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정책 전환은 때때로 불가피한 일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변화가 필요할 때,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와 자료를 제시해 당위성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점에 비춰 본다면 지난 7일 환경부의 일회용품 관리정책 전환 발표의 허술함은 두고두고 곱씹어 봐야할 것 같다.
이날 환경부는 임상준 차관이 직접 나서 일회용품에 대해 ‘과태료 부과’에서 ‘자율 규제’로 전환 방침을 발표했다. 차관은 정책의 변화 이유로 소상공인 부담을 완화하고,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일회용품 사용도 줄이기 위한 취지라고 강조했었다.
그러나 이날 환경부의 발표는 공감을 얻기에 부족한 면이 있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허술한 보도자료가 한 몫을 했다. 명색이 차관이 나서서 발표하는 자료였는데, 총 7페이지, 그중 본문은 3페이지에 불과할 정도로 자료가 빈약했다. 내용도 알차지 못했다. 이번 사안의 경우, 정책 전환으로 인한 일회용품 증가 예상치나 소상공인이나 소비자의 편익 등에 대한 수치를 제공해 국민을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그러나 관련 근거는 자료에 담기지 않았다. 대신 붕어빵 사장. 분식점 사장, 커피전문점 사장, 음식점 사장 등의 민원사례만 보도자료를 잔뜩 채웠다.
소위 MSG가 잔뜩 쳐진 모양새다. 특히 붕어빵 사장 B 씨 등의 민원은 ‘어묵 국물도 항상 넉넉히 준비해 둔다’는 그럴듯한 이야기로 스토리텔링 돼 보도자료에 담겼다. 객관적 사례가 아닌, 주관적 시선이 버젓이 정부부처 보도자료에 담기게 된 연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날 공교롭게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재사용이 미래다’ 보고서 발표했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지역의 다회용컵 및 일회용컵 시스템의 환경 성과 전과정을 평가하는 자료였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이와 같은 연구조사가 이뤄진 것은 최초라고 했다. 다회용컵 대여 시스템에서 컵당 사용 기간을 3년으로, 재사용 빈도수별 영향 효과 비교였다. 이를 통해 일회용컵, 다회용컵으로 전환 시 매년 2억 5000만㎏ 탄소배출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왔다. 쉽게 반박할 수 없는 데이터였다.
주객전도(主客顚倒). 환경보호단체도 객관적 수치를 내놓는데, 정부가 감성팔이 하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한 환경부의 입장이 궁금해지는 하루였다.
곽진성 정치경제부 기자 pe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