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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이런 완결을 보려고 시즌4를 기다려온 게 아닌데!

[#OTT] 왓챠 '킬링 이브4' 괴물을 추격하다 괴물이 되어버린 이브의 모든것
산드라 오, 조디 코머와 불화설 딛고 시즌4 완결

입력 2022-06-08 18:30 | 신문게재 2022-06-0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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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이브4
마지막 시즌의 오프닝에 강렬하게 등장하는 산드라 오.이 작품으로 한국계 배우 최초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사진제공=왓챠)

 

왓챠 ‘킬링 이브4’의 포문은 이렇다. 누가 봐도 빌라넬(조디 코머)이 오토바이를 타고 멋지게 도시를 질주, 어딘가에 들어서 사람들을 반쯤 죽여(?) 놓는다. 사이코패스인 그에게 자비란 없다. ‘왜 안 죽이는걸까?’라는 의문이 든다면 당신은 ‘킬링 이브’ 시리즈를 볼 자격이 있다. 

그가 죽이러 들어간 사람은 콘스탄틴. 암살조직 트웰브에 속한 킬러들을 훈련했던 과거를 씻고 시장으로 번듯한 삶을 살고 있다. 조직이 자신을 죽이러 왔다는 생각에 모든 걸 포기한 순간 헬멧을 벗은 사람은 의외로 이브(산드라 오)라는 것이 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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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킬링 이브’는 다인종 및 젠더서사를 뒤짚는 작품임에도 시즌이 계속 될수록 배우들의 불화설과 왕따설에 휩싸이기도했다. 많은걸 내포하고 있는 시즌4의 공식 포스터.(사진제공=왓챠)

4년 전 시작한 ‘킬링 이브’가 시즌 4로 돌아왔다. 첩보 요원이지만 현장이 아닌 사무직인 이브가 악의 화신 빌라넬이 벌인 사건을 파헤치다 결국 서로에게 매료된다는 설정에서 시작된 이 작품은 스릴러와 로맨틱 코미디를 절묘하게 섞은 수작으로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기존 첩보 스릴러물의 클리셰를 깨부순 참신한 설정은 사이코패스 킬러를 추격하며 묘한 교감을 느끼는 중년의 영국정보국 요원이 모두 여성이란 점이다. 그리고 전형적이지 않은 캐릭터들에 있다.


지금이야 대부분의 주요 캐릭터가 여성이라는 점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불과 4년 전만 해도 이런 캐스팅 보드는 모험에 가까웠다. 결론적으로 산드라 오는 이 작품으로 유색동양인의 편견을 깬 최초의 배우로 수많은 시상식에서 호명됐다. 결국 시즌 4에서는 제작총괄(Executive Producer)로도 크레디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극 중 이브는 한국계 부모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란 인물. 어릴 때부터 전 세계의 암살자들을 추적하고 체포하는 MI6에서 일하고 싶어했고 그 꿈을 이뤄 범죄 심리에 능통한 전문가가 된다. 폴란드 출신의 남편과 만족도 99%의 직업을 가진 그는 여러모로 전형적인 국적과 인종을 뛰어넘은 캐릭터다. 

그런 그가 엄청난 트러블 메이커지만 기발한 살인기법으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킬러 빌라넬을 만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눈을 사로잡는 패션, 넘처나는 돈, 기괴한 취향 그리고 남녀 사이를 넘어선 다양한 사랑이 전 시즌을 가득 채운다. 그 사이에서 닿을 듯 말듯 흘러가는 두 사람을 보는 시청자들만 애가 닳을 뿐이다. 

사람을 죽이고 죽은 범인을 분석했던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불타오르지만 그 과정은 사실 잔인하기 그지없다. 일단 이브에게 소중한 사람들은 모두 죽는다. 남편도, 직장 동료도, 조력자들도. 처음엔 빌라넬이 무심코 시작한 살인이었지만 이제는 그 뒤에 ‘트웰브’라는 존재에 의해 모두가 제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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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통틀어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한 피오나 쇼. 그가 해리 포터를 구박하는 이모로 나왔다는게 믿겨지지 않을정도로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사진제공=왓챠)

 

그들에게 트웰브는 결코 모습을 드러낸 적도 그리고 살인을 지시한 적도 없는 무형의 존재다. 하지만 누군가에 의해 이미 짜여진 각본대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시즌 4가 제작되기까지 치솟는 인기만큼이나 두 캐릭터가 가진 상처와 분노는 거대해진다. 

솔직히 말하자면 시즌4는 1, 2, 3을 재미있게 본 사람에게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이미 전 에피소드가 공개된 후 수많은 악평과 기대 이하의 별점이 이를 증명한다. ‘과연 있기나 할건가?’ 싶었던 트웰브의 시작이 결국 이브에게 일을 맡긴 직장 상사 캐롤린(피오나 쇼)의 과거와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너무 뻔하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캐롤린은 이 조직에 아들을 잃은 인물이다. 반역이 3대를 멸할 정도로 대역죄였던 과거의 한국보다 열배는 더 심한 영국 소속에서 캐롤린은 이미 독일, 러시아와 한 이불을 덮으면서까지 정보에 혈안이 되어 있던 캐릭터였다. 

아들이 죽었지만 결코 울지 않았던 그가 결국 배후를 뒤쫓고 있었다. 거기에 영원히 죽지 않을 것만 같은 콘스탄틴과의 러브스토리까지 더해져 할말을 잃는다. 두 사람은 전 시즌 내내 말 한번 섞지 않고 분위기상 범접할 수 없는 관계였는데 시즌 4에서는 20대 시절 이미 불타 올랐던 사이이자 또 하나의 범죄를 암묵적으로 덮었던 사실이 드러나며 스토리는 더욱 산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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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옷을 입고 살인을 즐기는 청부살인업자 빌라넬을 만든 장본인 콘스탄틴. 그의 마지막 제자인 팸. 두 사람의 마지막 이별 장면이야 말로 ‘킬링이브4’의 졸렬한 엔딩에서 건질만한 베스트 컷이다. (사진제공=왓챠)

 

‘시즌 4’에서 흥미로운 건 레즈비언 성향을 표현하기에 거침없었던 이 작품이 더 나아가 종교적 신성함까지 건들였다는 것이다. 시즌 4의 첫 에피소드부터 세례를 받고 기독교인의 삶을 살며 영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려는 비라넬은 “당신이 모습을 보여주면 따르겠다”고 기도한다. 

 

결국 모습을 드러난 하느님의 존재가 빌라넬을 어르고 달래며 결국 더 나아가게 하는데 이 부분이 압권이다. “나의 모습은 사람들에 따라 다르다. 때론 자연 혹은 그가 원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는 신의 대사만 힌트 격으로 남긴다. 1인 2역을 한 조디 코머의 연기력에 다시금 박수를 보내며 시즌 4가 주인공 두 명의 해피엔딩에 치중하지 않았다는 점이 그나마 봐 줄만 했다는 것만 미리 밝혀두겠다.

 

‘킬링이브 4’에서는 매혹적인 조연들이 아쉬움을 다 채우는 느낌이다. 새로운 킬러로 트웰브에 발탁된 영국계 인도인 팸과 누구보다 조직을 미워하지만 결코 드러내지 않는 헬렌 그리고 빌라넬의 선배이자 그 누구의 명령도 따르지 않는 건의 등장이 그나마 이 작품을 살린다. 이 배우들의 전작을 찾아보기위해 IMDB를 뒤질 만큼. 오픈 2022.2.27. 채널 왓챠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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