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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이 배우라면 1년에 12번 보고싶다!

[人더컬처]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에서 학폭 가해자 부모역할맡은 설경구
"5년 전 찍은 영화임에도 여전히 와닿는 소재인 현실, 슬프다"

입력 2022-05-02 18:30 | 신문게재 2022-05-0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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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의 설경구.(사진제공=(주)마인드마크)

 

대화 내내 깊은 분노가 느껴진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이하 니부모)는 무려 5년 전에 촬영이 끝난 작품이다. 한 사립 명문 중학교에서 벌어진 ‘학교폭력’ 사건을 가해자 부모 시점으로 파고든다. 그동안 투자사가 다섯 군데나 바뀌고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이 무기한 밀렸지만 학폭 피해자들의 마음을 대중적으로 알리기 위해 긴 시간을 버텨왔다.

화상 인터뷰로 만난 설경구는 고작 2주 전 넷플릭스 ‘야차’로 홍보를 마친 상태다. 하지만 ‘니부모’의 개봉을 앞두고 다시금 취재진과 마주했다. 주연배우의 입장에서 소비되는 느낌이 없지 않았을테지만 영화의 주제를 생각하면 한명의 관객이라도 극장으로 불러들이고 싶다는 게 그의 솔직한 속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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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고창석,경찰청장 김홍파,의사교수 오달수,변호사 설경구등 소위 ‘끝발있는 직업’으로 구성된 부모들의 이기심이 이 영화에 생생히 녹아있다. (사진제공= (주)마인드마크)

“학폭을 소재로 하지만 엄연히 부모의 이야기에요. 단순히 ‘아이들 문제’라고 넘어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5년만의 개봉이 흥분된다기 보다는 ‘아, 옛날엔 이랬었지’라고 여겨지길 바랐는데 아나라서 정말 속상합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와닿는 현실이.”


김지훈 감독과는 전작 ‘타워’(2012)로 인연을 맺은 설경구는 “일단 제목이 강렬했고 궁금증을 갖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감독님이 처음부터 저를 염두하고 있진 않았는데 이후에 출연 제안을 받고 시나리오에 반해 고민 없이 선택했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잘나가는 접견 변호사이자 국제중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강한결(성유빈)의 아버지 호창으로 분해 입체적인 열연을 펼친다.


설경구가 접근한 캐릭터는 세련된 역할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그저 평범한 변호사로 명문 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내심 자랑스러운 아버지였을 뿐이다. 영화의 카피인 ‘자식이 괴물이 되면 부모가 악마가 된다’는 문구는 시종일관 그를 깊은 고민에 빠뜨렸다. 용서 받을 수 있는 기회마저 없애버리는 부모 연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보는 사람들에게 분노를 유발해야 하니까 저는 그저 충실하게 ‘내 아들은 가해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게 관건이었어요. 호창의 대사에 ‘자살한 아이의 유서에 보면 가나다 순도 아니고 내 아이의 이름이 유서의 가장 마지막에 나온 거 자체가 용서해주려는 것’이란 말이 나오잖아요. 괴물을 낳은 악마인 걸 모르는 역할이에요. 저에게는 계획이 필요한 연기가 있고 아닌 연기가 좀 명확한 편인데 ‘니부모’는 후자였어요. 디테일을 잡는 캐릭터가 아니라 쉽지 않았습니다.”

많이 알려졌다시피 이 영화는 일본의 동명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작가이자 현직 고교 교사였던 하타사와 세이고의 손끝에서 탄생해 10년 전 한국에서 1회성으로 공연된 바 있다. 묵직한 주제와 화제성으로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해 모두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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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는 “극중 ‘부모들이 용서 받을 수 있는 기회마저 없애버렸다’는 대사가 있었는데 많이 곱씹어보게 됐다”며 영화의 진정성을 강조했다..(사진제공= (주)마인드마크)

 

“당시에 손숙,  이대연, 서이숙, 손종학, 길해연 등 쟁쟁한 선배님들이 나오셨는데 소문이 쟁쟁했어요. 아쉽게도 벼르기만 하다가 보진 못했습니다. 그래서 영화화가 된다고 했을 때 내가 어떤 표정으로 나올까 정말 궁금했어요. 연기적으로 최종 목표는 아들 지키기인데 가슴은 그렇질 않았거든요. 완성작을 본 소감이요? 보는 내내 눈물이 솟구치고 화나고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었죠. 연기는 가해자로 했어도 자꾸 관객의 입장으로 보게되더라고요.”

피해자의 부모는 그가 평소 여동생처럼 챙기는 문소리가 맡았다. 이미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고 허물없이 연락하는 사이지만  ‘니부모’에서 만큼은 일부러 눈도 마주치지 않아 어려웠다고. 설경구는 “바라만 봐도 죄스럽고 거북했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게 불편해 일부러 거리를 두며 서로 말도 섞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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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의 설경구.(사진제공= (주)마인드마크)

영화 속에서 호창은 시종일관 직업에 충실하다. 분노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그저 차분히 아들을 변호한다. 잔정은 없지만 아들에 대한 사랑은 충만했던 아버지였기에 묵묵히 사건을 파헤쳐 나간다. 

 

그간 설경구가 익숙하게 해왔던 정의롭고 반듯한 옷이 딱 맞는 듯 싶지만 관객들은 이미 안다. 학폭의 결말은 결코 영화같지 않다는 걸.


“그 순간은 덮힐지 몰라도 남은 사람의 인생은 평생 지옥이라는 걸 연기로나마 알려주고 싶었어요. ‘니부모’의 학폭 장면이 잔인하다는 평가도 많은데 아마 실제로는 더 심하게 괴롭혔을 겁니다.”

설경구는 “영화 하나가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꾸준히 건드릴 순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나에게 닥친다는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그만큼 무겁고 참담하다. 그렇기에 더 많은 관객들이 부모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그 고민을 서로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데뷔 이후 단 한번도 겹치기 촬영을 해 본적이 없지만 설경구의 2022년은 유독 바쁘다. 하반기쯤 정지영 감독의 ‘소년들’, 김용화 감독의 ‘더 문’, 이해영 감독의 ‘유령’ 그리고 변성현 감독의 ‘길복순’의 촬영을 마무리하고 그 중 한편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제 영화관에서 취식도 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잖아요. 극장은 물론 촬영장도 원위치로 돌아가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니부모’는 아이들이 많이 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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