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식신 "맛집부터 직장인 식대까지 접수… IPO로 기업가치 1조 도전"

나유진 기자
입력일 2024-09-09 06:00 수정일 2024-09-09 22:22 발행일 2024-09-0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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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푸드테크 '식신' 안병익 대표 인터뷰
안병익 대표
안병익 식신 대표. (사진제공=식신)

매일 반복되는 점심시간, 직장인들로 붐비는 식당가와 그들 사이를 오가는 '종이 식권'. 이 일상적인 풍경이 17조원 규모의 시장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평범한 순간 속에서 기회를 포착한 한 스타트업은 종이 식권을 모바일화해 식대 문화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내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기업가치 1조를 꿈꾸는 푸드테크 기업 '식신'의 얘기다.

식신은 모바일 식권과 리뷰 기반의 맛집 추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 플랫폼 기술력을 인정받아 현재 국내 대표 푸드테크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베트남을 시작으로 아시아 식권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러한 성장의 중심에는 식신을 창업한 안병익 대표가 있었다. 안 대표는 2010년 식신의 전신인 위치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씨온(seeOn)’을 설립했다. 그는 씨온을 운영하며 흥미로운 데이터 패턴을 하나 발견했다. 씨온의 60만개 매장에 쌓인 1억 5000만건의 데이터가 모두 맛집과 연관돼 있다는 점이었다. 이 인사이트는 3년 후 맛집 정보 서비스 ‘식신’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안 대표는 2015년 또 한 번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했다. 직장인들이 종이 식권을 사용하고 장부에 기재하는 모습을 보며 모바일 식권 사업을 구상했다. 그는 “당시 스마트폰은 대중화됐지만, 대부분 기업이 식대는 여전히 현물로 처리하고 있었다”며 “기업이 식대를 현금으로 지급하면 급여소득이 돼 4대 보험·퇴직금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현물 식대는 관리가 어렵고 오남용되는 단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온라인으로 기업 식대를 지급하는 ‘식신 e식권’을 출시했다.

◇ 하루 24만 직장인의 끼니를 책임지는 '식신 e식권'

식신 e식권
식신 e식권. (사진제공=식신)

식신에 따르면 국내 직장인 190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식대 시장 규모는 약 35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배달음식 시장(25조원)보다 큰 규모다. 안 대표는 현재 전체 기업의 절반 정도가 현물 식대를 지급하고 있어 약 17조 원 규모의 시장이 모바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모바일 식권이 기업의 경비 절감, 투명성 강화, 종이 미사용으로 인한 ESG 경영 등에 기여함에 따라 모바일 식권에 대한 기업의 니즈도 늘어났다. 

맛집 정보 서비스로 출발한 식신은 현재 거래액 1위를 달성하며 모바일 식권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달리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1000개의 기업과 직장인 하루 24만명이 이용 중이다. 가맹점 식당은 전국 단위의 프랜차이즈 매장을 포함해 5만 5000개에 달한다. 

안 대표는 “식신은 e식권 지능형 결제, FS(푸드서비스) 솔루션, 생성형 AI·빅데이터 플랫폼 등 다양한 기술을 통해 시장을 빠르게 선점했다”고 말했다. 2018년 클라우드 네트워크 장애로 모바일 식권 먹통 사태가 발생하자, 식신은 통신 장애에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지능형 결제’ 시스템을 개발해 안정성을 인정받았다. FS솔루션은 복합결제단말기와 앱 연동을 원활하게 하는 구내식당용 솔루션으로 완전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출 현황, 메뉴별 매출 조회, 정산, 예약 설정, PUSH 메시지 발송 관리 등의 기능이 있어 인적 리소스를 줄였다. 

경쟁사 대비 많은 고객을 확보한 것도 시장 우위를 지키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현재 식신은 삼성엔지니어링, LS 일렉트릭, SSG 닷컴 등 700여 개의 국내 대기업과 상장사 그리고 300여 개의 공공기관 등을 고객으로 뒀다. 안 대표는 “다양한 업종의 모바일 식권 연동 경험과 레퍼런스를 확보해 경쟁력을 키웠다”며 “대형 고객사들은 통상 모바일 식권 사용을 위해 회사 ERP(전사적 자원 관리), 근태관리, 보안관리 시스템 등을 연동한다. 시스템 연동은 까다롭고 복잡해 많은 경험과 레퍼런스를 가진 플랫폼이 경쟁력 있다”고 덧붙였다. 

