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외식비 고공행진에 ‘집밥’트렌드 확산… 식품매출 ‘쑥쑥’
외식물가가 고공행진 하면서 ‘집밥’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어나자 식품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3.0%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2.9%)보다 0.1%포인트 높았다. 외식 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을 웃도는 현상이 2021년 6월 이후 35개월째 이어진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을 보면 지난달 서울 기준으로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8개 외식 메뉴 가운데 1만원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은 김밥(평균 3362원)과 짜장면(7146원), 김치찌개 백반(8115원), 칼국수(9154원) 등 4개뿐이다. 비빔밥(1만769원), 냉면(1만1692원), 삼계탕(1만6885원), 삼겹살(1만9981원) 등은 1만원 선을 넘은 지 오래다.
치킨 족발 등 야식이나 안주류의 가격 인상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파파이스, 굽네, BBQ 등 치킨프랜차이즈는 지난달과 이달 대표 메뉴의 가격을 1000원에서 3000원까지 인상했으며, 돼지고기 브랜드육 시장 점유율 1위 도드람은 지난주 족발의 원료인 장족의 매장 공급가를 500원 올렸다.
◇ 식품업체 1분기 실적 ‘훨훨’
높은 외식물가에 ‘집밥’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식품업계의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자회사 CJ대한통운을 제외한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4조4442억원으로 0.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67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77.5% 늘었다. 순이익은 1008억원으로 3776.9% 늘어나면서 지난해 1분기의 39배에 육박한다.
CJ제일제당은 내식(집밥) 트렌드가 확산한 데다 네이버, SSG닷컴, 알리익스프레스 등 다양한 온라인 이커머스 플랫폼과 전략적 협업으로 비비고 만두, 햇반 등 주요 제품 판매량이 10%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대상도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매출이 1조445억원으로 5.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77억원으로 91.5% 늘어났다. 신선식품과 편의식품, 조미료류 등 주요 품목 매출이 증가한 것이 호실적에 영향을 줬다.
동원F&B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매출이 1조1190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늘었고, 영업이익은 499억원으로 14.8% 증가했다고 밝혔다. 동원F&B는 설 명절 선물세트 매출이 3.5% 늘었고, 가정간편식(HMR) 판매가 증가해 호실적을 냈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은 주요 식품기업 중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삼양식품은 올해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은 전년대비 57% 증가한 3857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80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5% 늘어났다. 오뚜기도 1분기 매출은 8836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늘었고, 영업이익이 732억원으로 12%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오뚜기 역시 간편식 매출이 증가했다.
◇ 대형마트·슈퍼, 식품매출 ‘쑥쑥’
실제로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2일까지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의 신선식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 늘었다. 즉석조리 식품을 판매하는 델리는 6%, 가정간편식은 5% 각각 매출이 증가했다. 홈플러스도 온라인 기준으로 1∼3월 판매된 신선식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에서도 올해 1∼3월 월별 식품 매출 증가율이 10% 안팎으로 -5∼5%대를 오간 비식품군을 압도했다. 온라인 식품 매출도 매달 20∼30%대로 늘어 전 상품군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오프라인 매장뿐만 아니라 이커머스 업체들의 식품 매출도 급증했다.
G마켓은 지난 1∼5월 기준 장보기 서비스 전문관인 ‘스마일프레시’의 신선식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나 늘었다고 밝혔다. 품목별 매출 증가율을 보면 잎줄기채소가 84%로 가장 높았고 버섯·나물류 62%, 닭고기·달걀 51%, 견과류 48%, 생선·뿌리채소 각 38%, 잡곡·혼합곡 35%, 김치 34% 등이다. 같은 기간 SSG닷컴에서는 김밥과 샌드위치 등의 즉석 조리식품과 가정간편식 매출이 나란히 40%씩 증가했다.
지난해 2월 선보인 11번가 장보기 서비스 ‘신선밥상’도 지난 2∼4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7% 급증하며 전체 매출을 끌어올리는 효자 노릇을 했다.
