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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내 삶은 영화, 그 주인공은 나…알렉스 프레거 사진전 ‘빅 웨스트’

입력 2022-03-0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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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프레거
알렉스 프레거 개인전 ‘빅 웨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어쩌면 모두의 삶은 영화일지도 모른다. 그 삶을 이루는 매순간이 결정적 장면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 주인공은 언제나 나여야 한다. 어쩌면 당연하지만 마냥 쉽지만은 않은 삶의 방식을 영화 속 한 장면으로 연출해 표현하는 아티스트 알렉스 프레거(Alex Prager) 사진전 ‘빅 웨스트’(6월 6일까지 롯데뮤지엄)가 진행 중이다.

배우인 할머니 친구가 어린시절 보내준 선물 박스에는 1950, 60년대 유행했던 가발과 의상, 영화촬영에 쓰였던 소품 등으로 가득했다. 알렉스 프레거는 이를 활용해 영화 속 장면을 연출하는 ‘미장센 기법’(Mise-en-Scene)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알렉스 프레거
알렉스 프레거 개인전 ‘빅 웨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이번 전시에서는 그렇게 시작된 2007~2010년 초기작 ‘폴리에스터’(Polyester) 시리즈를 비롯해 ‘더 빅 밸리’(The Big Valley), ‘더 롱 위크엔드’(The Long Week-end) 연작, ‘컴펄전’(Compulsion, 2012), ‘페이스 인 더 크라우드’(Face in the Crowd, 2012~2015), ‘플레이 더 윈드’(Play the Wind), ‘라 그랑드 소르티’(La Grande Sortie) 그리고 최신작인 ‘파트1: 더 마운틴’(Part 1: The Moutain, 2021) 시리즈 등 100여점의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다.


◇할리우드에서 온 선물박스에서 시작해 ‘파트1: 더 마운틴’ 연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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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프레거 개인전 ‘빅 웨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영화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본거지인 로스앤젤레스(LA)에서 태어나 성장한 알렉스 프레거는 2001년 윌리엄 이글스턴(William Egglestone)의 장 폴 게티 미술관 전시 관람 후 사진에 빠져들어 카메라를 구입했다.

그 해 열린 첫 그룹전 ‘르 두’(Le Deux)를 시작으로 LA에서 활동하다 2007년 첫 개인전 ‘폴리에스터’를 개최했다. ‘폴리에스터’ 시리즈에 이은 연작 ‘더 빅 밸리’ ‘위크엔드’ 그리고 2010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 그룹전 ‘뉴 포토그래피’(New Photography)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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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프레거 개인전 ‘빅 웨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영화 속 장면을 연출하는 ‘미장센 기법’으로 작품세계를 구축한 알렉스 프레거는 사진에 그치지 않고 첫 단편영화 ‘디스페어’(Despair)고 영화계에도 진출했다.  

 

이를 시작으로 브래드 피트·게리 올드만 등이 출연하고 ‘뉴욕타임스’ 매거진과 협업한 13부작 영화 ‘터치 오브 이블’(Touch of Evil) 등으로 주목받은 그는 군중의 모습을 담은 ‘페이스 인 더 크라우드’, LA 풍경을 담은 ‘플레이 더 윈드’, 파리 오페라 발레단을 촬영한 ‘라 그랑드 소르티’ 등을 선보였다.


이들 중 ‘터치 오브 이블’은 2012년 제33회 뉴스 앤 다큐멘터리 에미 어워즈(News & Documentary Emmy Awards) 수상작이기도 하다. 그의 영화들은 영상 뿐 아니라 스틸 컷 형태의 연작들로 작품세계를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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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프레거 개인전 ‘빅 웨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초기작인 ‘폴리에스터’ ‘더 빅 밸리’ ‘더 롱 위크엔드’ 연작들은 1950, 60년대 가발을 쓴 여자들의 현실과 판타지를 믹스매치시켜 그만의 어린 시절 향수와 자신만의 페르소나, 감정의 변화 등을 담았다. 헬렌, 킴벌리, 크리스털, 몰리, 매기, 이렌느, 캐시, 애니, 신디, 로이스, 이브 등 각 연작 속 인물들은 작가만의 감정, 경험, 기억 등에 따라 메이크업도, 의상도, 가발도, 이름도 연출돼 현실과 허구 세계의 경계에 선다.

