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여행

돌이 많아 '石村(석촌)'…요즘은 맛집·카페 즐비해 食客村(식객촌)

[은밀한 서울 투어] ⑥ 브런치카페·기사식당의 명소 '석촌호수'

입력 2014-12-03 16:42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2014120201010001347
석촌호수 서호에서 바라본 전경. 멀리 롯데월드와 현재 준공 중인 제2롯데월드 등이 보인다. (사진=윤여홍 기자)

 

 

‘씽크홀’과 ‘러버덕’이 전부가 아니다. 송파구 잠실동 석촌호수는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구석이 많은 양파 같은 공간이다. 공원 입구에는 ‘삼전도의 굴욕’으로 유명한 사적 ‘삼전도비’가 방문객을 맞이해 숙연함을 안긴다.

반면 호수 한복판에는 보기에도 아찔한 놀이공원 기구가 서 있다. 간간이 들리는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놀이공원의 활기를 증명하기도 한다. 날이 어둑해질 무렵이며 공원 곳곳에서 손을 꼭 잡은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고 이들을 시기하듯 두터운 솜옷을 껴입은 조깅족 아주머니들이 두 사람의 틈을 파고 들어 갈라놓고 경보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석촌산책
석촌호수 주변에서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사진=윤여홍 기자)

 

  

동호 주변에는 각종 프랜차이즈 카페와 요즘 송파구에서 잘나가는 이들이 모인다는 브런치 카페가 즐비하다. 하지만 한발자국만 더 안으로 들어가면 24시간 기사식당이나 서민들이 주로 가는 맛집 골목이 형성돼 있다. 본시 돌이 많은 동네 석촌(石村)동에 위치한 인공호수. 언론에서는 매일 수심이 줄어든다고 걱정이 태산이지만 아직까지는 끄덕 없다. 차가운 강바람을 맞으며 걷는 석촌호수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석촌호수08-01

 

 

 

 

◇ 주말마다 민속예술·퓨전국악 공연

 

2호선 잠실역 3번 출구에서 일명 '너구리상'으로 잘 알려진 롯데월드 캐릭터물을 지나면 석촌호수 서호 입구에 다다른다.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는 건 '삼전도의 굴욕'으로 잘 알려진 삼전도비다. '삼전도의 굴욕'은 병자호란 당시 조선이 완패하면서 당시 임금인 인조가 적장인 청태종 홍타이지에게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린 뒤 무릎을 꿇고 항복한 사건이다. 청태종은 조선에 항복받은 사실을 영원히 기념하기 위해 '삼전도비'를 세우게 했다. 

  

 

삼전도비
조선왕조 600년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사건으로 꼽히는 ‘삼전도의 굴욕’의 상징 삼전도비(사진=윤여홍 기자)

 

 

삼전도비에서 샤롯데를 바라보고 직진하면 서울놀이마당이다. 이곳에서는 하절기인 매년 4월~10월 주말에 꼭두각시놀음, 송파산대놀이, 양주별산대놀이 등 민속예술이 공연된다. 주로 토요일은 무형문화재 공연이 열리며 월요일은 퓨전 국악 등 다양한 창작공연을 볼 수 있다. 설날, 정월대보름, 추석에도 민속절 공연이 열린다. 

  

 

2014120201000104800003214
서울놀이마당. 하절기(4월~10월) 주말에는 각종 전통공연이 열리는 살아있는 역사교육장소다. (사진=윤여홍 기자)

  

 

10살, 8살 두 아이의 엄마인 주부 김미영(35, 송파구 잠실동 거주)씨는 "날씨가 좋은 주말이면 아이들과 석촌호수를 찾아 산책을 하거나 서울놀이마당에서 열리는 공연을 보곤 한다"며 "놀이공원을 가는 것보다 우리 역사에 대한 인식을 바로 심어주는 게 중요하단 생각에 종종 찾곤 한다"고 말한다. 

 

 

◇ 브런치부터 떡볶이까지 '카페촌'

 

롯데월드 놀이동산에 있는 호수로 유명했던 석촌호수 일대가 유명 브런치 카페촌으로 거듭난 것은 최근 5년 내외다. 강남 집값 상승과 더불어 잠실이 부촌으로 주목받으면서 석촌호수 동호 대로변에 하나 둘, 브런치 카페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은 이곳 주부들 모임과 연인들 데이트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대부분 카페가 테라스 형식으로 구성돼 날씨가 좋을 때면 테라스에서 커피를 음미하며 호수 경관을 바라볼 수 있다.

  

 

카페 드라페
카페 드라페는 벽화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곳이다. (사진=윤여홍 기자)

  

 

동호에 위치한 드라페는 실내 벽화가 인상적인 곳이다. 팬케이크, 토스트, 에그 스크램블 등 일상적인 브런치 메뉴와 홍합떡볶이가 인기다. 

