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아우디가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여파에도 불구, 올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을 무려 6배나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차종 ‘K-배터리’를 장착한 아우디가 이른바 ‘청라 화재’ 등 곳곳에서 불거진 악재들을 뚫고 전기차 시장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18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아우디코리아는 올 1~8월 2462대의 전기차를 팔아치웠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이 406대인 것을 고려하면 506.4%라는 폭발적인 성장세다. 이대로라면 성공적으로 전기차 도입에 나섰던 2022년 연간 판매량인 2784대도 가뿐히 넘어설 기세다.
반면, 아우디와 함께 ‘독일 3사’로 불리는 최대 경쟁사인 메르세데스-벤츠는 이 기간 42.9%나 감소했고 BMW는 판매 정체에 빠졌다. 물론 전기차 판매량은 벤츠나 BMW가 많지만 성장세가 확연히 꺾이면서 아우디의 판매 하이킥이 훨씬 돋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온갖 악재들이 일거에 쌓이면서 수입차뿐 아니라 국산 전기차도 고전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국내에 등록된 전기 신차는 작년 10만3428대에서 약 7% 감소한 9만6127대에 그쳤다. 전기차 대중화 모델로 꼽혔던 현대자동차의 캐스퍼 일렉트릭과 기아 EV3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지난달 반등에 성공하긴 했지만, 전체 시장은 침체의 늪을 걷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아우디코리아가 올해 목표한 전동화 전환 계획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올해 전체 판매량(5534대)에서 전기차 비율은 절반에 가까운 약 44.5%에 달한다. 이는 작년 5%에서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2022년의 22%보다도 훨씬 높다. ‘디젤차 떨이 판매’라는 시장의 비아냥도 이젠 들어야 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전체 판매량의 차이가 있어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벤츠와 BMW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벤츠는 2022년 약 6.2%에서 올해 8%, 같은 기간 BMW는 6.2%에서 9.6%로 각각 증가했다. BMW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벤츠와 BMW는 아우디보다 연간 판매량이 3~5배 정도 많다”면서 “아무래도 전체 판매 라인업을 전기차로 빠르게 바꾸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아우디코리아는 이 기세를 몰아 옛 영광을 되찾겠단 각오다. 전기차는 업계 최고 수준인 5년 또는 주행거리 15만㎞ 보증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특히 고전압 배터리는 8년 또는 16만㎞까지 보증하는 등 ‘전기차 공포’ 확산에 정면승부를 걸었다. 전기차 전문 인력도 양성해 서비스 품질 개선에도 박차를 가한다. 전기차 스페셜리스트, 고전압 테크니션, 어드밴스드, 고전압 전문가 등 전기차 전문 테크니션을 양성하고 전기차 수리 역량을 갖춘 서비스센터를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현재 아우디코리아는 전국에 전기차 수리가 가능한 서비스 센터 31곳을 확보하고 전문 인력도 200여명이 상주하고 있다.
천원기 기자 10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