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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연기 잘 하는 배우는 연출도 잘 하는 법!

[#OTT] 왓챠'언프레임드'가 보여주는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의 가능성

입력 2022-05-18 18:30 | 신문게재 2022-05-1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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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OTT는 대세로 자리잡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화제작이나 숨겨진 명작들을 문화부 기자의 시선으로 새롭게 조명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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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 속 ‘반장선거’, ‘재방송’, ‘반디’, ‘블루 해피니스’가 녹아있는 공식 포스터.(사진제공=왓챠)

  

이렇게 감독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영화가 있을까 싶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후 사실상 전반의 축제분위기를 제대로 책임졌던 왓챠의 ‘언프레임드’의 이야기다. 박찬욱이나 봉준호의 신작에서나 볼 법한 스포트라이트가 이들에게 쏟아졌다.

 

왓챠의 공식 소개를 살펴보면 ‘네 명의 아티스트(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가 프레임에서 벗어나 마음속 깊숙이 품고 있던 이야기를 직접 쓰고 연출한 숏필름 프로젝트’라고 써 있다. ‘카메라 앞’이 익숙한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한 연기’한다는 점이다. 그들이 ‘카메라 뒤’에서 이뤄낸 결과물은 실로 놀랍다. 20분 정도의 단편이지만 장르에 충실한 연출과 사회적 현상을 보는 시각이 꽤 날카로롭다. 그 중 ‘원픽’을 꼽자면 박정민 감독의 ‘반장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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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젠더이슈, 권력욕 등 나이가 어리다고 결코 덜하지 않음을 박정민 감독의 ‘반장선거’는 오롯이 증명한다.(사진제공=왓챠)

 

초등학교 느와르를 표방하는 이 작품의 배경은 어른의 세계만큼 치열한 5학년 2반 교실이다. 반장선거를 앞두고 교실의 실세인 장호와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는 인호의 대결이 흥미롭다. 박정민 감독은 시나리오를 쓴 계기에 대해 “초등학생 시절 반장선거에 진심인 두 친구와 그 아이들의 친구들을 보면서 느꼈던 공포심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 주변을 살펴보니 어른들도 그와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다는 생각에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라고 밝혔다.

 

반장선거는 예상대로 장호의 압승으로 끝나지만 그 과정은 성인관객들이 뜨끔할 정도로 사실적이다.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나이에 상관없이 얼마나 본능적이고 잔인한가에 대한 단상은 실로 놀라울 정도다. 1992년에 만들어진 수작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버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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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불영화였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번외라기 보다는 최희서 감독이 추구하는 공존을 전달하는 ‘반디’ (사진제공=왓챠)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이 한창이던 2년 전 관객수 200만명이 넘는 영화가 고작 4편에 불과할 정도로 극장가는 얼어붙었다. 그 가운데서도 무려 435만명의 관객을 끌어 모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본 관객이라면 반가울 작품도 있다. 극 중 황정민의 숨겨진 아이를 혼자 낳아 키웠던 최희서는 강렬하지만 짧은 출연으로 안타까움을 더했는데 딸 역할을 맡은 ‘괴물배우’ 박소이와 또다시 만난 것. 

 

전작에서 한국인이 연류된 장기밀매의 희생자로 잔인하게 신체가 훼손된 채 등장했던 최희서는 태국에서 진행된 해외 로케이션에서 남달랐던 박소이의 비범함을 알아봤고 자신의 첫 단편영화에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남편을 잃고 홀로 딸을 키우는 워킹맘과 9살 딸 반디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린다. 

