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3년차를 맞은 키아프(Kiaf)와 프리즈(Frieze) 서울(9월 8일까지 코엑스)로 서울이 아트의 향연이다. 5일간 국내외 대표 미술장터가 선의의 경쟁에 나섰고 밤마다 갤러리들이 운집한 지역에서는 파티가 한창이다.
첫해 600억원을 훌쩍 넘기는 파블로 피카소의 ‘술이 달린 붉은 베레모를 쓴 여자’, 38억여원의 조지 콘도 유화를 비롯해 우고 론디노네, 마르크 샤갈, 데미안 허스트 등 거장들의 고가 작품들을 선보였던 프리즈는 3년차를 맞으면서 ‘시장 맞춤’에 나선 모양새다.
110여개 갤러리가 한국 거장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동시에 해외 갤러리 관계자들이 한 목소리로 강조하는 “젊은 컬렉터들이 많은 한국 미술 시장”에 맞춰 합리적인 가격대와 신진 작가들 작품들도 고루 포진했다.
판매 성과도 지난해 보다 호조세다. 프리즈에 따르면 구매력이 높은 VIP들이 방문하는 페어 첫날 세일즈 리포트를 공유한 28곳 갤러리의 판매액은 205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 중 가나아트, 갤러리 현대, 국제갤러리, 조현 갤러리, PKM 갤러리(이상 가나다 순) 등 국내 갤러리 10곳의 판매액은 50여억원에 이른다.
조현갤러리는 7500만원 가량의 이배 작품 10점, 1억 6000만원 상당의 박서보 작품 두점, 8000만원대의 권대섭 달항아리, 김종학 작품 등을, PKM갤러리는 20억여원에 달하는 유영국 작품을 비롯해 정현의 조각작품을 판매했다.
지난 5월 프리즈 뉴욕에서 이승택 작가의 솔로 부스를 꾸려 호황을 누린 갤러리 현대는 서울에서도 한 작가에 집중하는 전략을 이어갔다. 프리즈 서울에서는 전준호 솔로 부스를 꾸려 5000만~3억원대 작품 7점 이상이 판매됐다.
국제갤러리는 장-미셸 오토니엘, 양혜규, 문성식, 이희준, 줄리안 오피, 우고 론디로네 등 1억원 안팎의 작품을, 가나아트는 최종태 작가의 1960년대작을 1억원 그리고 이상국 작품을 7000만원에 판매했다.
해외 갤러리인 타데우스 로팍은 14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게오르그 바젤리츠 회화, 화이트큐브는 9억 7000여만원의 안토니 곰리 작품, 하우저&워스는 에이버리 싱어 작품을 7억7000여만원, 니콜라스 파티의 2023년작을 4억 6000여만원에 판매한 것으로 알려진다.
에이버리 싱어와 니콜라스 파티를 비롯해 리타 애커만, 캐서린 굿맨, 앤젤 오테로, 플로라 유크노비치의 신작 판매에 성공한 하우저앤워스의 제임스 코흐(James Koch) 파트너는 “올해 프리즈 서울에 큰 기대를 했는데 그 기대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며 “올해는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 덕분에 아트페어, 서울 아트위크에 대한 관심과 에너지가 더욱 폭발적”이라고 밝혔다.
유독 눈에 띈 것은 LG OLED와 함께 서도호·서을호 형제가 아버지인 고 서세옥에 헌정하는 특별전시 등 협찬사와 작가가 콜라보레이션해 꾸린 부스들이었다.
‘서세옥XLG올레드: 서도호가 그리고 서을호가 짓다’와 더불어 BMW가 줄리 머레투(Julkie Mehretu)와 함께 아시아 최초로 공개하는 아트카 #20, 하이 주얼리 브랜드 쇼메(Chaumet)와 협업한 김희천 작가의 신작, 조 말론과 이광호 작가의 협업, 일리와 이우환이 협업한 아트 컬렉션 등 부스들은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이었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서북유럽, 오세아니아, 미주 등 7개 지역을 대표하는 44개 대륙 22개국에서 206개의 갤러리가 참여한 키아프는 지난해 보다 넓어진 공간(코엑스 1층 A·B홀, 그랜드볼룸, 2층 더 플라츠) 덕분에 쾌적했다.
넓어진 공간은 젊은 건축가 장유진과 협업해 동선, 부스 그리고 F&B라운지 및 휴식공간 등을 배치해 하나의 도시를 연상시키도록 꾸렸다.
김환기·박서보·전광영·김창열 등 한국미술 거장과 해외에서 주목받는 중견작가들, 한 작가와 그의 작품세계를 집중조명하는 ‘솔로’(Solo), 10년 미만의 갤러리들이 선보이는 ‘플러스’(Plus) 그리고 주목할 만한 신진작가 발굴을 위한 ‘키아프 하이라이트 어워즈’(Kiaf Highlights Awards) 세미파이널 진출자 10명의 작품세계와 현대 사회 및 예술의 미래적 대안을 다각도로 전시하는 특별전시 ‘키아프 온사이트: 보이지 않는 전환점’(Kiaf onSITE: Invisible Transitions)도 선보였다.
페어 첫날 눈길을 끈 풍경은 국제갤러리에서 솔로 부스를 꾸린 조각가 김윤신과 추상화 거장 하종현의 조우였다. 나무로 작업해온 김윤신은 이번 키아프에서 남미 나무에 비해 무른 한국 나무의 한계점 보완을 위해 금속을 캐스팅한 새로운 도전작을 선보였다.
브론즈, 알루미늄 등에 아크릴을 칠한 신작을 선보인 부스에서 마주한 89세 동갑내기 두 작가는 근황과 예술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는 풍경을 연출해 주목 받았다.
3일부터 이어진 한남, 삼청, 청담 등 갤러리 밀집지역에서의 ‘나이트’도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4일 삼청 나이트 중 전시장에 속한 레스토랑을 비롯해 분식, 핫도그 등 각종 푸드트럭이 늘어선 국제갤러리와 오픈·VIP라운지를 꾸려 칵테일파티 및 제시 천(Jesse Chun)의 ‘달 마당극: 탈언어의 악보’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인 갤러리 현대는 일찍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저녁 8시부터는 국립현대미술관 마당에 ‘또 다른 달’이 떴는가 하면 양혜규, 제시 천, 백현진, 슈퍼주니어의 동해 등 작가 및 셀럽들의 등장도 눈길을 끌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