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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권민호: 회색 숨’…“세대간, 가족간, 관계간에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지길…”

입력 2020-10-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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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미술품수장센터의 ‘권민호: 회색 숨’ 내부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시각적으로 즐거우면 좋겠어요. 할아버지 혹은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얘기해주면서 세대간, 가족 간, 관계 간에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미술품수장센터(이하 청주관) 건축물과 야외마당, 로비 등에 설치된 ‘권민호: 회색 숨’(11월 14일까지, 이하 회색 숨)에 대해 권민호 작가는 “연세 드신 분들이 옛날 일을 추억하고 아이들은 얘기로 듣던 것들을 찾아보는 재미”를 전하며 “공공미술의 영역”이라고 밝혔다.

“여기(청주관 야외마당)를 처음 보고 받은 인상은 거대한 회색 캔버스가 그냥 있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안의 구조가 밖으로 드러나는, 특히 해가 뉘엿뉘엿 질 때 조명과 함께 그런 느낌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회색 숨’은 연초제조창 자리에 들어선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건축물의 특징을 살린 설치 프로젝트로 연필, 목탄 드로잉작업만 하던 권민호 작가가 첫 실크스크린 판화작업을 LED에 구현하고 건물 외면에 디지털 사진 콜라주를 설치했다.

청주관의 입면도를 바탕으로 담배생산기계, 새마을·로즈·88·청자·백조·솔 등 각종 담뱃갑, 건물, 오래전 택시의 일부, 비행기, 기차, 새마을깃발 등과 권민호 작가가 청주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본 현존 건물, 간판, 사람들의 일상 등을 중첩시키고 재조합한 작품이다.

1946년 건립부터 2004년 폐쇄된 연초제조창이 지금의 미술관으로 거듭나기까지 75년 역사에 담긴 한국 근현대상 풍경을 압축했다. 주로 연필, 목탄 등으로 드로잉 작업을 하던 권 작가는 산업화를 상징하는 ‘철판’과 ‘복제성’을 실크스크린으로 제작해 LED에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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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호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공장의 굴뚝에서 뿜어내는 회색 연기, 담배 연기,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한숨 등 중의적 의미를 지닌 ‘회색 숨’에 대해 현오아 학예연구사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인쇄방식인 실크스크린 판화로 작업하면서 형식조차도 주제인 ‘산업화’에 일치시키고자 했다”며 “3가지 다른 매체로 전시 중인데 실크스크린과 LED 영상 그리고 원본 도면을 패널당 7미터 크기로 확장해 건물 외관에 콜라주했다”고 설명했다.


◇결과물 안에 반짝반짝 살고 있는

“뭔가를 그리고 복사해 프린트해 중첩해 다시 그리고 복사해 결과물을 프린트하고 다시 그 위에 그리고…반복하는 과정의 멈춤이 (로비의) 실크스크린 이미지입니다. 각 에디션 별로 번호를 붙이는데 40번이 최종본이죠.”

권민호 작가는 작업 과정을 설명하며 “(실크스크린의 재료인) 철판 위에 찍은 것이 포인트”라며 “공장 건물 로비에 세운다는 생각으로 공장구조물의 느낌을 내도록 노력했다”고 부연했다.

“언제부턴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들과 도구들, 풍경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힌국 산업화 과정에서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들이 뭘 만들었는지 그 결과물 안에서 반짝 반짝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만들어내는 과정의 풍경들은 어땠을까를 보여드리고 싶었죠.”

그의 전언처럼 ‘회색 숨’에는 검은색 기름 저장고, 직사각형 건물에 삐죽삐죽 솟은 3개의 탱크, 거기서 쏟아져 내리는 ‘청주’의 맑은 ‘청’자를 닮은 폭포수, 각종 담배들, 지방 소도시가 가지고 있는 애매모호한, 아주 레트로도 아니면서 트렌디하지도 않은 지점들을 담은 거리 풍경들과 간판들 등이 끊임없이 반짝거리거나 움직이고 있다.

“연초제조창에 빗댄 우리 산업화를 상징하는 연기를 소재로 한 이번 작업에서 떠오른 것이 핵폭발의 버섯 모양 연기였어요. 제 모든 작품의 소재가 되는 산업화는 핵폭탄이 떨어지는 순간처럼 급속하게 시작되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버섯 모양의 연기가 가운데 배치되죠.”

이어 “가운데의 배는 돌연변이적 문화를 뜻하는 오브제로 배 모양의 횟집, 레스토랑 등이 있는 걸 보고 그려 넣었다”며 “박정희 대통령, 새마을운동기 등 근대화를 상직적으로 보여주는 것들을 중첩시키거나 지우며 발전시킨 결과물”이라고 덧붙였다.

“(철골들 사이에 숨은 듯한) 곰돌이는 언제부턴가 넣기 시작했어요. 엄혹한 산업화, 콘트리트, 쇠 등과는 되게 달라보이는 존재잖아요.”


◇산업화 내부를 들여다보듯…증강현실로 만나는 소장품들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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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미술품수장센터의 ‘권민호: 회색 숨’ 외부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오래된 건물이라 보강하기 위해 만들어낸 (X자형의) 구조물이 너무 잘 어울렸어요. 야심차게 붉은 조명을 달기도 했는데 비둘기를 쫓기 위해 건물 자체적으로 설치됐던 초록빛들까지 마치 기획한 듯 잘 어우러지죠.”

그리고 복사하고 프린트해 중첩해 그리고 다시 복사해 프린트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완성한 실크스크린 작업을 부분 디지털 콜라주해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외관에 설치했다.

“완벽하게 나눈 건 아니지만 섹션 별로 그림을 배치했어요. 예를 들어 새마을 운동 섹션에는 국기도 있고 새마을 운동 로고들도 있고 담배 ‘새마을’ 곽에 있는 일러스트레이션을 활용한 패턴 등도 있죠. ‘충성’ 등의 글로 상명하복식 한국 노동 분위기를 담거나 우리 교육 문화와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을 아우른 섹션들도 있어요.”

‘회색 숨’의 디지털 콜라주가 설치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넓은 마당에는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시도들도 만날 수 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청주관 외벽을 새로 단장하면서 AR, VR 등을 활용한 이색적인 작품을 시도 중”이라고 소개했다.

청주관 마당에 곳곳에는 15개의 소장품들이 숨겨져 있어 다운로드한 애플리케이션으로 포켓몬 등의 게임처럼 소장품 찾기를 즐길 수 있다. 가상으로 조성된 거대한 숲 사이에 숨겨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을 찾아 ‘나만의 갤러리’를 만들 수도 있다. 마당 한가운데는 생명의 아름드리 생명의 나무가 있어 15개 소장품 전부를 찾은 이들은 자신의 이름이 적힌 푯말을 내걸 수도 있다.

청주=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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