공중의 전깃줄에 걸리거나 교통사고로 절벽에 매달린 여성, 불타는 집, 물 위를 부유하는 사람들 등의 재난상황과 이를 24시간 지켜보는 듯한 눈이 짝을 이루는 ‘컴펄전’은 재난, 사건, 사고 등 현대사회의 불안한 요소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싶어하는 이들의 심리를 표현한 연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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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프레거 개인전 ‘빅 웨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런던 마이클 호펠 갤러리에서의 개인전에서 “작품 속 인물들에게 무슨 사건이 있었냐”는 질문을 받고 전후 상황을 추측할 수 있도록 영화 촬영과 사진 작업을 동시에 진행한 시리즈다.

감시카메라처럼 공중에서 촬영한 ‘페이스 인 더 크라우드’ 역시 연출된 연작이다. 공항터미널, 연회장 로비, 해변, 영화관 등에 모여든 작품 속 군중들은 저마다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가 하면 가늠되는 시대도, 감정도, 연상되는 영화 속 등장인물도, 처한 상황도 제각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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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프레거 개인전 ‘빅 웨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시공간을 초월해 다른 시대에서 모여든 듯한 사람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펼쳐보이는가 하면 군중 속에서 집단과 개인이 느끼는 감정과 심리적 변화를 풀어낸다. 저마다의 감정들을 표출하는 이들을 통해 누구도 아닌 우리 모두가 주인공임을 주장하는 듯도 하다.

 

두 주인공이 LA 곳곳을 여행하다 목격하는 기이한 사건들을 보여주는 동명 영화와 함께 작업한 ‘플레이 더 윈드’는 소소하고 다양한 LA의 일상 풍경을 담은 연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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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프레거 개인전 ‘빅 웨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이탈리아 거장 페델리코 펠리니 감독의 ‘8과 1/2’ 중 러시아워에 갇힌 주인공에서 영감을 받은 ‘스피드 리미트’(Speed Limit)를 비롯해 놀이동산에 서부시대를 상징하는 듯 청바지를 입은 거대한 여인이 버티고 선 ‘빅 웨스트’ 등을 만날 수 있다.

‘라 그랑드 소르티’ 시리즈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 의뢰로 바스티유 극장에서 촬영한 동명 다큐 필름과 동시에 작업된 작품들이다. 파리 오페라단의 에투알(Etoile, 최고 수석무용수)이지만 무대 공포증과 싸우는 발레리나 에밀리 코제트(Emilie Cozette) 이야기다. 발레리나 뿐 아니라 그녀를 지켜보는 관객들을 동시에 보여주며 무대 위 무용수의 불안감을 배가해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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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프레거 개인전 ‘빅 웨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최신작인 ‘파트1: 더 마운틴’은 가장 미국적인 인물 사진 시리즈로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다. 계시 혹은 심판이 행해지는 장소 ‘산’을 오르는 행위를 고행 혹은 장애물을 극복하고 결실을 맺는 과정으로 표현한다. 험난한 산세, 지칠대로 지친 육체, 앞을 가로 막는 장애물 등을 극복하고 산 정상에 올랐을 때 펼쳐질 세상에 대한 상상의 기회를 선사한다.

서기만 해도 환호를 보내는 바스티유 극장을 찾은 발레 애호가들로 표현된 멀티미디어, 거울로 봐야 제대로 그 뜻을 알 수 있는 문구들, 벽 하나도 허투루하지 않은 ‘아트워크’(Artwork) 등 전시장 곳곳에서 감지되는 알렉스 프레거 개인전의 메시지는 그렇다. “내 삶은 한편의 영화, 그 주인공은 바로 나.”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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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프레거 개인전 ‘빅 웨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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