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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어쩌면 단순한 곳에 있을지도 모를 진실을 찾아서…히토 슈타이얼 “전부 이해 못해도, 장난스러워도 괜찮아요!”

[人더컬처]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 연 히토 슈타이얼

입력 2022-05-02 18:00 | 신문게재 2022-05-0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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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토 슈타이얼(사진=허미선 기자)

 

“농담처럼 얘기하자면 실제 제 삶에서 저 자신도 누군가의 아바타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보면 팬데믹 기간 중 실제로 살아 있는 사람들은 감염상황 시뮬레이션에 아바타로 사용됐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시각예술가이자 영화감독이며 비평가이자 저술가이기도 한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이 바라보고 표현해내는 현실은 날카로움과 치열함의 산물이다. 이 같은 산물을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인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9월 18일까지 국립현대시물관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 

또 하나의 현실이 돼버린 디지털 기반의 데이터 사회를 재조명하는 전시로 ‘데이터의 바다’ ‘안 보여주기-디지털 시각성’ ‘기술, 전쟁, 그리고 미술관’ ‘유동성 주식회사-글로벌 유동성’ ‘기록과 픽션’ 5개 섹션에 1994년작 ‘독일과 정체성’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이 의뢰한 신작 ‘야성적 충동’까지 23점이 나눠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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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토 슈타이얼의 '자유낙하'(사진=허미선 기자)

이들 중 단채널 HD 비디오작품 ‘자유낙하’는 동시대 자본주의와 2008년 경제 위기를 암시하며 항공기 재난, 중동전쟁, 글로벌 자본, 할리우드 시장 등의 관계를 끊임없이 엮어낸 2010년 작품이지만 오늘날에도 유효한 메시지를 던진다. 작품 속 시위에 나선 이들을 진압하는 경찰 아바타들은 현재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의 시대에도 익숙한 풍경이다.

“저 자신조차 힘든 일을 하고 이메일 등을 보내주거나 소셜 미디어에서 일어나는 일을 대신 겪어줄 아바타 같은 존재가 있으면 좋겠다는 환상 속에 있거든요. 이러한 아바타들이 제가 생각하기에는 저의 작은 동지들 같죠. 전쟁 같은 끔찍한 일도 실제 사람들이 죽어나가지 않는 형태로 벌어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어 히토 슈타이얼은 “온라인상에서 시간을 어떻게 쓸지는 결정해야할 일”이라며 “온라인상에 다른 자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24시간 내내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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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토 슈타이얼(사진=허미선 기자)

“저는 거기에 쏟을 에너지가 남아 있질 않아요. 게다가 공격을 당하기도 해 저는 현재 SNS를 하지 않고 있어요. 온라인상에 한 사람의 또 다른 존재가 있다는 것이 문제로 인식되기도 해요.”



◇아시아 첫 개인전 “한국만큼 적절한 나라는 없다”

“2018년 처음 국립현대미술관에 와보고 이렇게 좋은 미술관, 이렇게 많은 관람객 있는 미술관이 있다는 데 감탄했어요. 저의 아시아 첫 개인전을 하기에 한국만큼 적절한 나라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관람객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한번에 모든 내용을 보시려고 굳이 애쓰지 않으셔도 된다는 겁니다. 한번에 다 이해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베를린 천사의 시’ ‘시티 오브 엔젤스’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 등을 연출한 빔 밴더스 감독의 조감독이었던 히토 슈타이얼은 영상과 디지털 효과가 어우러진 실험적인 영상으로 후기 자본주의, 사회, 문화, 경제, 철학, 정치, 예술 등을 탐구하는 예술가다.

2017년 글로벌 미술전문지 ‘아트 리뷰’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계 인사 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던 히토 슈타이얼은 파리 퐁피두센터, 뒤셀도르프 K21, 보스턴 현대미술 연구소 등 유수의 갤러리와 베니스 비엔날레, 카셀 도큐멘타 등을 비롯한 아트 페어에서 전시회에 열며 작품세계를 인정받았다.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뉴욕 현대미술관(MoMA), 구겐하임 미술관, 테이트 모던, 퐁피두센터, 노이어 베를리너 쿤스트페어라인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런 그가 개인전을 위해 한국을 찾는 데는 꼬박 4년이 걸렸다. 2017년부터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의 기획전, 소장품전 등을 통해 작품을 선보이고  2018년 개인전 계약을 맺고 2020년 전시 개최를 계획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뤄져 올해야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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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토 슈타이얼 개인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그는 “유럽은 한국과 달리 강력한 방역시스템을 적용하다 보니 신작을 위한 실제 현장 촬영이 어려워졌고 작품 설치도 쉽지 않았다”며 “공급망에 문제가 생겨 작품 재료, 설치, 자재 등 주문에 평소보다 2, 3배 기간이 들었다. 팬데믹에 이어 전쟁으로 논의가 이어지면서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유럽 주변 안팎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유고 내전, 이라크전 등 크고 작은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었어요.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가 최초의 전쟁은 아니죠. 팬데믹과 전쟁으로 미술시장이 활성화됐다고들 합니다. 동시대 미술의 시대라고 부를 수도 있죠. 역설적으로 금융위기, 저금리시대가 미술시장의 양적 팽창과 열풍을 이끌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거대 담론? 그 시작은 특정 인물, 실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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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토 슈타이얼의 '야성적 충동'(사진=허미선 기자)

