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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오광록이 연기한 아버지는 마음속에 항상 자식을 버린 죄인이란 상처를 지닌 인물이다. (사진제공=맑은시네마) |
“40년 간 연기해왔는데, 로맨스 장르에 대한 목마름은 여전하네요.”
특유의 느릿하지만 낭랑한 어조는 여전했다. 배우 오광록이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칸의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한국 기자단과 만났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프랑스 영화 ‘올 더 피플 아일 네버 비’(원제: RETOUR A SEOUL)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은 그는 개막식 레드카펫을 포함한 공식일정을 소화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칸영화제, 베를린영화제 등에서 주목받는 캄보디아계 프랑스 감독 데비 슈 연출을 맡은 ‘리턴 투 서울’은 어린 시절 입양된 25세 여성 프레데릭 브누아(박지민)가 자신이 태어난 한국을 우연히 방문하고 부모님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오광록은 비중은 작지만 페레데릭의 친아버지 역할을 맡아 특유의 아우라를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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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영화 ‘리턴 투 서울’에 출연한 배우 오광록. (사진=이희승기자) |
오광록은 “배우로서 세계의 다른 작업자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 프랑스가 미국 다음으로 입양이 많이 된 나라다. 우리나라에서는 밖으로 꺼내고 싶어하지 않는 이야기이기도 하다”며 “실제로 감독이 한국인 입양아 친구들이 많다고 들었다. 우연히 부산영화제에 갔다가 실제로 겪은 일을 시나리오로 썼더라. 너무 흥미 있었고 함께 하지 않으면 만들어질 수 없는 영화였기에 기쁜 마음으로 출연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지난해 10월에 촬영이 시작해 두 달간 한국에 머물며 상당 분량을 촬영했다. 벨기에와 영국, 프랑스등 다국적 국가의 스태프들이 모여 만드는 과정은 배우 본인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4년 전 윤재호 감독과 ‘뷰티풀 데이즈’라는 영화를 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는데 개인적으로 너무 아름다운 영화라고 생각했고 미술적으로 대단하다고 봤는데 개봉 후 관객이 몇 만도 안 들었어요. 지금 이 영화도 프랑스로 입양된 여자가 태풍 때문에 일본에 못 가고 한국에 와서 친부모를 찾는 과정인데 한국에서 대체 얼마나 관심을 가질까에 대해선 회의적입니다. 하지만 ‘리턴 두 서울’의 놀라운 점은 뻔하지 않고 우리의 통념과 전혀 다른 스토리를 갖고 있다는 점이예요.”
영화가 가진 남다름은 굴지의 해외 배급팀의 러브콜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한국의 협력제작사 맑은시네마의 하민호 대표는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은 영화가 개막식 후 만찬 자리에 초대된 것도 이례적인데 우리 영화 테이블을 따로 만들었다고 연락을 받았다”면서 “칸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이 오광록 배우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기다릴 정도였다. 소니픽처스 클래식스에서 북미, 남미, 오세아니아 배급을 맡게 됐는데 회장이 영화에 대한 소감으로 ‘그냥 좋은 것도 아니고 너무도 굉장한 이야기였다’며 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칸영화제 일정을 마친 오광록은 올 하반기 넷플릭스 ‘모범가족’으로 전세계 관객들을 만난다. 그는 “일찍 연기를 시작하다 보니 항상 공부가 부족함을 느낀다”면서 “좋은 인생을 살아야겠다 싶고 그냥 연기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뻔한 연기라는 함정에 걸리지 않게 최선을 다해 깊이 들여다보며 하겠다”고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칸(프랑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