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사설

[사설] '식량 외교', 우린 얼마나 준비되어 있나

입력 2022-05-17 14:28 | 신문게재 2022-05-18 19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밀가루 대란’ 우려에 가격이 폭등하면서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사재기 조짐이 확연하다고 한다. 전 세계에 25% 넘게 밀을 공급해 오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이어 세계 2위 생산국인 인도마저 당초 약속을 깨고 ‘식량 안보’를 이유로 지난 14일부터 밀 수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곡물·원자재 대란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주요 곡물 생산국들이 ‘내수시장 우선 공급’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식량보호주의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집트도 향후 3개월 동안 밀과 밀가루, 콩 같은 곡물 수출을 중단키로 했고, 아르헨티나는 대두유와 콩가루 수출세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수출 길을 막고 있다. 터키나 세르비아 등도 수출 금지 혹은 통제를 추진 중이다.

국제 곡물 가격은 당연히 급등세다. 인도의 수출 금지 소식에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밀 선물 가격은 17일 한때 6% 가까이 올랐다. 올 들어 밀 가격은 이미 60% 이상 오른 상태다. 대두유가 50%, 옥수수도 올 들어 벌써40% 가까이 치솟았다. 곡물 원자재를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로선 전방위적인 물가 폭등에 사면초가 상태다.

식량 수출국들이 빗장을 잠그면서 ‘식량 안보’까지 크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우리는 식량 수급권이 상실되어 별 수단이 없다는 게 문제다. 모니터링만 하다가 급하다 싶으면 곳간과 재정을 풀어 해결하겠다는 정도다. 그나마 비축된 물량이 있는 곡물은 최소한으로 견딜 수 있지만 대부분은 사재기가 아니면 장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식량 안보 위기를 극복해 식량 주권을 확보하겠다고 거듭 약속하고 있다. 자급률 낮은 밀과 콩의 국내 생산기반을 확충하고 비축 인프라를 늘리겠다고 한다. 특히 밀가루를 대체할 건식 쌀가루의 산업화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해외 곡물시장 진출 기업을 지원해 안정적인 해외 공급망을 확보하고, 식량안보에 필수인 농지 확보에도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너무 먼 얘기다. 구체적인 시점도 특정 되지 않았다. 농업·농촌과 식품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이자 미래성장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정부 공약도, 원료 확보가 전제되지 못하는 한 허황한 꿈이다. 이 같은 중장기 대책과 함께 단기 해법이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현재로선 ‘식량 외교’ 밖에 없다. 이집트가 최근 인도와 50만t 밀 수입에 합의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도는 타국 정부 요청으로 정부가 허가한 경우는 밀 수출을 용인하겠다고 했다. 정치외교 못지 않게 식량 외교, 원자재 외교가 중요한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우리의 외교 역량과 네트워크를 기대해 본다.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