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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나도 '게이 절친'이 있었으면 좋겠다"

[19금] 2030 여성들 '게이 친구 만들기' 열풍

입력 2015-10-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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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 게이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응답하라 1997'.(사진제공=각 사)

 

홍콩에서 근무하는 박세연(36)씨의 ‘절친’ 동료는 게이다.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박씨는 직업 특성상 사무실마다 게이 동료가 2~3명씩 있다. 그의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은 ‘바이섹슈얼’이다. 박씨는 “사소한 일에 잘 삐치는 여자 동료나 동성친구보다 남성의 털털함과 여성의 섬세함을 동시에 지닌 게이나 바이 동료가 일하기에 편하다”고 털어놓았다.

유학, 연수, 여행 등을 통해 해외 문물을 자유롭게 받아들인 2030 여성들 사이에서 ‘게이 친구’ 만들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패션, 사진 연예계 등 예술성이 강조되는 분야일수록 게이 동료·친구를 접하는 게 어렵지 않다. 박씨는 “게이는 관심사가 비슷한데다 ‘남사친’과 달리 이성으로 관계가 진전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든든하다”고 ‘게이친구’ 옹호론을 펼쳤다.

‘게이친구’를 둔 여성들 대다수는 장점으로 섬세함을 들었다. 평소 업계에서 많은 게이 동료들을 접한다는 코디네이터 고지연씨는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지만 대체로 게이들은 평범한 남성들보다 섬세한 편”이라며 “특히 성적으로 여성 역할을 맡고 있는 게이일수록 여성의 성격과 비슷한 면모를 보인다”고 귀띔했다.

 

고씨는 “성적으로 남성 역할을 맡고 있는 이들은 게이 특유의 패셔너블한 면모와 남성성이 결합돼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많다”며 “이들은 종종 여성들에게도 대시를 받는다. 극소수는 인기관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게이 친구에 대한 판타지는 미디어를 통해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미국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는 두명의 게이 친구가 등장한다. 주인공 캐리에게 종종 연애 상담을 해주는 스탠포드는 패션을 좋아하는 게이다. 또 다른 여주인공 샬롯의 친구인 웨딩플래너 안소니도 게이다.

 

드라마 시즌 내내 아옹다옹 다퉜던 두 사람은 영화로 제작된 ‘섹스 앤 더 시티 2’에서 동성결혼식을 올린다. 영화 ‘금발은 너무해’에는 게이 증인이 변호사 역의 리즈 위더스푼에게 “유행 지난 프라다 구두”를 운운하다가 위증을 들키고 만다.

한국드라마에서는 여성과 게이의 우정을 노골적으로 그린 작품을 찾기 어렵다. 지난 2004년 방송된 SBS 드라마 ‘완전한 사랑’에서 이승연이 홍석천에게 남녀관계를 고민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긴 했지만 게이와 여성의 우정은 드라마 속에서 금기시되곤 했다.

콘텐츠가 다루는 게이의 특성도 천편일률적이다. 대체로 여자보다 더 속이 좁고 수다스러운 캐릭터로 묘사되곤 한다. 사회는 빠르게 변하는데 오히려 미디어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브랜드마케터로 재직 중인 게이 정승원(32, 가명)씨는 “미디어에서 게이의 모습을 수다스럽고 속좁은 인물로 그리거나 여성들의 액세서리처럼 묘사하는데 그럴 때마다 실망을 넘어 절망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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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희와 성시원은 둘도 없는 친구다. 강준희의 동성성향을 눈치채지 못한 윤윤제가 두 사람 사이를 질투하기도 한다. (사진제공=tvN)

 

 

‘완전한 사랑’을 집필한 김수현 작가가 2010년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동성사랑을 본격적으로 그린 것은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지난 2013년 방송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1997’에서도 동성애를 조명했다.

 

 

극중 호야가 연기한 강준희는 친구 윤윤제(서인국)를 사모했다. 빼어난 외모에 댄스 실력이 일품인 강준희는 공부도 잘해 의대에 진학한다. 여느 무뚝뚝한 남성과 달리 ‘여사친’인 성시원(정은지)과 친구처럼 잘 통하고 종종 연애상담도 해준다. 한국 드라마에서 그려진 게이의 전형성을 탈피한 새로운 게이 캐릭터의 등장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에서 게이친구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여성 취재원 대부분이 “게이 친구는 대부분 외국인”이라고 답했다. 한국인 게이 친구를 만든 취재원들도 “해외에서 만나 자연스럽게 게이인 것을 알게됐다”고 강조했다.

 

패션, 뷰티, 연예계에 게이가 많은 것도 해당 분야가 비교적 커밍아웃이 쉬운 조건이기 때문에 많아 보일 뿐이라는 게 중론이다. 정승원씨는 “평범한 회사원 중에도 게이가 적지 않다. 유부남 중에서도 자신의 성정체성을 뒤늦게 깨닫고 이태원 게이바를 찾아오는 이들이 있다”고 귀띔했다.

게이 친구를 사귀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있을까. 주변에 다수의 게이 친구를 둔 조진희(32)씨는 “아무리 친구라도 아웃팅(강제로 게이임이 알려지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씨는 “아웃팅에 대한 두려움과 아픔이 있는 이들이 적지 않아 조금이라도 ‘별나게’ 대하면 예민하게 받아들이곤 한다”고 말했다. 또한 게이 친구에게 성적 역할을 묻는 것도 절대 기피해야 할 질문이다. 연예인 게이에 대한 질문 등 그들만의 커뮤니티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 것도 사절이다.

여성들의 게이 친구에 대한 로망과 달리 남성들은 레즈비언 친구를 두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는 것도 특이하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진화심리학적으로 정복욕, 소유욕이 강한 남성들은 자신의 소유대상이 아닌 레즈비언에게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다”며 “최근 들어 초식남 등 남성의 여러 유형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기 때문에 레즈비언과 일반 남성의 우정에 대해 미디어가 조명할 수는 있지만 대중이 받아들이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제2의 '톱게이' 또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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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 15년만에 톱게이로 거듭난 방송인 홍석천.(사진제공=SBS)

 

국내 게이 연예인 1호는 방송인 홍석천이다. 그는 2000년 9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는 커밍아웃을 시도했다. 당시만 해도 게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홍석천은 3년여의 공백기간을 가져야 했다. 

 

그런 홍석천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이가 김수현 작가다. 커밍아웃 이후 15년, 홍석천은 '톱게이'라는 수식어 아래 방송3사와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채널을 넘나들며 맹활약 중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친근한 예능인이자 성공한 사업가로 자리잡은 홍석천 덕분에 성소수자에 대한 시선도 많이 바뀌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아직까지 게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의 벽은 높다. 커밍아웃을 한 김조광수 감독은 김승환 대표와 동성결혼식을 치렀지만 결혼식에 오물이 뿌려지는 수모를 당했다. 톱가수들 중에도 게이로 의심되는 이들이 몇몇 있지만 아직까지 사회적 시선 때문에 선뜻 커밍아웃을 하는 이가 없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마치 동성애가 장애인 양 편견을 갖고 바라보는 시선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과연 제2, 제3의 홍석천은 탄생할 수 있을까.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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