 

“제 작품은 특정 인물들, 실제 존재의 특정 상황을 다루고 있어요. 분석을 시도하거나 다른 것을 보려고 시도하는 작품들이죠. 이에 거대 담론에 집중하는 작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팬데믹, 전쟁, 네트워크시대, 해상도가 가시성을 결정하는 디지털 세상 등 거대 담론을 주로 다루고 있다는 평에 그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리곤 “고산지대에서 양을 키우는 양치기들이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스스로가 아니라 동물들의 미디어, 프로필로 운영하면서 겪는 혼란”을 담은 신작 ‘야성적 충동’을 예로 들었다. 이는 영국 경제학자 존 매이너드 케인스가 언급한 ‘야성적 충동’을 제목으로 TV리얼리티 쇼에 출연하게 된 스페인 작은 산골마을 양치기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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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토 슈타이얼 개인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팬데믹으로 TV쇼 제작이 중단되고 동물 전투 메타버스 ‘크립토 콜로세움’이 만들어지면서 NFT 적자생존 경쟁으로 확대되면서 벌어지는 현상들을 담고 있다. 사람들의 감정, 탐욕, 야망, 두려움 등으로 시장이 통제가 불가능해지면서 미쳐 날뛰는 ‘야성적 충동’ 상태가 되고 만다. 양치기들의 TV리얼리티 쇼를 통해 작가는 비트코인, NFT, 메타버스 등과 연동된 야생 자본주의 풍경을 담는다. 

 

그렇게 그의 작품들은 거대 담론에 집중한다기 보다 실존인물, 그들의 특정상황 등을 분석하고 다르게 보려 시도하다 보니 거대 담론에 도달해 있는 경우들이다. 율리아라는 인물을 통해 육체 노동이 데이터 노동으로 치환되는 데이터 사회를 담은 ‘태양의 공장’, 1970년대 영국의 전설적인 코미디언 몬티 파이튼의 ‘비행 서커스’에서 영감받은 ‘안 보여주기: 빌어먹게 유익하고 교육적인 .MOV 파일’, 그의 10대 시설 친구 안드레아 볼프 이미지에 초점을 맞춘 ‘11월’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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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토 슈타이얼(사진=허미선 기자)

후세인이 꿈꾸던 세상을 게임 소재로 시뮬레이션한 ‘타워’는 냉전시기 구소련의 컴퓨터 과학의 중심지였던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3D 건축 시뮬레이션 기업의 한 기술자가 내레이터로 참여한다.



◇팬데믹과 전쟁의 시대 미술관 “예술에 대한 공적 논의에 대한 책임감”

“미술관은 다양한 상황이 벌어지고 갈등이 있는 장소라고 생각해요. 치열한 공간이죠. 노동자 착취, 비가시적인 존재, 세금 피하기 등 여러 부정적인 문제를 품고 있는 장소기도 하지만 미술관을 통해 예술에 대한 공적 논의가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어요. 우리 사회가 예술을 이해하고 토론하고 역사를 살펴볼 기회가 미술관에서 마련되기를 희망하고 있죠. 물론 이런 일은 드물어요. 하지만 분명 일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문제점에도 공적 뮤지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하고 싶어요.”

이어 그는 최근 글로벌 미술관, 옥션 하우스 등의 NFT 제작 러시에 대해 “전통 미술시장과 차이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 미술관들이 NFT에 뛰어드는 동기에 대해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몰입적인 방식, 인스타 감성의 전시 등 NFT 이전에도 미술관들은 이미 많은 걸 추구해 왔다”며 “아마도 재정적 압박 때문이라는 추정되지만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지금까지 미술관이 진행하고 있는 NFT 관련 혁신은 너무 반복돼 지겨운 지경이죠. 근본적으로 전통 미술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방식이고 그 중 극소수만 이익을 취하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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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토 슈타이얼(사진=허미선 기자)

 

더불어 히토 슈타이얼은 문화와 예술의 힘에 대해서도 말을 보탰다. 그는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팬데믹, 전쟁 안에서 문화가 하는 일은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문화가 전쟁에서 주체로 기능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 있다”며 “제가 진행했던 ‘미술관은 전쟁터다’라는 제목의 강의에서 했던 말들을 눈앞에서 목도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미술관이 가져야할 것은 일종의 책임감”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시각 예술이 가진 고유의 힘은 그 누구도 어떤 미술작품을 완벽하게 이해한다, 소유했다고 말 할 수 없다는 거예요. 토론의 여지가 남아 있죠. 즉각적인 유용성, 가치 등을 누구도 이해하고 소유할 수 없어서 끊임없는 노력을 요해요. 어쩌면 진리는 단순한 곳에 있을지도 몰라요. 미술작품이 장난스러울 수도 있다는 점이 시각예술의 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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