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인기 지역의 아파트 보류지 물량이 유찰되는 사례가 생겨났다. 신축 아파트 인기가 높아지면서 보류지 몸값을 시세 수준으로 올려 내놓은 것인데, 응찰자가 한명도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보류지는 정비사업 조합이 분양 대상자의 지분 누락·착오 발생, 향후 소송 등에 대비하기 위해 일반분양을 하지 않고 여분으로 남겨두는 물량을 말한다. 공개 경찰입찰 방식이어서 청약통장이 필요없고 전매제한도 없어 한때는 ‘알짜 매물’로 여겨졌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신반포15차 재건축) 보류지 3가구가 시장에 나왔지만 모두 유찰됐다. 조합은 전용 59㎡는 35억원, 전용 107㎡는 58억원, 전용 155㎡는 80억원에 경쟁입찰 공고를 내고 지난 2일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었지만 한명도 응하지 않으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인근 래미안 원베일리의 전용 59㎡가 지난달 36억원 팔렸는데 시세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시장에 나온 셈이다. 당초 래미안 원펜타스 전용 59㎡의 분양가 16억원대와 비교해도 두 배 이상 높은 가격이다.
보류지는 낙찰을 받으면 바로 잔금을 치러야 해 자금 부담이 크다. 래미안 원펜타스의 경우 계약 체결일에 낙찰가의 20%를 계약금으로 내고, 나머지 잔금은 11월 1일까지 납부하는 조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래미안 원펜타스의 경우 가격이 높은 수준인데다 단기간 현금을 동원해야 한다는 점에서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면서 “보류지 몸값이 신축 공급 축소로 우상향할 것으로 보이지만, 너무 비싼 가격이나 조건이 부담될 경우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들이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집값이 오르고 신축이 귀해지는 등 팔릴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에 보류지 몸값을 올려 내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보류지 가격 인상은 올해 상반기부터 들썩였다. 앞서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조합은 지난 7월 전용 59㎡ 잔여 1가구에 대해 보류지 매각 재공고를 진행했는데, 올초 첫번째 공고 당시 가격인 21억5000만원보다 3억원이상 오른 25억5000만원에도 주인을 찾는데 성공했다. 이 가격은 지난달 거래된 같은 면적대 신고가(25억원)보다 높은 금액이다.
채현주 기자 183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