 

그는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싱글맘과 딸의 소재가 상업영화에서 다루기 어려운 소재라 더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고백하며 “어떤 사람의 부재는 어린 아이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런 걸 설명하고자 하는 엄마와 말 더듬증을 겪는 딸의 교감을 통해 언어가 아니어도 다른 차원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는 걸 전하고자 했다”고 영화적 메시지를 강조했다. 미디어에서 그리는 전형적인 싱글맘의 모습이 아닌 것도 반갑지만 극 중 반디가 보여주는 존재하지 않는 아빠와의 소통은 보는 것 만으로 가슴이 따듯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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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정해인의 친구로 목소리 등장하는 이동휘의 깜짝 등장이 반가움을 더하는 ‘블루 해피니스’의 한 장면. (사진제공=왓챠)

 

왓챠와 함께 ‘언프레임드’를 기획·제작한 배우 이제훈은 또래들의 고민과 방황을 스크린에 옮겼다. 정해인을 상상하며 ‘블루 해피니스’ 시나리오를 썼다고 밝힌 그는 “이 시대 청춘을 대변할 주인공 역할을 구상하면서 그(정해인)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시나리오를 건냈는데 출연 확답을 받았다. ‘이게 감독의 마음이구나’ 싶었다. 연출을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캐스팅 비화를 밝혔다. 

 

넷플릭스 ‘D.P’로 모든 제작사가 정해인에게 러브콜을 보낼 때였던만큼 감독으로서의 ‘쓴맛 단맛’을 미리 맛본 셈. 정해인 역시 주식과 코인열풍, 중고 거래에 익숙한 요즘 세대들의 현실적인 모습을 차지게 그려낸다.

 

의외의 감동은 손석구 감독의 ‘재방송’에서 터진다.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이야기로 치자면 이 작품이 ‘언프레임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연기지망생인 조카와 몸이 불편한 이모가 집안의 결혼식에 가는 평범한 로드무비지만 그 내공이 상당하다. 디테일과 공감에 있어서 8할 이상이 배우들의 몫일 정도. 손석구 감독이 “연기 하나만큼은 볼 만하다”고 자부할만 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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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이란 이름으로 남보다 더한 상처를 받아 본 사람에게 ‘재방송’은 ‘당신은 충분히 잘 하고 있다’는 위로를 건낸다. (사진제공=왓챠)

 

반듯한 양복에 어울리지 않은 배낭을 맨 한 남자가 서울 변두리의 한 빌라를 익숙한 듯 찾는다. 하지만 귀찮은 티가 역력한 그는 곧 출발해야 하는 시간임에도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밥을 차리고 있는 이모가 영 마땅치 않다. 한눈에도 그가 이모의 전담반인 게 느껴진다. 

 

다들 번듯한 직업이 있기에 고정적인 일을 가지지 않은 자신만이 이 일을 해야하는 게 머리로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늙고 지친 이모의 고지식함은 만날 때마다 익숙하지 않은 듯 싶다. 설상가상 비싼 택시 대신 버스를 타고 결혼식에 가야 한다는 이모는 중간에 몸이 안 좋다며 병원을 찾아 주인공을 기함하게 만든다. 

 

알고 보니 그곳은 이모의 딸이자 지금은 지병으로 하늘나라에 간 사촌누나가 한때 근무했던 곳이다. 병원에서 이모의 모습도 심상치 않다. 정말 아파서 가는 게 아니라 딸의 추억을 되새기러 가는 게 분명하다. 마침 그때 단역이지만 꼭 필요한 출연 제의가 오고 아픈 이모와 자신의 필모그래피 사이에서 고뇌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러닝타임 내내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결말이 궁금하면 일단 ‘언프레임드’를 봐야 하지만 미리 밝히자면 조카는 조감독의 부름에 응한다. 그렇다고 이모와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너는 요즘 뭐하니?’라는 친척들의 질문이 쏟아질 때 이모가 좋아할 만한 음식만 담아 드리는 신은 코끝이 찡하진 않지만 충분히 매력적이다. 

 

평소 츤데레(겉은 쌀쌀 맞지만 속은 따듯한)스런 역할에 발군의 실력을 보인 손석구의 취향이 오롯이 드러나는 엔딩이다. 하지만 ‘재방송’에서 무명배우 역할을 맡은 임성재가 보여주는 존재감은 감독의 역량을 덮을 정도다. 실제 대선배이자 이모 역할을 맡은 변중희와 나이를 초월한 연기 대결은 ‘보는 맛’이 제대로다. 흡사 따듯하게 데운 모주를 취한 줄 모르고 계속 마시게 되는 것처럼 이들의 연기는 달콤하기 그지없다. 오픈 2021.12.08.채널 watcha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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