◇ “집밥족 잡자”… 유통업계 초저가 경쟁
식품 매출이 늘어나면서 식품 구매 소비자들을 유인하려는 유통업계 할인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마트는 이번 달 가격 파격 3대 식품으로 채소·델리·수산을 선정해 한 달 내내 할인 중이다. 먼저 ‘적상추·아삭이상추’는 200g 한 팩에 99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선보인다. 이마트 바이어는 990원 상추를 위해 대단지 시설재배 농가를 찾아 나서 현재 판매가인 정상가 1980원을 반값으로 낮췄다. 상추와 함께 쌈케일, 쌈배추, 생채, 적겨자, 비타민 등 쌈채소 5종(각 100g)도 상추류의 가격파격 선언에 동참해 한달간 990원에 판매한다.
델리 카테고리에서는 ‘3000원대 짜장면’을 비롯한 중화반점 3종 신메뉴를 가격파격으로 제안한다. 외식 물가 안정을 위해 ‘짜장면, 중화 잡채밥, 중화 비빔밥’ 총 3종은 각 3480원에 판매한다.
홈플러스는 물가안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최근 ‘물가안정365’ 상품 40 여종의 가격을 일시적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콩나물, 핫도그, 만두 등 다양한 품목을 엄선해 최대 6000원까지 가격을 할인한다. 대표적으로 ‘Simplus 아삭한 콩나물(500g)’은 1250원에서 1000원으로 가격을 내렸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고물가에 지친 고객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주요 식품·생필품의 가격을 당분간 인하해 판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슈퍼는 소비자들이 매주 합리적인 쇼핑을 할 수 있도록 매주 ‘핫프라이스’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핫프라이스’란 매주 하나의 상품을 선정해 가격 메리트를 극한까지 끌어올려 초저가 수준으로 판매하는 프로젝트다. 현재까지 쌀, 삼겹살, 치킨, 전복, 휴지, 프라이팬 등 총 16개의 상품을 판매했으며, 생활에 밀접한 상품 위주로 준비했다.
핫프라이스 상품은 초저가 수준으로 가격이 책정되는 만큼 할인율은 평균 40%대에 달한다. 특정 상품에는 ‘원 플러스 원(1+1)’, ‘투 플러스 원(2+1)’ 행사를 제공해 고객의 할인 체감도를 더욱 높였다.
오프라인 업체들이 가격 할인 경쟁에 나서는 가운데 이커머스 업계는 식품 특성을 고려해 빠른 배송 경쟁력을 갖추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G마켓은 지난 3월 신선·가공식품에 특화한 스마일배송 저온 물류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에 따라 평일 오후 6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배송해주는 냉동 식품군이 한층 넓어졌다.
G마켓은 올해 하반기에는 이를 냉장 식품으로 확대해 익일 스마일배송이 가능한 냉동·냉장식품 상품 수를 올해 안에 두 배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SSG닷컴은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배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고객은 간판 배송 서비스인 ‘쓱배송’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 사이 원하는 시간대를 선택해 배송받을 수 있다. 오후 2시까지 주문하면 최소 3시간 뒤부터 그날 수령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주문이 많은 수도권 일부 지역에 오후 7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오후 9시부터 자정 사이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심야배송 ‘쓱배송 투나잇’ 서비스를 도입했다.
컬리는 ‘컬리나우’라는 이름으로 다음 달 중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일대에서 시범적으로 퀵커머스 서비스를 개시한다. 오후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 전에 상품을 배송해주는 ‘샛별배송’에 더해 신속 배송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컬리는 이를 위해 젊은 층 거주 비중이 높은 아파트 대단지가 밀집한 북가좌동에 상품을 집품·포장·배송하는 PP센터를 확보했다. 애초 규모가 더 큰 도심형 물류센터(MFC)를 구상했으나 수요를 확인하는 시범 서비스인 만큼 규모를 조금 줄여 시작하기로 했다.
컬리 관계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낮 시간대 식품을 주문해 바로 먹으려는 퀵커머스 수요가 꽤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시범 서비스를 통해 사업성이 확인되면 강남 등으로 대상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자연 기자 naturepark12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