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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궁경부암 백신 '乙의 설움'

입력 2022-06-22 14:06 | 신문게재 2022-06-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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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
안상준 산업IT부 기자

우리나라가 또 한 번 ‘백신 없는 설움’을 겪게 됐다. 국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자궁경부암 백신의 가격이 또 오르기 때문이다.


한국MSD는 제품의 가격 적정성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내달부터 ‘가다실9’의 가격을 8.5% 인상하기로 했다. 지난해 4월 해당 백신의 공급 가격을 15% 올린 지 1년 만이다. 코로나19 백신 부족 사태를 지켜봐야만 했는데, 이번엔 다국적 제약사의 ‘배 째라’식 백신 가격 인상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게 됐다.

가다실9은 3회 접종이 권고된다. 이에 따른 총 접종 비용은 가격 인상 전 60만~70만원에 달했는데, 이제는 80만원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가격인상에 대한 부담은 전적으로 소비자들의 몫이 되고 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백신 주권’에 대해 눈이 띄였지만, 국내 백신 수입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제출된 ‘국가예방접종사업 백신 자급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예방접종 대상 백신 자급률은 27%에 불과하다. 그렇다 보니 지난해 10월에는 GSK가 국제공통기술문서 현행화 작업을 이유로 일부 백신의 국내 출하를 정지하면서 접종 현장의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국적 제약사의 백신 국내 출하 상황과 가격 인상 등에 국내 의료계가 영향을 받는 상황이 계속 되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로 보건 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국산화가 덜 이뤄진 분야에 자립화를 촉진할 수 있는 지원책이 강구돼야 한다.

백신 주권을 확립하기 위한 선진국 수준의 정부 예산·행정 지원도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안상준 산업IT부 기자 ansang@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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