◇ 맛집 리뷰의 기본은 신뢰…양질 데이터부터 확보

맛집 정보 서비스
맛집 정보 서비스 ‘식신’. (사진제공=식신)

회사의 또 다른 주력 사업인 맛집 정보 서비스 ‘식신’도 월간 활성사용자수(MAU) 약 350만명을 기록하며 선두에 자리하고 있다. 안 대표는 그 비결로 ‘데이터 질’과 ‘플랫폼 기술력’을 꼽았다. 그는 “사용자가 직접 남긴 리뷰를 바탕으로 광고나 어뷰징이 없는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회사는 현실 속 식당 정보를 담은 자사 메타버스 플랫폼 ‘트윈코리아’에 식신 데이터와 인플루언서의 추천 맛집을 연동, 리뷰 생태계를 활성화했다. 이용자는 사진·영수증 인증 리뷰를 작성한 후 타사 포인트나 상품권으로 교환 가능한 포인트를 받는다.

식신에서는 전국 75만개 식당 데이터를 수집해 AI 플랫폼·빅데이터 분석을 거쳐 식당을 추천한다. 9만개의 국내외 핫플레이스를 선정하고 그중에서 우수 레스토랑인 ‘별맛집’ 6000곳을 엄선한다. 인증 스티커를 부여받은 별맛집 정보는 현대·기아차 내비게이션에 탑재된다. 이와 함께 식신 콘텐츠는 네이버, 다음, ZUM 등 포털에도 연동된다. 

안 대표는 “식신의 맛집 정보들은 모두 메타데이터와 정제된 빅데이터로 처리·보관돼 외부 매핑이 용이하다”며 “이를 활용해 향후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오픈하고 포털보다 더 강력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미국 옐프(Yelp), 일본 타베로그(Tabelog) 등이 각국을 대표하는 맛집 정보 서비스로 성장해 연간 3~5억달러(약 4000~6700억원) 매출을 내는 만큼, 식신도 국내 대표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 AI 서비스 선보이며 푸드테크로 눈도장

식신은 AI 빅데이터·플랫폼 기술, 전자식권과 관련해 15건의 특허 출원을 완료했고 특허 등록만 10건에 달한다. 소프트웨어 회사로 출발한 만큼 기술적인 측면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고 최신 기술을 도입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안 대표는 “식신은 챗GPT 기술이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이를 활용해 왔다”고 전했다. 현재 식신의 식당 소개 문장과 테마별 콘텐츠는 식신의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제작하고 있다. 리뷰에 매장과 무관한 이미지가 올라올 때도 챗 GPT API 기반의 이미지 인식 기술로 차단한다.

아울러 외부 파트너와 대규모 맛집 데이터를 교류할 시 데이터 키(key)값을 매개로 하지 않고 AI를 활용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통한 테스트와 파이썬 기반의 알고리즘을 생성해, GPT API 기반의 데이터 블렌딩 워크플로우를 구축했다.

식신은 자사가 보유한 100만개 가량의 맛집 데이터와 월간 350만명의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AI와 결합한 서비스도 출시했다. 지난달 공개된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AI 대시보드 ‘외식메타 인덱스’다. 외식 빅데이터를 분석해 △지역별 인기 메뉴 △메뉴 트렌드 △상황·장소에 적합한 테마 데이터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회사는 식음료·관광 산업에 가맹점 컨설팅과 신메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고객 재방문율 향상과 전환 리마케팅을 위한 솔루션도 공급한다. 안 대표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생성형 AI 플랫폼 ‘베드록’을 활용했다”며 “AWS의 스타트업 고객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돼 메가존클라우드, 스노우플레이크 등의 기업과 협력했다”고 설명했다.

◇ IPO 추진…2027년 연간 거래액 1조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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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신 e 식권 화면. (사진제공=식신)

식신은 내년 코스닥 시장 입성을 재추진하고 있다. IPO 후 2027년까지 e식권 연간 거래액을 1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맛집 정보 서비스 식신을 MAU 1000만 이상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또 e식권 가맹점을 20만개까지 늘려 식당 플랫폼 제공을 통한 다양한 신규 비즈니스도 모색한다. 

지난해 업계 최초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올 상반기 매출 약 58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첫 반기 영업 흑자를 달성한 만큼, 성장 궤도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식신은 모바일 식권 업계의 국내 1위를 넘어 아시아 1위를 향해 도약할 채비를 마쳤다. 첫 번째 해외 사업지는 베트남이다. 현지 법인을 둔 국내 기업과 손을 잡고 모바일 식권 서비스를 개시한다. 아시아권 대부분의 국가가 로컬 모바일 식권 업체가 없는 불모지이기 때문에 베트남을 시작으로 서비스 범위를 점차 넓힐 예정이다.

식신의 장기적인 목표는 프랑스 ‘에덴레드(EdenRed)’와 같은 글로벌 모바일 식권 기업이다. 에덴레드는 46개국에 진출, 5000만명의 임직원과 20만개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다. 안 대표는 “에덴레드는 유럽과 북미에서 연간 거래액 25조를 돌파했다”며 “IPO를 성장 발판 삼아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유진 기자 yuji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