  

 

카페 엘루체
석촌호수 브런치카페의 원조 엘루체. 주말 오후에 가면 메뉴가 품절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진=윤여홍 기자)

 

 

드라페 옆 엘루체는 석촌호수 카페거리의 원조다. 주말 손님이 많으면 핫케이크가 품절될 정도로 인기다. 이외에도 릴리우커피, 비스트로L 등 고만고만한 브런치 카페들이 줄지어 있다. 방이동에 거주하는 회사원 이재원(32)씨는 "여자친구와 종종 주말 브런치 데이트를 위해 찾곤 한다. 날씨가 좋을 때 테라스에서 브런치를 즐기며 석촌호수 경관을 바라보면 마치 해외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카페고고스
피규어와 수제버거가 유명한 카페 고고스. 자녀를 둔 주부들이 주로 찾는다.(사진=윤여홍 기자)

 

 

서호 송파 나루터에 위치한 '고고스'는 예쁜 피규어와 수제버거로 유명한 맛집이다. 김미영씨처럼 아이들을 데리고 온 주부들이 주로 애용한다. 

 

이탈리안 브런치 레스토랑 '쌀자'의 손님들은 화덕피자를 주로 찾는다. 

 

 

맛집골목
석촌호수는 대로변의 화려함과 달리, 한걸음만 안으로 들어가면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맛집이 형성돼 있다.(사진=윤여홍 기자)

 


◇ 크기로 승부하는 돈가스 '기사식당' 

 

그렇지만 석촌호수의 참맛은 대로변의 화려한 브런치 카페 뒤 숨겨진 맛집을 찾는 재미다. 석촌동 토박이 회사원 박동준(43)씨는 동호 스타벅스 뒤 먹자 골목에 위치한 일락과 빈스앤빈스, 송파 대로변에 위치한 오모리찌개집을 석촌동 맛집으로 추천한다.  

 

 

오모리찌개집
송파 일대 토박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오모리찌개집.(사진=윤여홍 기자)

 

 

오모리찌개집은 잠실 토박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맛집으로 3년 숙성된 오모리 김치로 만든 찌개나 찜이 일품이다. 방송에서 맛집으로 여러 번 소개된 곳이기도 하다. 

 

일락은 라멘, 규동 등을 파는 이자카야풍의 식당. 빈스앤빈스는 원래 커피전문점인데 커피보다 수제맥주로 요즘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있다. 박씨는 "아내와 함께 오모리찌개집이나 일락에서 저녁을 먹고 빈스앤빈스에서 얼리캣 맥주와 수제피자로 2차 데이트를 즐긴다"며 "커피보다는 맥주가 낫다"고 귀띔했다. 

 

 

기사식당
시원한 국물과 속이 꽉 찬 김밥이 맛있는 24시간 기사식당. (사진=윤여홍 기자)

 


뿐만 아니다. 석촌동 골목 일대에는 기사식당이 숨어 있어 주머니가 가벼운 청춘들을 유혹한다. 동호 끝에서 가락동 방향으로 200m 정도 걸으면 만날 수 있는 24시간 기사식당은 국물이 시원한 우동과 자극적이지 않은 자장면, 속이 실한 김밥 등으로 유명하다. 취향대로 고춧가루를 얹어먹어도 별미다. 서호 송파나루에서 배명고 방면 200m 부근에 위치한 착한수제돈까스는 어마어마한 크기로 승부한다. 공기밥도 무제한 제공한다. 

 

 

◇ 올해 43살 석촌호수…관리 필요해

 

알려진 대로 석촌호수는 자연호가 아닌 인공호다. 본래 석촌호스는 송파나루터가 있던 한강 본류며 잠실은 섬인 잠실도(蠶室島)였다. 1971년, 박정희 정부가 송파강을 메워 잠실도를 육지로 변경하는 한강공유수면 매립사업을 진행하면서 당시 남쪽으로 흐르던 한강 물길 흐름을 바꿔 현재 석촌호수가 형성됐다. 

 

매립사업 당시 지류차단으로 강에 살던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지만 식량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마을사람들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아우성이었다고 전해진다. 또 공사 중 5000㎥ 가량의 돌들을 모래 속에서 발굴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돌들은 300년 전 인조 시절 공신인 이자점이 한강을 막으면 왕이 된다는 풍수지리를 믿고 뚝섬과 잠실도 사이를 막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자점은 훗날 역모죄로 처형됐다. 올해로 43살, 아직 젊은 석촌호수지만 최근 제2롯데월드 공사로 수심이 줄어들고 인근에 동공이 생기는 등 고질병을 앓고 있어 건강검진이 시급한 상황이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