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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칸] 박해일X탕웨이 영화 '헤어질 결심' 최초로 보니…

7분간 기립박수와 환호 쏟아져
박찬욱 감독 황금종려상 수상 '성큼'

입력 2022-05-24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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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e Cannes 2022 Decision To Leave Red Carpet
박찬욱 감독이 스스로 “로맨틱 코미디 영화”라고 소개한 ‘헤어질 결심’이 제 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됐다. 레드카펫에 참석중인 탕웨이,박찬욱 감독,박해일. 연합/AP)

 

관객들의 뇌리에 남을 ‘미결 러브스토리’다. 사전적으로는 아닐 ‘미(未)지만 아름다울 ‘미(美)로 불려도 무방할 정도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 23일(현지 시각) 오후 6시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상영됐다.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과 변사체로 발견된 남성의 아내 서래다. 의심으로 시작된 만남은 호감으로 바뀌고 두 사람의 사랑은 범상치 않은 로맨스로 이어진다.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한국 영화인 만큼 취재진과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오후 5시부터 시작된 입장객 옆에는 ‘헤어질 결심’의 티켓을 구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됐다. 영어 제목은 기본으로 아예 감독 이름만 적어 놓은 노트도 눈에 띄었다. 박찬욱 감독이 곧 영화의 장르임을 증명하는 분위기였다. 

 

현지에서 만난 프랑스 영화 제작자 니콜라스 필리페는 “영화제에 참석한 이후 이번만큼 표를 힘들게 구한 적이 없었다”면서 “솔직히 ‘올드보이’ 이후 박찬욱 감독의 월드 프리미어를 놓친적이 없는데 이번엔 못 볼 줄 알았다. 주변에서도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하다”며 남자주인공을 맡은 박해일의 필모그래피를 되묻는 모습이었다. 

헤어질결심
극장의 안과 밖이 모두 뜨거운 열기로 가득찼던 현장이었다. ‘기생충’의 오스카 레이스 이후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이미경 부회장과 티켓을 구하기 위한 팬들의 모습.(사진=이희승기자)

 

사실 ‘헤어질 결심’은 박해일이 연기한 해준과 비밀을 지닌 중국인 서래 역할의 탕웨이의 시너지가 8할 이상이다. 이들은 단 한 차례의 베드신 없이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을 탁월하게 연기해 낸다. 뻔하게 사랑에 빠지는 관계도 아니다. 미결인 사건을 방 벽면에 붙여 놓고 불면증을 앓는 해준은 아내와 주말 부부로 살며 경찰로서의 삶에 충실한 남자다. 

 

기품있고 반듯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그의 신조다. 폭력도 없고 거친 욕도 하지 않는 그는 남편이 죽었다는 말에도 “마침내 죽어버렸습니다”라고 말하는 중국인 아내 서래를 의심부터 하지 않는다. 긴 잠복근무와 타고난 관찰력으로 한 남자의 소유물로 여겨지고 아무도 모르게 맞고 산 여자의 상처를 눈치챌 뿐이다.

서래는 간병인을 하며 한국에서의 고단한 삶을 이어간다. 길고양이를 챙기고, 한국말이 되지 않을 때는 그저 웃는 여자다. 사극을 보며 한국말을 익힌 탓에 구어체와 하오체 사이를 교묘히 오가는데 해준은 그런 서래에게 자신도 모르게 스며들게 된다. 수사에 대한 집념이 묻지 않으면서도 끌리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남녀의 심리가 스크린을 꽉 채운다.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핵심 주제로 평가되는 여성서사와 복수를 오가지만 이번엔 다르다. 신마다 감독의 취향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대사는 시적이고 음악은 역대급이다. 영화의 프리미어 시사전인 23일 오후 한국 기자단과 만난 그는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극적인 순간이 이 영화에 있다. 어릴시절 부터 팬인 가수 정훈희의 명곡 ‘안개’를 OST를 사용했다는 것과 그 노래를 리메이크한 송창식과 함께 듀엣 버전으로 부른 노래를 영화에 넣었다는 사실”이라면서 “두 분이 녹음할 때 그 자리에 있었는데 정말 영광이었다”며 영화의 결정적 장면을 귀뜸했다.


노래 제목은 영화의 중요한 스포일러가 되는데 안개가 자욱한 현실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온 두 남녀의 모습과 오롯이 겹친다. 사실 칸에서는 아무리 경쟁부문작이어도 영화가 별로이거나 다음 상영관으로 이동해야하는 탓에 크레딧이 올라가는 사이 관객들이 자리를 뜨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안개’의 힘은 놀라웠다. 듀엣 버전의 ‘안개’가 흐르자 자리에 일어선 외국 관객들이 모두 홀린 듯이 노래를 듣는 모습이었다. 예의상치는 기립박수도 아니었다. 약 7분간 끊어지지 않고 쏟아진 박수에 박찬욱 감독은 “길고 지루하고 구식의 영화를 환영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영화를 만든 작가와 스태프들의 이름을 한국어로 말하며 더 큰 박수를 이끌어 냈다. 

 

그의 바로 뒤에는 CJ EMN 이미경 부회장이 함께 환호하며 자리를 지켜 눈길을 끌었다. 네 번째로 초청된 박 감독은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2등상)을,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3등상)을 받았다. ‘헤어질 결심’으로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칸(프랑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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