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여파로 청약시장 열기가 한풀 꺾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당첨 커트라인(만점 84점)은 20~30점대까지 떨어졌고, 두 자릿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단지에서도 계약 포기가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미분양 사태를 호소하면서도 여전히 고분양가를 고수하고 있어 수요자들은 분양가와 입지 등을 신중하게 따져 청약에 나설 필요가 있다.
또한 미분양 아파트를 해소하려고 소비자들의 ‘착시(錯視)’를 일으키는 마케팅에도 주의가 요구된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고분양가와 대출금리 인상으로 선당후곰(먼저 청약 당첨되고 고민) 분위기가 사라지고 있다”며 “전 재산을 투입해 청약에 나서는 만큼, 정확히 알고 계약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체들이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해 자주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분양가 인하’다. 일단 높은 가격에 분양하고 계약자가 없으면 당초 분양가보다 가격을 내리거나 발코니 확장비용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런 경우 소비자들은 그 아파트 분양가가 왠지 저렴하다는 착각을 하기 쉽지만 주변 단지와 꼼꼼히 비교해야 한다.
금리 상승 속에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는 단지도 늘고 있다. 중도금 무이자 혜택은 분양가의 60%인 중도금 대출의 이자를 계약자 대신 사업자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계약자들은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도 줄어 분양가 인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혜택은 알고 보면 ‘조삼모사’식의 눈속임일 수 있다. 겉보기엔 사업자 쪽이 대출 이자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비용이 이미 분양가에 전가돼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중도금 무이자 혜택’이란 광고에 홀릴 게 아니라 주변 시세와 비교해 분양가가 적정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허위·과장 광고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오피스텔·지식산업센터·생활형숙박시설·상가처럼 주로 임대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이른바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는 수익률 뻥튀기 광고가 성행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광고만 믿고 무턱대고 투자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수익률이 과장된 경우가 많고, 일정 기간 확정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계약 역시 허점이 많기 때문이다.
단지명에 철도역을 넣어 역세권 입지를 강조한 분양 단지도 많다. 하지만 일부는 단지 정문에서 역까지 걸어서 최대 50분가량 이동해야 하는 곳도 있다.
미분양이 예상될 때 건설업체에서 ‘깜깜이 분양’을 하기도 한다. 구독률이 낮은 신문에만 작게 분양공고를 내 홍보비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을 쓴다. 깜깜이 분양도 소비자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마케팅이다. 일반적인 분양 계약과 달라 피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잘 따져봐야 한다.
모델하우스만 보고 덜컥 계약하는 것도 금물이다. 모델하우스 내 단지 배치도나 안내물에는 아파트가 들어설 현장 인근 환경의 장점만 기재하고 단점은 기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김광석 대표는 “모델하우스는 물론 현장확인은 필수”라며 “단지 주변 환경, 교통편의성, 조망권 확보여부, 유해시설 존재여부, 학군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훈식 기자 ch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