고, 동시에 간식류 가정간편식 시장확대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오뚜기도 지난 9월 팥과 슈크림이 들어간 간편식 붕어빵 2종을 출시했다. 새롭게 선보인 꼬리까지 가득 찬 붕어빵은 머리부터 꼬리까지 팥 앙금과 슈크림으로 아낌없이 속을 꽉 채워, 마지막 한 입까지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팥 붕어빵은 달콤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고운 팥 앙금을 사용해 물리지 않고 먹을 수 있으며, 슈크림 붕어빵은 프리미엄급 슈크림을 사용해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맛이 특징이다.
앞서 8월에는 CJ제일제당이 3가지 맛을 앞세워 붕어빵 시장에 진출했다. 두 제품 모두 붕어빵에 대한 높은 수요를 고려해 집에서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기획했다.
이밖에 사조대림(국민 간식 옛날 붕어빵), 설빙(미니 붕어빵) 등 주요 식품기업들이 냉동 붕어빵을 간편식 라인업에 추가하고 있다.
박자연 기자 naturepark12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